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세계라는 게 묘해서 힘든데도,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상태바
“디지털의 세계라는 게 묘해서 힘든데도, 빠지면 헤어나기 힘들어요!”
  • 류재청
  • 승인 2020.06.30 1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일예스치과 이윤형 원장

“좋은 목수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좋은 목수한테 훌륭한 연장이 주어지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서울 강일예스치과 이윤형 원장은 디지털 장비, 그리고 서지컬 가이드를 활용한 임플란트 식립에 대해 이렇게 비유했다. 특히 디지털 치의학에 입문할 때 서지컬 가이드 활용은 최적의 입문 첫 단계라고 말한다. 현재 80~90% 정도를 가이드를 활용해 식립한다는 이윤형 원장을 통해 그의 디지털 입문기, 그리고 서지컬 가이드 활용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 류재청 기자 denfoline@denfoline.co.kr 

디지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년 전부터다. ㈜디오에서 임플란트 패키지를 구입하면서 ‘트리오스3’를 리스로 구입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당시엔 크게 고민하거나 뚜렷한 목적을 갖고 구입한 게 아니었고, 사면 그냥 다 되는 줄 알고 구입했다. 잘 모른 채 저지른 일종의 충동구매였다. 2018년, 그때 처음으로 구강스캐너를 실물로 봤으니 ‘디지털’이란 개념이나 인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막상 해보니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한동안 흔히 얘기하는 ‘빨래걸이 용도’로 전락해 거의 1년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 때 서지컬 가이드 ‘디오나비’도 함께 사용했는데, 이해가 부족하다보니 결과도 좋을리 없었다. 환자가 원하면 디오에 의뢰해 어쩌다 한 번 활용하는 정도였다.

야~ 이 차 되게 좋다, 이런 기능이 있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가 생겼다. 내 차가 나름 좋은 차인데, 후배 차인 같은 회사의 한 등급 아래 차를 운전할 일이 생겼다. 운전 중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반자동 자율운행 기능이 있는 걸 알고…
“아~ 이 차 되게 좋다. 이런 좋은 기능이 있네?”
“형 차에도 있을 거야”
“아니야, 난 못 봤는데?”
“아냐~ 한 번 찾아봐”

그 후 차를 자세히 살펴보고 매뉴얼을 찾아봤더니 정말 그 기능이 있었다. 그 기능이 있는지 모르고 3년 넘게 차를 몰았던 거다. 그때 문득 느꼈던 게 ‘내가 지금 트리오스를 못 쓰는 게, 오차가 있어서 또는 잘 안 맞아서가 아니라 내가 모르고 못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써보자 마음먹었다. 디지털이 별 볼일 없고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게, 실은 그게 아니고 ‘혹시 나한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비로소 공부하고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디오를 통해 교육을 받았고, 혼자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 자체가 녹록치 않았다.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끌어주는 멘토가 없다 보니 힘들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고, 점차 지쳐갔다. ‘본을 떠서 보내면 편할 것을 왜 굳이 이러고 있나?’하는 회의가 들었다. 스캐너 자체의 문제인지, 스캔을 잘 못해서 그런 건지, 가이드 자체의 문제인지 모든 게 제대로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CT에 문제가 있으면 정합이 잘 안된다거나 오차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직원의 밀착 마크를 뚫고 CT를 구입하다
작년에 SIDEX를 통해 우연히 CT를 바꾸게 됐다. HDX 부스를 지나면서 CT를 보게 됐고,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사인을 하고 CT를 구입했다. 사실, 잠시 망설인 이유는 직원들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충동구매가 잦다보니 직원들의 만류가 이만저만 아니다. 시덱스 내내 감시하듯 나를 밀착 마크했는데, 직원들 왈, “원장님 혼자 두면 어디 가서 엄한 거 또 구입할지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무통마취기 등 그동안 크고 작은 전력이 있었다.

이 대목에서 잠시, 직원들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원장님들이 직원 문제로 스트레스 받고 고민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이전에는 직원들과의 관계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직원들은 ‘직원’이라는 생각이 안들만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원장과 직원의 관계지만 ‘인간’으로서 서로 신뢰하고 믿고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굉장히 즐겁고 따뜻하고 화목한 치과가 됐다. 그 결과, 최근 2~3년 사이 경영적으로도 치과 상황이 굉장히 좋아졌다. 지금은 장비를 살 때도, 최종 결정은 원장이 하지만 절대 혼자 결정하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어떤 것을 사고 싶고, 가격은 얼마인지 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회담(?)이 결렬돼 어떤 장비는 구매가 보류된 적도 있다.

이날도 직원들이 잠시 시야에서 나를 놓친 사이 덜컥 CT(HDX, Dentri 2)를 구입했으니, 사고를 친 셈이다. 나중에 직원들이 알고 “왜 그랬냐”고 그러긴 했는데, 이날 친 사고는 결과적으로 행운이었다. CT 하나를 바꿈으로 해서 결과가 달라졌다. 

