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리메이크의 연속, 모두 다 내 책임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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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리메이크의 연속, 모두 다 내 책임이란 말인가!”
  • 장성환(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 승인 2019.02.01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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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의 기공잡기(雜記)⑧

 

글쓴이 장성환 소장은 ‘28공작소 디지털랩’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기공관련 서적 ‘MY 28 STORY’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연재는 이전 7회에 걸쳐 본지에 연재됐던 ‘28Story’의 2탄으로, 장성환 소장의 솔직하고 진솔한 이야기에 관심을 표명한 독자들이 많았기에 후속 연재를 준비했다. 다양한 주제와 자유로운 시각으로 장성환 소장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일상을 통해 기공계의 현실을 반추(反芻)하고자 한다.
글 | 장성환 (28공작소 디지털랩 소장/ 02-704-2878  https://28dentalstudio.modoo.at )

 


지난달은 유난히도 리메이크 보철물이 많았다. 리메이크가 거의 없는 기공소라고 자부하는 나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메이크의 주원인은 임프레션이라 여겨지며, 설령 좋지 않은 임프레션이나 바이트의 기록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해결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달은 하나의 케이스를 가지고 3~4번 리메이크 및 수정을 하는가 하면 그와 같은 경우가 두 번이나 있었고, 그 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구치부 지르코니아 크라운의 쉐이드 수정이 여러 건 진행되었다. 이번에 발생된 리메이크의 원인 중 하나는 치과마다 원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요구사항을 맞추는 과정에서 A치과와 B치과의 스타일이 서로 섞여서 결국 보철물 스타일이 바뀌어서 리메이크가 진행되었다.(쉐이드 작업 시 A치과는 전체적으로 똑같이 제작하는 반면에, B치과는 그라데이션을 부여하고 교합면은 하얗게 요구하는 편이다.)

리메이크로 인한 후유증이 발생했다. 자신감 상실과 노동 시간의 추가. 결국 좋지 못한 컨디션으로 작업에 임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곧 악조건의 연속이었다. ‘기공’이라는 직업을 택한 이래 성격이 소심하게 변한 거 같다. 스스로 잘못이라 여기며 얼마나 자책을 했던지. 아마도 섬세하고 예민하게 작업해야 하는, 교합지 한 장 두께만큼의 예민함이 가져다주는 부작용이 아니었나 싶다.
처음 기공 일을 배우면서 당연히 기술이 부족하니 리메이크의 원인은 나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진료실을 이해하고 또한 여러 세미나를 통해  진료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리메이크가 발생할 것 같은 케이스임에도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서 리메이크가 발생되지 않고 세팅할 수 있게 작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 여러 차례 리메이크가 발생되니 꽤나 자괴감이 들었던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이 내 몸으로 파고들었다. ‘힘들어 죽겠네. 스트레스 받아. 이 직업은 나랑 안 맞는거 같아. 이 정도면 그냥 세팅 하지’ 등등.

결코 나의 잘못이나 나의 실수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 스스로 기공 작업에 있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A치과에서는 실장님을 통해 원장님의 심정을 전해왔다. 거래가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그래서, 원장님에게 요즘 리메이크로 인해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고 예전처럼 원상복귀 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원장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는데, ‘사람이니깐 그럴 수 있죠’라는 짧은 답변이 왔다. 내심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메이크가 나 혼자만의 잘못은 아닐 텐데 나의 책임으로만 결론 지어진 듯 했다. 그러던 중에 ‘리메이크 없이 기공을 할 수는 없을까’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기공이란 직업은 보철물을 지대치에 맞추고 컨택 맞추고 대합치와 교합을 맞추면 되는 어찌 보면 참 단순한 작업인데, 왜 이리 어려운 것일까? 리메이크를 없애는 이상적인 작업환경은 어떤 것일까?

임프레션이 오면 작업 모델을 제작하고 Provisional crown을 만든다. 그리고 그 Crown으로 먼저 마진과 컨택, 교합을 체크하고 형태 및 외형을 확인한다. 1~2주 사용 후에 환자의 요구사항 및 수정 부위를 확인해서 최종 보철물을 제작한다. 만일 Provisional crown의 마진과 적합이 좋았다면 처음에 채득한 임프레션으로 작업하고, 물론 현재 Provisional crown의 형태도 복제해서 최종 보철물 제작 시 참고한다. 또는 Provisional crown을 캐드캠을 이용해서 스캔을 통해 제작한다.
만일, 처음 임프레션 채득한 모델에서 작업한 Provisional crown이 구강에서 안 맞으면 Crown의 내면과 교합면, 컨택 부위를 진료실에서 삭제하고 지대치의 인상이 더 잘 채득되도록 인상 시에 지대치에 라이트 바디를 두른 후, 그 크라운을 씌우고 그 위에 다시 인상재를 주입시켜 전체 인상을 채득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단어가 있었다. 바로 ‘완벽’이다. 과연 임프레션이 완벽하고 기공 과정의 보철물이 완벽하면 ‘구강에서의 결과도 완벽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원장님으로부터 받았던 문자 ‘사람이니깐 그럴 수 있다’가 떠오르면서 내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구강의 조건에서 치아의 미세한 움직임이 있고, 재료의 조건에서는 팽창, 수축 등 미세한 오차가 있기에 결국 완벽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결국 오차의 범위를 줄이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야구선수가 매번 홈런을 칠 수도 없고, 매번 스트라이크를 던 질 수도 없다. 잘 던진 공도 때론 홈런을 맞기도 하고, 잘 친 공도 때론 잡히기도 한다. 기공 보철물이 잘 맞을 때도 있고, 잘 안 맞을 때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문제는 작업 할 때마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애썼냐는 것인데, 그 물음이 나에게 돌아왔다. 또 다시 작업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리메이크가 발생했을 땐 원인을 찾기 위한 시간도 필요할 텐데, 리메이크가 되었으니 진료실 입장에서는 환자에게 미안할 테고 좀 더 빨리 제작하길 원할 때가 많다.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기공물을 진료실로 보내면 좋으련만, 환자와 질료실, 그리고 기공소 간의 약속에 있어서 그 상황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스스로 답을 찾은 듯하다.
사실, 기공 작업에 있어서 진료실에서 컨택과 바이트 조정을 안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데, 이런 부담감이 오히려 작업을 방해 하는 것 같다.


오늘 진료실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또 뭐가 잘 못되어서 보낸 것인가’하고 예민한 마음으로 확인을 했는데 이 사진을 받고 그 동안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갔다. Full zirconia로 제작을 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스테인 처리를 했다. 라인 앵글에 빛이 떨어지게 촬영이 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원장님은 나에게 ‘잘 하고 있으니깐 힘내라’는 뜻에서 보철물의 세팅 사진을 보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리메이크로 인해 원장님도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나를 배려해서 직접적이기 보다는 실장님을 통해서 불만 사항을 전달했던 것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응원의 표현은 진료실이나 기공소에서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서로 컨디션이 좋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테니 말이다. 그래서, 리메이크가 발생된다면 진료실에서는 기공소를 기공소에서는 진료실을 탓하지 말고, 좋은 분위기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해주면서 원인도 같이 고민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나의 마음이나 진료실의 마음이 같았다는 것을 알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완벽하게 제작 하려는 부담을 덜고, 항상 좋은 컨디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더 나은 보철물을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임상 사진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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