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19) 코로나19와 미국 치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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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19) 코로나19와 미국 치과3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0.06.3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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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6월 말인 지금, 내가 사는 펜실베이니아 주는 아직 코로나 규제가 다 풀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일수록 규제는 아직 유효하다. 식당들도 Take out으로만 허용되고, 지난주부터 다시 오픈한 백화점은 직원이 들어가는 사람 숫자를 제한하는지라 2m 간격으로 긴 줄이 이젠 익숙하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미국 정치상황은 아직도 연방정부랑 주정부의 불협화음과 이젠 인종문제까지 터져 정말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늘 이야기하던 ‘선진문화’가 대부분 허울이었다는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나중에 다시 한 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응급환자만 주로 진료를 하지만 출근하는 날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지라 엉망이 된 생활 패턴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늘 꿈꾸던 화실도 꾸미고, 그림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그렸다.

모든 비즈니스의 셧다운이 발표된 4월부터 직원들은 정부에서 실업수당(Unemployment Compensation)을 받고 있다. 코로나라는 특수상황 때문에 2주에 600불씩 추가로 받고 있는지라 평소 본인들이 받는 급여보다 더 수익이 좋은 직원들도 생기고 있다. 덕분에 직원들을 경제적으로 걱정해 줘야 하는 것은 면했으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려는 다급함이 없어졌다. 추가 보조가 6월로 끝이 나니, 복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우려를 함께 보이고 있다. 우리 병원은 내 100% 소유라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취할 수도 있지만, 나도 다른 직원들처럼 급여를 받아왔기에 개인적으로도 적지 않은 실업수당을 받았다.(물론 평소 급여하고는 비교할 수 없고, 나중에 우리 세금이 올라가겠지만, 그래도 이게 웬 떡…)

고용주에게는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라고, 정부에서 Small Business Owner를 위한 초저금리 융자를 해주고 있다.(6월 말까지) 비즈니스가 완전 셧다운 되고 나니 직원들 급여, 비즈니스 대출상환, 임대료를 위한 특별 융자가 발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금액은 무상(Grant)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초기 발표에 기대감을 숨길 수 없다. 우리 병원도 한참이 지나 PPP를 신청했고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이 외에도 연방정부, 주정부에서 각종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비즈니스 오너를 위한 도움이 많이 생겨났으나 그 신청과 실행 행정에 대해서는 혼란을 면할 수 없었고,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6월 초, 치과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렸다. 이젠 스케일링까지 허락 되어 공식적으로는 치과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되었다. 규제가 풀리고 나면 어떻게 비즈니스를 살릴 수 있을지 많은 회의를 했고 이젠 하나씩 풀어가고 있다. 가장 큰 숙제는 석 달 동안 예약 취소한 환자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예약을 잡아야 하나, 방역문제로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응급환자가 많은지라 스케줄 만들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 환자랑 접촉을 한 환자가 한번 오기라도 하면(물론 양성은 아니지만), 모든 스태프들은 얼어붙는다. 특히 우리 병원은 바로 옆에
GranView라는 큰 종합병원이 있는지라 그런 일이 종종 생긴다.

이대로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아니 이전의 모습대로 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다시 코로나 후폭풍이 닥칠 수도 있고, 아니면 최소한 딸꾹질 수준의 걸림돌은 예상된다. 우리 매니저가 날 찾아와 묻는다, 새로운 Protocol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언제 다시 Pandemic이 생길지 모르고 또 혼란을 막기 위해 대책을 세우자고.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그냥 상황에 따라 대처하자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디테일한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주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고, 직원들의 상황도 다 다르다 보니 굳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젠 경험이 있으니 같은 상황이 생긴다 해도 대처는 더 쉬울 것이라 했다. 매니저가 다시 이야기한다. 그동안 띄엄띄엄 생각해 온 것들을 정리해 다시 한 번 오피스의 부활을… 난 또 실망시키는 말을 했다. “그러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만 하자… 하지만 꾸준히… ”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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