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치과 기공물은 왜 ‘예술’이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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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치과 기공물은 왜 ‘예술’이 될 수 없는가?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8.11.0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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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의 기공잡기(雜記)⑤

 

글쓴이 장성환 소장은 ‘28공작소 디지털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기공관련 서적 ‘MY 28 STORY’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연재는 이전 7회에 걸쳐 본지에 연재됐던 ‘28Story’의 2탄으로, 장성환 소장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한 독자들이 많았기에 후속 연재를 준비했다. 다양한 주제와 자유로운 시각으로 장성환 소장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일상을 통해 기공계의 현실을 반추(反芻)하고자 한다.
글 | 장성환 (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02-704-2878  https://28dentalstudio.modoo.at)

 


아주 오래전에 외삼촌과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치과기공사인 나에게 치과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으로 시작된 논쟁이었다. 거래처가 많았다면 외삼촌과 가까운 곳으로 소개시켜줄 수 있었겠지만 아는 곳이 별로 없다보니 “그냥 가까운 곳으로 다니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말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외삼촌은 “치과 진료비가 너무 비싸다”며 불평을 늘어놓았고, 급기야 임플란트 원가가 얼마냐고 물어왔다. 만일, 내가 직원의 입장이었다면 다른 대답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공소를 운영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 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기공소를 운영하면서 힘든 원인을 생각해 봤을 때, 낮은 기공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었고, 치과기공소에서 기공료를 잘 받으려면 먼저 치과에서의 수가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싸다는 기준이 뭐냐고 물어봤다. “만일 임플란트 비용이 150만 원이라면, 10년을 사용할 것이고, 1년이면 15만 원, 한 달로 보면 1만 원 정도인데, 월 사용료 1만 원이 비싸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미술 경매를 보면 사용되는 물감의 원가는 얼마 안 하지만, 그런 그림이 몇 억 씩 하는 것은 어떤 기준이냐”고 되물어보았다. 사실, 나의 외삼촌은 미술을 전공한 조각가이기에 미술 관련 재료로 반박을 했다.(잠실역 부근에 여러 조각상이 있는데, 그 중에 나의 외삼촌이 제작한 것도 있으며 그 얘길 들었을 땐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가격은 미술 작품이든, 치과 진료비든, 원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가치가 더해져서 형성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 가치에는 기술과 투자비용과 철학이 담겨져 있을 것이다. 결국, 외삼촌과 나는 서로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므로 쉽게 끝날 수 있는 논쟁이 아니었기에, 좋은 치과 잘 찾아서 치료 받으라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느 날, 외삼촌의 작업실에 놀러 갔다. 나의 외모를 설명하자면, 수염을 길렀고, 머리를 묶고 다닌다. 누군가가 나를 보면 예술을 하는 직업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외삼촌이 나에게 “네가 그렇게 하고 다닌다고 예술가가 되는 줄 아냐?”고 물었다. 치과 보철물을 만들면서 나름 ‘ART’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치과기공을 하면서 보철물을 만드는데, ‘artist’가 아닌지를 물어보았다.
외삼촌은 “그건 기술이지 art가 아니야”라고 대답을 했다. 나는 “그러면, 치아 모형을 크게 만들어서 조각상을 만들면 artist가 될 수 있어요?”라고 다시 물었다. 외삼촌은 그것 또한 기술이라고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대답했다. 외삼촌의 말에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외삼촌의 직업상 치아 형태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나보다 더 잘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영역에 들어오는 것은 쉽지가 않다. 치과기공과를 졸업해야하고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니 말이다. 외삼촌이 말하는 예술은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닌, 그 내면에서 그 작가의 인생이 묻어나는 것 이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런 외삼촌에게 나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 art라는 단어를 검색해보았다. 언제 부턴가 ‘본질’을 찾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백과사전에서는 ‘예술은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원래는 기술과 같은 의미를 지닌 어휘로서,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 능력을 가리켰다’라고 설명했다. 영어사전의 해석에서도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처음 ‘art’라는 단어의 시작이 어느 한 작가의 인생이 묻어난 작품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 이전에 ‘기술’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하는 치과기공작업이 결국 기술이며, 예술이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다른 이의 생각이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의 생각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치과 기공사이면서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가의 직업을 가진 이와 차이가 있다면, 그들의 작품은 경매를 할 수 있고,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지만, 내가 만든 치과 보철물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당연히 치과에서 받는 보철 수가에 포함된 가격의 일부일 테니 말이다.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반드시 작품을 사고 파는 행위로 예술가가 ‘맞다 아니다’라고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만든 치과보철물 중에 리메이크된 보철물 자체도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되돌아온 보철물을 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모아두었는데, 이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결과물은 리메이크지만, 만드는 과정 중에는 나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 않은가? 어찌할까 고민하던 중에 작품 하나를 생각했다. 작품명은 물음표 자체인 ‘리메이크에 대한 물음표(?)’다.
이처럼 기공을 하는 동안 재미있는 놀 거리들이 많이 생겼다. 날마다 해야 하는 ‘일’들이 놀면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이 재밌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또한, 언젠가는 하나 둘씩 모은 작품들을 전시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개인 전시회의 욕심도 가져본다. 앞서 설명한 작품들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결과물들은 엄연히 나의 열정이 담겨져 있기에 내 인생에 있어서 가치 있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뉴스를 통해 ‘뱅크시’라는 작가의 ‘풍선과 소녀’의 작품 경매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15억에 낙찰 되는 순간 그림을 파쇄 시키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그는 ‘파괴하고자 하는 욕구도 창조적인 것’라며 피카소가 한 말을 인용했다고 한다. 그의 철학이 담긴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치과 치료도 파괴를 통한 창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썩은 이들은 뽑거나 치료가 곧 파괴이며, 새로운 보철물치료가 창조일 테니 말이다. 교정치료 또한 치아배열을 파괴하고 다시 아이디얼한 위치로 창조하는 것이며, 임플란트 또한 파괴 후 창조로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치과의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치과 기공사라는 직업은 치과보철물 제작에 있어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라고 다시 한 번 정의를 내려 본다.

