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㉑ 원주 뮤지엄 SAN(Space, Art,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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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㉑ 원주 뮤지엄 SAN(Space, Art, Nature)
  • 권호근
  • 승인 2020.06.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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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㉑

원주 오크벨리 리조트 안에 위치한 뮤지엄 ‘SAN’은 한솔그룹에서 만들어 한솔 미술관으로 명명되었다가, 최근 자연 속 예술 공간이라는 ‘SAN’이란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SAN은 말 그대로 산 위에 만든 미술관입니다. 제가 이 미술관을 방문하고 싶었던 이유는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였기 때문입니다. 유럽 사람들은 일본 수상 이름은 몰라도 안도 다다오 이름은 알고 있다고 합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을 이미 20년 전에 수상한 세계적인 건축가입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이 건축가를 좋아하는 까닭은 삶 자체가 너무도 극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안도 다다오는 고등학교 학력으로 트럭 운전사, 권투 선수 등 밑바닥 생활을 하면서 독학으로 건축을 배워 세계적인 건축가가 된 인간승리의 표본이자 입지전적 건축가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미니멀한 선불교의 동양적 간결미를 건축에서 구현하였기 때문입니다. 안도 다다오는 현대건축의 거장 르 꼬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더 독창적인 건축가입니다. 특히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노출 콘크리트 기법은 안도 다다오의 독창적인 기법입니다. 치장을 절제하는 이러한 방식은 안도 다다오 건축의 간결미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뮤지엄 SAN은 안도 다다오가 구사하는 기법을 토대로 물과 자연과의 조화를 잘 표현하고 있는 건축물입니다. 특히 웰컴센터에서 워터가든 위에 세워진 본관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수면 위를 걸어가는듯 착각이 듭니다. 뮤지엄 뒤에 마련된 스톤가든에는 경주 고분군을 형상화 한 설치 작품이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Sky space>, <Horizonroom>, <Wedge work>, <Ganzfeld> 등 네 개의 공간으로 구성된 James Turrell의 특별 전시장입니다. 빛과 착시 현상을 이용하여 제작된 이 설치작품은 우리 눈으로 인식하는 색이란 것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또한 우리 눈으로 인식하는 사물의 형상이 과연 본래의 형상인가 하는 의문이 들게 합니다. James Turrell은 독실한 퀘이커 교도인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정신적인 수련과 침묵을 중시하는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습니다. 70~80년대 사회운동가인 함석헌 선생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퀘이커교는 교리와 형식이 일체 없고 단지 묵언과 명상을 통한 내면의 영적인 빛을 통하여 하나님과 소통을 강조하는 종교입니다.
James Turrell의 특별 전시장에 들어가면 첫 번째 마주하는 작품이 바로 <Sky space>입니다. 로마의 판테온을 연상하게 하는 공간인데, 천장에 원형으로 뚫린 구멍이 착시 현상을 일으켜 구멍을 통해 보이는 하늘이 마치 천장에 그려진 그림처럼 보입니다. 구멍 아래에 서면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마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느낌이고 발걸음을 옮기면 빛이 함께 쫓아옵니다.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하나님의 영성은 어딜 가든지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퀘이커교의 영성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 밖의 작품도 재미있고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들입니다. 플라톤이 동굴의 우화에서 이야기하듯이 우리가 눈으로 보는 현상계는 과연 실체 세계인가 하는 문제는 오랫동안 철학적 화두였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우주가 거대한 홀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물리학자들이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양자물리학 이론으로 보면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직접 보고 손으로 확인해야 믿습니다. 그러나 James Turrell의 작품을 보면 눈으로 인식하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프랑크 케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시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죽어가는 공업도시 빌바오시를 부활시켰고, 폐광으로 황폐해진 일본의 작은 섬 나오시마(直島)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중미술관과 이우환 미술관이 건립되면서 세계적인 명소로 부활했습니다. 잘 지어진 미술관 하나가 한 지역과 도시를 살립니다. 원주시도 뮤지엄 SAN을 통해 세계적인 의료산업의 거점 도시로 태어나기를 기대합니다. 2015년 11월 30일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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