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1) “석범아~ 나 파산 신청했어, 여기 네가 들어와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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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1) “석범아~ 나 파산 신청했어, 여기 네가 들어와서 해”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0.01.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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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①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2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석범아~ 나 지난달에 파산 신청했어.
병원 내놨으니 여기 그냥 네가 들어와서 해~”


“어... 뭐라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데...?”

벌써 3년 전 일입니다. 당시 저는 중랑구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35평정도의 아담한 치과를 인수해 11년째 운영하다 뭔가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위해 이전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지인들이 오기에도 가깝고,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해볼까? 하는 마음에 강남 쪽 자리도 알아보았으나, 염화 속 전쟁터로 뛰어 드는 건 제 능력이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내 마음을 접었습니다.

사실, 중랑구에만 10년이 넘게 있다 보니 ‘중랑구’라는 독특한 분위기와 환자들 성향에 정(情)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중랑구에서 가장 활성화 된 ‘상봉역’ 주변으로 자리를 알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상봉역에서 7년 넘게 한의원을 경영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제 짝이던 친구가 생각나 점심이나 같이하면서 상봉역 주변 얘기를 들으러 찾아 갔는데… 미처 예상치 못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최근에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돈을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혼자 이리저리 애 써봤지만 결국 카드연체에 사채까지 쓰게 되면서 파산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채무액에 대한 법정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딱한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우선 이 친구는 큰 빚을 질만한 그런 일을 벌이지 않을 성격인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놀랐고, 두 번째는 그 빚이 한의원을 열심히 해서 충분히 갚을 수 있을 정도 같은데 굳이 파산신청까지 가야만 했을까… 라는 점이었습니다.

어쨌든 7년 전 처음으로 본인 한의원을 개원해 치료도 잘 하고 워낙 성격이 유쾌하고 얼굴만 봐도 사람들이 기분 좋아지는 친구였는데…. 환자들 가득했던 과거의 친구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파트타임 직원 1명에,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가도 한의원 문에 달린 종소리가 들리면 숟가락을 놓고 혼자 나가 침을 놓고 돌아오는 우울한 사람이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동안 서로 바빠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게 고작이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의원 경영이 힘든 줄 몰랐던 게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많은 생각이 스쳤고 한동안 이 친구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같은 의원인데, 뭔가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분명히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다음에 다시 찾아가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내가 한의원에 와서 1시간 정도 업저베이션(Observation)을 하고 숙제를 1개씩 내줄테니 꼭 해보고 매일 내게 결과를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분명 매출도 오르고 직원도 더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주고 무거운 마음으로 한의원을 나왔습니다.

그 일이 있고나서 2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치과진료를 마치고 친구네 한의원을 방문했습니다. 아무런 마케팅을 하는 것도 없고 또 비용을 쓸 수도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첫 번째 방문 때는 환자 없는 시간이 많으니 매일 10명의 환자에게 리콜을 직접 하라는 숙제를 줬습니다. 제 친구가 진료를 못하거나 욕먹을 진료를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최근 내원하지 않는 단골 환자들이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2주 후 두 번째 방문 때 친구에게 물어본 결과 다행스럽게도 환자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안 그래도 내원할까했는데 먼저 전화 주셔서 감사하다”며 리콜에 대한 반응과 결과가 매우 좋았다는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2주마다 또 다른 숙제들을 주었습니다. 1주일에 4일 야간진료를 하는데도 환자가 별로 없기에 과감하게 야간진료를 주 2회로 줄이고 대신 예약제를 도입하도록 했습니다. 또, 대기실에 있는 TV는 기존처럼 무한정 골프방송만 틀지 말고 자신 있는 치료나 효과가 좋은 한약에 대한 글과 사진 등 건강 정보를 송출하도록 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실천이 안 되고, 많이 간과하게 되는 내부 상황들을 정리하도록 내부 마케팅에 주력했습니다.

고마웠던 점은, 제 친구가 2주에 한 번씩 해보라는 숙제를 모두 실천하더라고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저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요?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 것도 아주 빠른 시간에 말입니다. 처음에는 제게 직원 월급을 빌려갔던 친구가 3개월 만에 매출이 4배 이상 늘고 직원도 2명이나 더 늘게 되었습니다.

