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 천재란 누구인가?
상태바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 천재란 누구인가?
  • 권호근 교수
  • 승인 2018.11.05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②
프랑스 작가 로망 롤랑
프랑스 작가 로망 롤랑

소설 ‘장 크리스토프’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로망 롤랑(Romain Rolland, 1866~1944)’은 파리고등사범과 소르본느 대학에서 예술사 교수를 역임하였고, 간디의 영향을 받고 인권 향상과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평화주의자입니다. 로망 롤랑은 학생 시절 톨스토이에게 예술에 관한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는데, 톨스토이가 답신을 해준 것에 감동하여 예술을 전공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로망 롤랑은 어둠 속의 인류에게 빛을 밝혀준 천재 예술가로 소설가는 톨스토이, 미술가는 미켈란젤로, 음악가는 베토벤을 들고 있습니다. 로망롤랑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장편 대하 소설 ‘장 크리스토프’ 는 베토벤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천재적인 음악가가 어떻게 고난과 가혹한 운명을 극복하고 자기완성을 통해 절대자 앞에 도달하는가를 서술한 작품입니다. 베토벤이 후기에 작곡한 네 곡의 현악 사중주를 들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절대자에게 귀의한 후 느끼는 평화로운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로망 롤랑이 좋아했던 천재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온갖 고난과 운명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완성한 후에는 절대자에게 귀의한다는 점입니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주 전공은 회화가 아닌 조각입니다. 그럼에도 천지창조를 그리게 된 이유는 미켈란젤로를 시기한 경쟁자 브라만테의 음모 때문입니다. 미켈란젤로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하여 브라만테가 당시 교황 율리우스 2세를 꼬드겨 미켈란젤로에게 천장화 제작 책임을 맡기게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은 천장벽화 제작 방법은 모른다고 몇 번 거절했지만 교황의 명령에 의해서 할 수 없이 그리게 됩니다. 이러한 음모를 알고 결기가 작용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작품 제작을 시작하자 온 열정을 다해서 그리기 시작합니다.

작품 제작에 몰두하여 몇날 며칠을 장화도 안 벗고 밤낮으로 그리는 바람에 나중에는 장화가 벗겨지지 않아서 칼로 장화를 찢고 벗겨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완성 후에 브라만테를 비롯하여 작품을 본 사람들은 감탄을 넘어 모두 경악했지만, 장기간 높은 비계(飛階)에 누워서 그림을 그리는 바람에 미켈란젤로의 눈과 목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즐기는 걸작 예술작품들은 천재 예술가들의 땀과 희생의 결과물들입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작품 중에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은 ‘다비드상’입니다. 다비드 상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감동을 넘어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우선 2층 건물 높이에 해당하는 5미터가 넘는 엄청난 크기에 놀랐고, 남자의 신체를 해부학적으로 아름답고 완벽하게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움이었습니다. 돌멩이를 움켜쥔 핏줄 돋은 손을 보면 돌을 맞은 골리앗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수준의 기운과 힘이 느껴집니다.

미켈란젤로는 일 중독자로 생각될 만큼 작품 제작에 엄청난 노력과 집중을 합니다. 게다가 완벽주의자라서 조각에 사용될 돌도 자신이 직접 채석장에 가서 채취, 운반까지 했다고 합니다. 다비드 상의 재료가 된 대리석 원석은 본래 규모는 크지만 결이 안 좋아서 일찍이 다른 조각가가 조각을 시도했다 포기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이 원석으로 다비드라는 걸작을 탄생시켰습니다.

남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을 보고 느끼는 능력, 그리고 삶의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투지와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마지막에는 절대자 앞에서 자기완성을 이룬 사람들이 바로 영웅이자 천재 예술가들입니다. 톨스토이, 베토벤, 미켈란젤로 모두 이러한 삶을 산 천재들입니다. 범인(凡人)들은 잘 할 수 없기에 우리들은 이들을 존경하고 환호하는지도 모릅니다. <2015년 10월 19일>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 출판)’에 실린 내용으로, 덴포라인에서는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