▲ 이 작품을 보고 ‘리메이크가 많은 기공소’라고 여겨질 것이 두렵지만, 따지고 보면 실패한 보철물과 함께하면서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고, 또 다른 실패의 경험과 함께 더 성장하리라 확신한다.

 

▲ 이 식물은 공기 정화용이며, 공기 중의 먼지와 수분을 먹고 자란다는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이다. 왼쪽의 사진은 ‘커스텀 어버트먼트’를 제작하고 남은 환봉을 틸란드시아와 함께 그릇에 넣어 두었고, 오른쪽의 사진은 지르코니아 블록을 사용하고 남은 재료와 파샬 프레임 제작시 실패했던 보철물로 꾸민 것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무생물과 생물의 조화’라고 할까? 기공소에서 쉽게 버려지는 재료로 ‘리사이클링’ 개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표현해 보았다.

 

▲ 이 식물은 공기 정화용이며, 공기 중의 먼지와 수분을 먹고 자란다는 ‘틸란드시아’라는 식물이다. 왼쪽의 사진은 ‘커스텀 어버트먼트’를 제작하고 남은 환봉을 틸란드시아와 함께 그릇에 넣어 두었고, 오른쪽의 사진은 지르코니아 블록을 사용하고 남은 재료와 파샬 프레임 제작시 실패했던 보철물로 꾸민 것이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무생물과 생물의 조화’라고 할까? 기공소에서 쉽게 버려지는 재료로 ‘리사이클링’ 개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표현해 보았다.
▲ 이 사진은 외삼촌이 제작해 준 작품인데, 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예전에 오스템 임플란트 강연 발표회 때 이걸 가지고 기공소 부스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인터널, 익스터널, 서브타입의 3가지의 임플란트를 식립하는 동작이다. 그 당시 외국에서 온 참가자들 중 많은 이들이 재미있다며 기념 촬영을 했었다.(부스 참가 이후,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 등을 제거하는 바람에 지금은 일부가 파손되었다.)
▲ 가끔씩, 기공물을 제작하다 보면 석고상에서의 결과물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putty로 복제를 한 후 석고를 부어 최종 형태를 파악해 본다. 좀 더 자연스러운 보철물을 제작하고자 노력한 결과물들이라 버리기 아까워 액자에 붙여 걸어 두었다. 기공소에 작은 ‘28갤러리’가 생긴 셈이다.
▲ 이 작품은 지르코니아 블록을 이용한 ‘리사이클링’인데, 기공을 함께 하는 ‘신효진 소장’의 작품으로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어느 대회에 출품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금속 공예 관련 작가의 인증도 받았다. 작은 조명을 설치했는데, 깎여진 틈 사이로 비춰지는 불빛 또한 ‘멋스러움’이 더해진다.
▲ 이 작품명은 ‘이상한(이가 썩은) 나라의 엘리스’다. 치과기공도 디지털과 함께 하는 만큼 스캔받은 데이터를 이용해 캐릭터를 만들어 보았다. 향후 3D 프린터로 제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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