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4)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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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4)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
  • 권호근 교수
  • 승인 2019.01.03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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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④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00)가 저술한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는 자신의 기독교 사상관을 정리한 책(김홍규 역)입니다. 책 제목도 누가복음 17장 20~21절인 ‘신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오는 것 이 아니고,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기 때문이다’를 인용한 것입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로망 롤랑’이 세계적인 작가로 톨스토이를 드는 것은 작품도 좋지만 실천적인 지식인으로서 종교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백작의 아들로 태어난 톨스토이는 젊어서는 기독교를 반대하고 방탕한 생활을 한 적도 있지만 삶의 많은 기간을 러시아 농민들 의 삶을 개선하는데 헌신한 실천적인 사상가이자 대문호입니다. 말년 에는 기독교에 귀의한 후 막대한 재산과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눠주고, 신을 만나기 위해 방랑의 삶을 살다 시골의 작은 간이역에서 혼자 쓸쓸하게 삶을 마쳤습니다.

톨스토이는 기독교 신자라면 ‘왼뺨을 맞으면 오른뺨도 대주고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고 복수하라’는 구약의 가르침에 비해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신약의 예수 가르침은 당시 유대사회의 사상체계를 흔드는 혁명적인 사상입니다. 그러나 기독교가 권력화 되고 이단 논쟁이 야기되고, 이로 인해 잔혹한 종교재판과 전쟁이 벌어져 예수의 가르침이 점차 괴리되었다고 톨스토이는 비판합니다. 이러한 교회에 대한 비판 때문에 톨스토이는 러시아 정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합니다. 톨스토이는 국가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모든 폭력을 반대했습니다.

『신의 나라는 네 안에 있다』의 첫 장도 퀘이커 교도인 조지 폭스와 윌리엄 펜, 게리슨 등의 반전평화주의 사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특히 ‘전쟁’에 대해 국가에 의해 이뤄지는 ‘국가 폭력’으로 규정하고 모든 전쟁을 반대하고 병역의무제도 반대합니다. 더 나아가서 ‘국가’ 자체를 폭력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필요성조차도 거부합니다. 톨스토이는 국가 폭력을 금지시키기 위해 혁명의 이름으로 폭력을 사 용하는 것 또한 반대합니다. 폭력으로 잡은 권력은 결국은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폭력의 종결은 기독교의 절대적인 사랑의 실천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톨스토이의 반 국가 사상은 비현실적이고 급진적인 무정부주의 사상일 수도 있습니다. 합리적인 법치국가만이 무질서한 폭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살았던 19세기의 러시아는 농민들을 수탈하는 포 악한 황제 지배체제였기 때문에, 톨스토이가 국가에 반대했지만 한편으로는 러시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혁명적 지식인이기도 했습니다. 책의 많은 내용도 당시 러시아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정치사회 현실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고발하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는 ‘모든 살인은 죄악이고 국가에 의해서 행해지는 전쟁은 조 직적인 대량 살상이므로 더 큰 죄악’이라고 주장합니다. 톨스토이의 이러한 반전평화사상은 이광수, 유영모, 함석헌, 김교신 같은 근대 한국 지식인뿐만 아니라 간디의 비폭력 무저항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 었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성경말씀이 있지만 역으로 진정한 자유만이 우리를 진리로 인도합니다. 간디 박물관에 걸려있는 ‘The true is the God’이란 문구는 톨스토이 책에 나오는 말입니다. 모든 폭 력을 거부하고 예수의 가르침인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 의 나라를 만드는 것이고, 이때 바로 ‘하나님의 나라는 먼 곳에 있는 것 이 아니고 바로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톨스토이 사상의 핵심입니다. <2016년 7월 4일>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 출판)’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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