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배운다’는 것은 고통일까? 즐거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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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배운다’는 것은 고통일까? 즐거움일까?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8.10.0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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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의 기공잡기(雜記)④

 

글쓴이 장성환 소장은 ‘28공작소 디지털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기공관련 서적 ‘MY 28 STORY’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연재는 이전 7회에 걸쳐 본지에 연재됐던 ‘28Story’의 2탄으로, 장성환 소장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한 독자들이 많았기에 후속 연재를 준비했다. 다양한 주제와 자유로운 시각으로 장성환 소장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일상을 통해 기공계의 현실을 반추(反芻)하고자 한다.

 

글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02-704-2878 https://28dentalstudio.modoo.at)

 

배움의 끝은 어디까지 일까? 매몰재를 다루는 지식을 습득하고 나면 포세린의 지식이 필요하고, 포세린의 지식을 습득하면 Shade의 지식이 필요하고, Shade의 지식을 습득하니 지르코니아의 지식이 필요하고, 지르코니아의 지식을 다 알기도 전에 Cad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니 말이다. Cad에 대해 관심을 갖다보니 3D프린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한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치과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선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사실, 치기공과를 졸업하고 ‘치과기공사’란 직업에 대해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별도의 시험 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직업이나 회사는 ‘진급 시험’이란 게 있다는데 나는 시험에서의 해 방은 곧 ‘인생에서 자유’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기공 2년차 때는 학교에서 배웠던 ‘치과재료학’ 책을 6번 이상 봤는데 책을 볼 때마다 모르는 내용들이 하나 둘씩 튀어 나왔다.
기공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매몰’작업에 있어서 수축과 팽창의 조절을 위해 서는 이론 지식이 필요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PFM’을 제작할 때도 작업 중에 생기는 크랙이나 기포발생에 관해서도 이론은 반드시 필요함을 느꼈다. 시험만 없을 뿐 공부는 계속 해야함을 깨달았다. 기공 과정에 대한 이론을 익혀갈수록 구강에 대한 지식과 치과원장님의 관점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치과의사가 주관하는 치주학회, 임플란트학회, 턱관절교합학회 등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고, 또한 치과원장님이 진행하는 다양한 세미나에도 부지런히 참여했다.

이를 통해,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을 때 연자 분들의 관점이 어떤지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생각 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김혜성 원장님’이 쓰신 ‘교합의 역사’란 내용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교합이론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었고 다양한 방식의 ‘공부’를 통해 나름대로 기준을 잡을 수 있었다.
‘전치부 심미보철’이라는 책을 쓴 저자가 국내에서 강의를 할 때도 찾아가서 공부를 했었는 데, 좋은 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선 치아의 삭제가 선행되어야하고, 최종 보철물은 치주와 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몇 년 전 일본 ‘QDT 테스트’에서 주관하는 국제 학술대회에 간 적이 있는데, 통역을 도와주 는 이와 함께 ‘치주’에 관한 강의를 들었었다.
일본 연자가 강의를 했기에 그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스크린의 사진들을 보고 뭘 말하려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통역하는 분에게 오히려 내가 역으로 설명을 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배움의 뿌듯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배워서 알아간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학술대회 등 여러 연자님을 통해, 때론 책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가지만 이런 지식들 이 모든 치과 원장님에게 똑같이 적용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원장님마다 방법과 생각의 기 준이 다르니 말이다. 교합에 관한 생각도 너무도 다양해서 어떤 관점으로 기준을 잡아야 할 지 애매할 때가 많다. Canine guide가 좋다는 관점과 Group function이 좋다는 관점, 또는 Case by case라는 관점도 있고, 교합기를 사용 할 때 Face bow를 사용해야 된다거나 혹은 평 균치식 마운팅을 해야 한다는 등 여전히 다양 한 관점과 논란이 존재한다.
올해는 미국치과의사가 연자로 나선 디지털 관련 세미나와 대한턱관절교합학회에서 진행하는 아카데미를 각각 들었다. 미국치과의사의 디지털 세미나는 우리나라도 곧 ‘모델리스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해서 그분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를 배우고자 함이었다. 구강스 캐너로 인상을 채득하고 컴퓨터상에서 디자인을 하고, 그 결과물을 출력해서 얻어진 보철물을 구강에 장착하는 과정의 내용들. 매우 간단해 보이지만 그 결과를 얻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리라 생각한다.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결과물은 없지 않은가. 그런 배움을 통해 단지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배움의 시간은 충분했으리라 여겨진다.

또 다른 세미나였던 대한턱관절교합학회에서는 교합에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연자 분들 중에서 ‘CR’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과 그렇지 않은 분으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어떤 분이 ‘맞다 틀리다’라는 관점보다는 그 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고, 그런 관점에서 ‘내가 어떻게 보철물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정답인 것 같다.
결국,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내가 거래하는 원장님들의 생각을 비교하면서 그분들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이 배움의 시간 또한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6개월 동안 진행된 아카데미를 통해 여러 대학 교수님을 비롯하여 개원하신 원장님까지 다양한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TMD 등 수면에 관한 내용을 비롯해 총의치, 심미보철, 임플란트, Patial denture 디자인, 안면 근육 등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데, 사실 한 번 듣고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어느 연자 분의 강의 중에 ‘미리하면 설명, 부작용 후에 하면 변명’이라는 슬라이드가 있었다. 매우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환자와의 갈등이 발생될 수 있는 여지를 미리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일 테니 말이다.
나의 경우도 보철물을 제작함에 있어서 ‘이 부분은 이러하니 제작결과가 이럴 수밖에 없다’ 고 제작 전 또는 제작 후에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여건상 제작 전에 미리 얘기하면 좋으련만, 부득이 제작 후에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편, 대한턱관절교합학회 아카데미에선 연세대 김성택 교수님의 스플린트 강의를 통해 내 기준을 정할 수 있게 되었고, 보톡스 실습에서는 치과기공사인 내가 대표로 교근에 보톡스 시술을 받는 영광도 얻었다. 이와 함께, 언젠가 그 자리에 기공에 대한 내용으로 여러 치과원장님들과 소통의 시간이 주어 졌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배움과 함께 나눔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면 기공의 재미가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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