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봉사’에 대한 시대적 담론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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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봉사’에 대한 시대적 담론은 계속돼야 한다!
  • 한국재(삼성탑치과 원장)
  • 승인 2018.05.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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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삼성탑치과 원장)

 

          글 | 한국재(치의학박사·삼성탑치과 원장·(사)서울의료봉사재단 상임이사)

누구나 ‘봉사’하면 먼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떠올릴 것입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초기 로마시대 원로원 귀족의 솔선수범과 희생에서 유래합니다. 이 정신은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근대까지 실천되었고 서양 귀족정신의 모델이 됩니다. 자신과 가족의 위험을 예감하면서도 다수의 타인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택한 이 숭고한 결정들은 명예를 지키고 그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통상, 봉사는 성공한 사람의 전유물로 생각합니다. 사회 리더들의 봉사가 당연시되는 것은 이제 사회발전과 시민의식 성장에 따른 지성인의 의무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실제 봉사는 특별한 사회의 리더가 아니더라도 학교나 교회, 직장과 사회 현장의 여러 곳에서 학생과 일반 대중들로 구성된 동아리나 평범한 집단에서 대부분 이루어집니다. 특별한 계층이 독점하지 않습니다.
봉사에 참여하는 많은 분들은 제각기 다른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제가 느낄 수 있는 좋은 점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어떠한 동기에서건 봉사의 시간들이 계속 이어지면 결국은 작은 기쁨과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타행을 통해서 자기 성취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타심은 결국 누구를 위함보다 자신을 위한 마음이 크다는 것입니다. 나를 낮추고 타인을 존중함이 곧 내가 귀하게 되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임을 알게 됩니다.

요즘은 의무감에서 하는 봉사도 많아졌습니다. 이로 인한 폐해도 많습니다. 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봉사는 도움보다 오히려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혜자들의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숙련되지 않은 재능기부, 자기 과시나 봉사단체의 악용과 도용, 목적에 사용되지 않는 후원금과 기부물품, 유령 봉사단체 등 문제는 도처에 있습니다.
특히 해외 봉사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도출됩니다. 예기치 않은 봉사자의 사고와 질병, 돌발적인 의료사고, 엉뚱한 시비를 거는 수혜자들, 나라마다 문화와 관습이 다르므로 적용하는 해당 국가의 규제와 법규도 모든 나라의 방식이 동일하지 않아 의외의 사태로 번지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의료봉사인 경우엔 약물과 장비의 통관규정과 면허 허가규정, 약물사용과 소독에 대한 규정마저 국가마다 모두 다릅니다. 심지어는 의료진의 허가도 없이 진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엔 어느 누구로부터도 봉사자는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은 최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입니다. 국내외의 병원, 대학, 교회 등 각종 사회단체의 봉사 시행 주체들은 원래 지닌 의도가 존중받고 환영받도록 항상 윤리규정과 원칙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현재 상당히 깊이 연구된 해외 봉사 사례와 각국의 구체적인 의료체제와 실태가 실린 문헌도 있지만 봉사인들에게 널리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치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대상국에 꼭 필요한 분야의 교육체계의 지속성을 우선시하여 모든 봉사계획들이 수립되어져야 합니다. 물론 그것은 각 나라에 맞는 해당 분야의 제도와 전문지식을 포함하고 물론 우리 정부와 유관기관의 조언과 방향제시, 지원도 아주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간섭은 가능한 배제된 자율적인 시스템과 기본원칙이 잘 반영된 것이어야 합니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봉사는 계속돼야 합니다.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일은 시민의 기본자세이며 미덕입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치과의사들의 봉사에 대한 관심의 확산과 실천은 참 바람직합니다. 보다 공평하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 사회시스템과 봉사에 대한 시대적 담론은 계속되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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