디오나비의 정확도가 확 달라졌고 비로소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냥 만족이 아니라 ‘대만족’ 수준이었다. ‘우리한테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여러 의문 중 하나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구입한 장비가 아까워 이젠 되돌릴 수 없다
이러한 단 하나의 깨달음은 향학열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인터넷을 뒤지면 여러 강의를 찾아봤지만 하루 이틀 단발적으로 진행하는 강의인데다, 기본적인 얘기에 그쳐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꽤 체계적인 강의라는 소문과 함께 평이 좋았던 강의를 찾아냈는데, 오스템 주최로 진행하는 허인식 원장님의 ‘덴탈시스템’에 대한 강의였다. 이틀간 진행되는 세미나였는데 그때 처음 ‘제대로 된 세미나를 처음 듣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아~ 이게 어려운 게 아니구나’하는 깨달음과 함께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정규화 된 심도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우연히 캐마클(캐드캠 마스터 클래스)을 알게 됐다. 캐마클을 듣기 위해선 필수로 ‘덴탈시스템’이라는 캐드 프로그램과 ‘임플란트 스튜디오’ 이 두 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 생각은 좀 다르지만, 그 때는 디지털을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프로그램이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적잖이 망설였다. 두 개 합쳐 약 2,000만 원 정도 되는데 ‘세미나 하나를 듣기 위해 거액의 프로그램을 사야 한다?’ 이런 의문에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캐마클 수강을 계기로 두 프로그램을 구입(2019년 6월)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디지털 치의학’이라는 게 한번 발을 담그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 같다. 그동안 들인 노력,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투자한 장비가 아까워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캐마클 강의를 수강하며, 이후 줄줄이 장비를 들여놓게 됐다. 과거의 구매가 충동구매였다면, 이후로는 필요에 의한 자발적 구매였다. 점차 디지털의 세계를 이해하고 깨달은 결과에 기인한 구매다. 2019년 하반기, 풀마우스 덴쳐에 필요한 Bellus3D face Camera와 3Dme(이마고웍스)를 구입했고, 그해 12월엔 캐마클 고속프린터와 폼워시, 경화기 CureM을 구입했다. 

올 들어선 1월에 MCXL와 Inlab19(덴츠플라이시로나), VACUMAT 600M(VITA)를, 3월엔 프라임스캔(덴츠플라이시로나)을, 5월엔 5축 밀링기 DWX-52D(DGShape)와 ZYRCOMAT 6100MS(VITA), 6월엔 모델스캐너(DOF)를 구입했다. 조만간 안면스캐너와 엑소캐드, SG 전용 3D프린터도 구입할 예정이다.


빚이 엄청 늘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작년 시덱스에서 CT를 구입한 이후로 지금까지 1년이 지났는데, 비용으로 따지자면 작은 치과 하나 정도를 여는 비용이 들어갔다. 빚이 상당히 늘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 이상으로 안정화되고 빠른 진료 시스템을 갖게 됐고, 나의 진료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바로 되니까 자신감, 자질, 능력이 훨씬 향상됐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녹록치 않았지만 임상가로서의 가슴 벅찬 묘한 희열이 있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덕분에 일이 많아지고 그동안 야근과 새벽 출근도 허다했다. 지난번 덴포라인에 최우제 원장님의 기사가 실렸는데, 최우제 원장님처럼 나 역시 잦은 야근과 새벽 출근을 밥 먹듯 했다. 남들은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이 디지털의 세계라는 게 묘해서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가 힘들다. 힘들지만 힘든지 모른 채 전력질주하게 만든다.

그동안 기공실도 없었고, 기공사 선생님도 없었다. 장비가 많아지고 혼자 감당하기엔 한계에 이르렀다. 올 여름 휴가 때 치과를 조금 리모델링해 기공실도 만들고, 기공사 선생님도 별도로 모실 예정이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쉽네?’ 막연함이 걷혔다
제일 처음 디지털에 입문하고 싶다면 서지컬 가이드를 추천하고 싶다. 예전에 임플란트나 지르코니아 때는 굉장히 벽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서지컬 가이드는 상대적으로 벽이 높지 않다. 나의 경우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장비에 관심을 갖게 된 순서가 프로그램과 3D프린터여서 가이드를 활용하게 됐고, 그래서 더 빨리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임플란트나 자연치 크라운부터 디자인했으면 중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엔 막연했다.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캐마클 강의를 들으면서 가이드 디자인이 생각보다 쉽고 몇 시간만 투자하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기 부여가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기본적인 것을 알고 난 뒤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하루하루 출석 횟수가 늘면서 ‘어려울 줄 알았는데 쉽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수술시 가이드상의 오차에 대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인접치 때문에 안 들어가는지, 레진이 수축 돼 안 들어가는지, 스캔 후 수술 시까지 환자 치아가 움직여 안 들어가는지에 대해 금방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임플란트 스튜디오로 임플란트 식립 위치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임상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시야도 굉장히 넓어진다. 지금은 환자 내원으로부터 3시간 정도면 바로 가이드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지금은 약 80~90%를 가이드로 식립한다
현재 우리 치과에서는 가이드 활용에 따른 추가 부담을 환자가 지불한다. 환자가 원하면 무조건 가이드를 활용하지만, 그러나 환자가 원치 않는다 해도 내 판단에 의해 필요하다면 가이드를 활용한다. 추가적인 환자 부담금이 없더라도 가이드를 통해 조금 더 정확한 위치에 들어간다면 나중에 임플란트 보철을 디자인할 때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어 들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나를 위해 내가 나에게 지불하는 비용이다. 

좀 더 정확하고 잘 맞는 보철물을 만들어 드릴 수 있고, 나중에 닥칠 수 있는 문제들이 확 줄어들 것으로 확신한다. 자신감과 함께 궁극적으로 얻어지는 임상적 이익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해 지금은 약 80~90%를 가이드를 활용해 식립한다.

우리 치과에 페이닥터 한 분이 계신다. 초보 의사들이 수술 시 제일 어려운 게 식립 각도와 위치를 잡는 건데 이 선생님도 가이드를 통해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다. 환자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디자인하면서 굉장히 많은 임상 정보를 획득하게 되고, 그래서 특히나 초보 원장님들에겐 임상적 판단과 자신감 확립에 큰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좋은 퀄리티의 임플란트가 만들어지고,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 그리고 나중에 닥칠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면 임상가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제 가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그런 시대, ‘디지털’이 가져다 준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