제가 내려준 처방들은 대단한 비용이 들거나,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런 비법(秘法)은 절대 아닙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들입니다. 멘탈이 붕괴되면 작은 것부터 무너져 모든 상황이 흐트러지고 나중에는 중심을 잃게 됩니다. 내가 한 행동들은 이 친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었던 것뿐입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때부터 조금 여유가 생겨 외부 청소업체 고용하고, 대청소하기, 자동차보험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버스정류장 앞 외부 배너제작, 블로그 홈페이지 제작과 같은 외부 마케팅도 하면서 다시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잠깐! 그런데 아직 제게 빌려간 돈은 아직 못 받았네요? 다음에 만나면 이자와 함께 청구해야겠습니다. ^^


제 소개가 많이 늦었네요. 저는 중랑구에서 진료한지 11만 712시간 된 ‘오늘치과’ 김석범입니다. 치아교정을 전공했지만 임플란트, CAD/CAM 1day 치료, 심미보철에도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다하는 GP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입 냄새 치료와 예방치료에 관심이 많아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 뭔가 새로운 분야는 저에게 있어서 스트레스가 아닌 새로운 활력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해결해나가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속은 까맣지만요.^^

2년 전에, 과거에 잘 운영해온 치과를 정리하고 새로 치과를 상봉역으로 옮기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예 처음 개원을 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환자로 개척해 나간다면 자리 잡기가 예전보다 더 힘들겠지?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예전보다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까? 환자에 치여 소공포 속 입만 바라보면서 이 체어에서 저 체어로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한마디 말도 제대로 못해주는 치료가 바람직하진 않겠지? 개원하면 누구나 생각하는 외부마케팅 없이 병원을 알리는 방법은 없을까? 간판 없이 치과를 운영해보면 미쳤다고 할까? 요즘 세상에 지나가다 간판보고 오는 환자가 있기는 한가?

모든 원장들이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 의사도, 직원도, 환자도 행복해하고 만족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경영이 어려우니 1인 치과, 스몰치과가 부각이 되는데 직원 1명으로 시작해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 될 때 1명씩 늘여 가면 더 감사하고 좋지 않을까? 원장이 매일 아침 드립커피를 내려서 준비해두고 병원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원장이 제일 먼저 활짝 웃으며 맞아준다면? 환자 입안에 들어갈 보철물을 직접 원장이 디자인하고 컬러링, 신터링해서 하루 만에 만들어 준다면 고마워할까? 초등학생 아이를 혼자 치과에 보내야 할 때, 잘 갔는지 잘 치료를 받고 있는지 궁금하거나 걱정이 된다면, 치료 상황을 SNS 등을 통해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준다면 안심이 되지 않을까?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해보고 예전 치과와는 다른 방식으로 하루하루 ‘오늘’에 집중하는 오늘치과 대표원장입니다. 저는 경영을 좋아합니다. 어렵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예전엔 잘 몰랐는데 확실히 ‘오늘치과’를 오픈해서 4개월 정도 데스크를 보다보니 특히 코디 일이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치과의원을 경영한지 13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많이 부족하기에 지금도 고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혹은 반복되는 스트레스를 받아나갈 겁니다.

2년 전 ‘오늘치과’를 오픈할 때에도 많은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SC제일은행 지점장님, 부동산 대표님, 예전 치과 매매에 도움주신 세무사님, 노무사님, 변호사님. 뿐만 아니라 저에게는 첫 인테리어를 경험하게 해주신 인테리어 대표님, 내부 실내 디자인을 멋지게 만들어주신 대표님. 원장실 대신 연구개발 부서를 만들어 주신 대표님. 그리고 치과에 없어서는 안 될 보안, 인터넷, 카드단말기, 인터넷전화, 인터넷TV, 정수기 등등 자질구레한 것 하나하나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으로 지금의 치과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잘 꾸며진 하드웨어 위에 능력 있는 마케팅대표님, 치과경영교육 대표님, 치과보험청구교육 대표님, 치과 감염관리 대표님 등 치과의원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여러 분야의 능력 있는 대표님들을 모셔서 함께 ‘BETTERTODAY’라는 컨설팅 팀을 작년부터 만들어 함께 쌓아온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한 치과의 경영자로서 누구보다 원장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원장님의 노력을 최소로 하는 개원 전부터 폐원까지, 지속 가능한 치과의원 전문 경영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속담을 접할 때마다 예전 제 이야기 같아 뜨끔뜨끔 합니다. 혼자 하는 치과경영은 외롭습니다. 운이 좋으면 빠를 수 있지만 머지않아 한계에 부딪치게 됩니다. 비록 저와 ‘BETTERTODAY’의 경험이 아주 오래되지 않았지만 원장이라면 누구나 해야 하는 치과경영을 열린 마음으로 선배 치과 원장님이나 멘토의 충고도 듣고 같은 치과의사 동료들과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함께 간다면 즐겁게 멀리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치과의사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원장님들께 치과의원 경영에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과 가끔은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 받을 수 있는 주제들로 편안하게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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