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플라즈마 멸균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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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플라즈마 멸균기란 무엇인가?
  • 김진립 원장(서울샤치과)
  • 승인 2017.07.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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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립 원장(서울샤치과)...감염관리와 예방 &

 

손을 씻거나 기구를 소독하는 과정, 그리고 1회용품을 사용하는 행위 등, 이러한 모든 과정들은 궁극적으로 ‘예방’이란 목적으로 귀결된다. 치과 입장에서의 각종 ‘감염관리’ 행위가 그렇고 환장 입장에서의 ‘예방치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멸균과 소독, 감염관리, 예방 등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불의 관계다. 이에 본지에서는 ‘감염관리와 예방’을 주제로 개원가와 산업계, 환자와 치과의사 입장 등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본 연재는 감염관리 전문기업 ‘㈜거인디에스’의 도움으로 진행된다.

 

글 | 김진립 원장(서울샤치과)

감염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관심이 증가하면서 병원 환경 및 의료진의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일전에 멸균기에 대한 내용이 기사로 나가면서 지인들로부터 관련질문을 더 받게 되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플라즈마 멸균기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한 의료기관에서의 소독과 멸균 지침에 고위험 기구 그리고 준위험 기구 모두 멸균을 권장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치과치료가 타액 또는 혈액에 항상 노출되므로 적절한 세척과 멸균 과정을 거친 감염관리가 요구된다.


고온 멸균법과 저온 멸균법
거의 대부분의 치과 기구는 오토클레이브를 이용한 고압증기멸균법으로 멸균하는 것이 보편적이지만, 의료기기의 특성에 따라 건열멸균법, EO 가스멸균법, 플라즈마멸균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압증기멸균법과 건열멸균법은 고온 멸균법이라하여 100℃ 이상에서 멸균이 이루어지는데, 고열이나 습도에 민감한 미세하고 날카로운 수술기구 등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60℃ 이하에서 이루어지는 저온 멸균법이 추천된다.

저온멸균법의 대표적인 방법으로 EO가스 멸균법과 플라즈마 멸균법이 있는데, 잘 알려진 바대로 EO가스 멸균법은 독성 가스를 멸균제로 사용하고 있어 이를 정화시키기 위해 전체 멸균 공정시간이 많이 걸리고 독립된 멸균공간이 요구되기에 대형 병원을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플라즈마 멸균기는 EO가스 멸균기보다 안전한 멸균제를 사용하고 있어 훨씬 빠르고 안전하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지만, 워낙 고가이다 보니 그 사용이 제한적이었는데 근래에 들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가 되면서 플라즈마 멸균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의료인들이 플라즈마 멸균기에 대해 생소하다 보니 실제 사용하고 있는 병원에서조차 멸균방식이나 장단점 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더군다나 멸균기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의료진과 환자의 건강에 치명적이므로 이번 기회에 플라즈마 멸균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플라즈마 멸균기란 무엇인가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로 나누는데, 기체가 더 큰 에너지를 받으면 일반적인 상전이와는 다른 전자와 이온으로 구성된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따라서 플라즈마 상태는 고에너지의 하전 입자를 포함하기 때문에 다른 물질들과 활발히 반응하여 대상 물질을 물리적, 화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으므로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멸균공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의료용 플라즈마 멸균기는 그 이름 때문에 마치 이러한 플라즈마의 멸균력을 이용한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 실상은 멸균제를 과산화수소로 사용하고 있는 화학적 멸균기 중 하나일 뿐이며, 플라즈마는 단지 사용되고 남은 유독성의 과산화수소 기체를 수증기와 산소로 환원시켜 무독성으로 바꾸어 주는 역할만 담당한다. 따라서 플라즈마 멸균기보다는 과산화수소 멸균기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산화수소는 미생물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H+ 와 강력하게 반응하여 세포막을 파괴함으로써 뛰어난 멸균력을 가지며, 플라즈마 멸균기는 과산화수소를 기화시켜 멸균성능을 확보한다. 개략적인 멸균 공정을 살펴보면, 밀폐된 멸균기 내부를 고도로 감압한 후, 일정량의 과산화수소수를 주입해서 기화시키고, 멸균물이 과산화수소 증기에 일정 시간 노출되면 멸균 공정을 수행하고, 고주파전압으로 플라즈마를 발생시켜 잔류하는 과산화수소를 배출하는 공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플라즈마 멸균기 내부는 진공
이러한 공정이 이상적으로 진행된다면 5분 내에 전 과정이 이루어지므로 오토클레이브보다 훨씬 짧은 시간 내에 멸균과정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각의 공정이 완벽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가 챔버 내부의 진공 정도이다. 충분한 진공상태를 만들지 못하면 과산화수소를 기화시키고 확산시키기 힘들다. 따라서 플라즈마 멸균기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은 진공을 형성하는 단계이며, 멸균기의 성능은 얼마나 잘 진공 상태를 만드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가의 플라즈마 멸균기는 대부분 1 torr 이하의 진공 상태에 도달하는 것에 반해 저가의 멸균기는 약 10 torr 수준의 진공도 밖에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로 인해 멸균공정에 대한 신뢰도를 가지기 어렵다. 또한 과산화수소가 멸균물 표면뿐만 아니라 핸드피스와 같은 관형의 구조물 내부까지 충분한 진공을 형성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과산화수소 멸균제가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Hollow load test(혹은 Lumen test)를 통과하기가 힘들다.


성능과 안전성 똑같이 중요
두 번째가 확산 온도이다. 과산화수소의 끓는점은 150.2℃인데, 진공 상태를 만들면 끓는점이 55℃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기화된 과산화수소 분자가 멸균물에 확산되어 신뢰성 있는 멸균공정을 수행하려면 대상체가 최소 45℃ 이상 도달하여야 한다. 만일, 그보다 온도가 낮다면 과산화수소가 응결되어 성공적인 멸균공정을 수행하기 힘들다.

그런데, 금속 의료용기기 표면 온도를 짧은 시간에 45℃ 이상으로 가열하는 것은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이며, 멸균물의 종류 및 무게에 따라 멸균을 위한 준비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고자 몇몇 회사에서는 특수한 방식으로 예열에 공을 들이고 있고, 이 기술이 멸균기의 공정시간 단축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제품을 선택할 때 꼼꼼히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플라즈마 발생기이다. 이것은 멸균기의 성능과 관련된 내용이라기보다 사용자의 안정성 측면과 관련이 있다. 멸균과정 수행 후 기화된 과산화수소는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물과 산소로 분해하여 배기하여야 사용자 측면에서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플라즈마 발생기의 성능 또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저가형의 경우 값싼 플라즈마 발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충분한 검증 거쳐 구입해야
1998년, 존슨 앤 존슨社에서 최초로 플라즈마 멸균기가 개발된 이래 국내에서도 여러 업체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플라즈마 멸균 방식은 스팀 멸균 방식에 비해 피멸균물에 열적 손상을 최소화하고, 짧은 멸균시간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 사실이나 아직까지는 오토클레이브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더군다나 오토클레이브보다 정밀하고 복잡한 작동방식 때문에 제작비용이 훨씬 고가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급속 멸균을 내세우면서 오토클레이브 가격으로 판매되는 저가형 플라즈마 멸균기를 보노라면 많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플라즈마 멸균기를 선택할 때 회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여러 내용들을 비교하고, 또한 CI, BI 등의 멸균 지시제를 사용하여 장비를 충분히 검증한 뒤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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