[오피니언] 풋내기 기공사가 바라본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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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풋내기 기공사가 바라본 현실
  • 윤인범(마스터기공소 덴처파트 기공사)
  • 승인 2017.07.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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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범(마스터기공소 덴처파트 기공사)

 

학생시절, 조금 교만했다. 전공서적과 교수님들의 강의만으로 ‘기공’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얕은 생각을 했다. 때때로 정보를 얻고자 치과기공 관련 커뮤니티나 잡지, 협회 글들을 보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학생 신분이었기 때문에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실감하지 못했다.
이런 무지한 입장에서 나의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졸업 후 치기공소에 취업을 했고, 이 달로 1년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에서 배운 것과 다른 현실에 그동안 꿈꿨던 이상과 적잖은 마찰을 겪었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을 추려보니 네 가지 정도가 된다. 우선은 기자재, 작업환경, 치과 기공계의 미래, 그리고 소통이다.

 

첫째, 기자재는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다양하고 많은 종류가 있으며, 같은 보철물 제작 시에도 어떤 기자재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졌다. 처음엔 많이 혼동했고 이내 잦은 실수로 이어지면서 한동안 실망과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이후, 점차 기자재의 응용과 활용에 익숙해졌고, 원하는 보철물이 만들어져 가는 모습에 성취감을 얻으며 점차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둘째로, 치과기공의 작업환경에 대한 부분이다. 각 치과 기공소의 환경과 개인에 따라 그 차이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재료나 제작 환경들은 치기공사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더욱이,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보철물이 제작되는 환경이라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결국 밤샘 작업으로 이어져 심신의 스트레스는 더욱 배가된다. 이런 환경이 지속된다면 환자 구강에 들어가는 보철물의 질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고, 기공사의 본질을 잊게 될까 가끔은 나 자신의 현실임에도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셋째는, 기공사의 미래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1학년 재학 중에 졸업한 선배님들로부터, 줄기세포로 인한 세포배양으로 치아를 다시 한 번 맹출시켜 치기공사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약 6년이 지난 지금, 나와 그 당시 선배님들도 아직도 치과 기공계에 남아 현장을 뛰고 있다. 지금은 CAD/CAM이 보편화되면서 사람 손이 아닌 기계의 손으로 보철물을 제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면, 치과 기공사의 업무는 점차 줄어들고 사양 산업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동시에 공존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면서 CAD/CAM과 3D프린터를 중심으로 보철물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치과기공사도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디지털’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직까지, 한정적인 보철물만 제작 가능하기 때문에 치과기공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디지털 공정을 통해 제작된 보철물 역시 오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도 치과기공사의 손이 필요하다. 치과 기공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기대와 희망, 불안과 안도 등 커다란 변화의 시기에 놓여있다는 점에서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대학 교육과정 중 신설될 강의가 있다면 치과와 치과기공소 간 ‘소통’을 위한 과목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끔 동기들을 만나면 치과와의 소통이 원활치 않아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빠짐없이 나누곤 한다.
‘기공 의뢰서’가 손상되거나 소실되기도 하고, 글씨가 보기 힘들 정도의 악필이어서 내용을 온전히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치과에 문의를 하면 불친절한 응대에 이내 기가 죽어버린다. 다음에 이런 상황이 왔을 때 ‘또 전화를 해야 한다’는 점은 풋내기 기공사들에겐 실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보철물의 제작 난이도가 매우 높음에도 납품 날짜가 조정될 수 없다는 점, 촉박한 날짜를 맞추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점도 고충이다.

과연 치과와 치과기공소 간, 소통을 위한 합리적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파트너십이나 배려, 그리고 공동의 목표를 향한 원활한 ‘소통’이 절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다. 세상물정 모르는 풋내기 기공사의 푸념이지만, 단 한 분이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이 계시다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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