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14) 언택(Untact)시대 컨택(Cont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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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14) 언택(Untact)시대 컨택(Contact)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0.06.30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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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친구를 만나면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하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이제는 아득히 먼 지난 일들처럼 느껴진다. 이젠 만나는 일도 많이 없어졌고 만나도 눈인사나 주먹을 부딪치는 게 전부다. 마스크를 안 끼고 대하는 친구들이 매너 없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처럼 아날로그적인 컨택을 좋아하는 사람마저 언택의 시대를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놀던 어린 시절 골목은 늘 아이들로 북적댔다.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오징어, 다방구, 얼음땡, 말뚝박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 땅따먹기, 두더지,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축구, 씨름, 등 그 작은 골목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끝도 없이 많았다. 그리고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몸을 부딪치고 서로 넘어뜨리고, 일으켜 세워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성이라는 것을 체득했다. 해가 질 무렵까지 놀다 보면 여기저기 집에서 “밥 먹으러 이제 들어와라!”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끔은 예고 없이 친구에게 끌려 들어가 같이 밥을 먹기도 했다. 친구 어머니는 밥 한 공기 더 떠주면 그만이었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요즘은 아파트 놀이터를 나가 봐도 노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혼자 놀거나 삼삼오오 정도가 전부다. 우리 때처럼 친구들과 부딪치며 조금 과격하게 노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대부분 놀이는 이제 랜선으로 옮겨졌다. 언컨택의 놀이문화는 코로나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놀이가 디지털화되었다고 보면 그만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의 표정과 미묘한 감정을 살피지 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소통은 감정을 주고받는 것인데 컴퓨터를 통해 대화창에서 얘기하거나 화상으로 대면하더라도 얼굴을 직접 마주 대하는 것과는 너무 차이가 크다. 섬세하게 분위기를 살피거나 갈등을 해결하고, 싸우고 화해하는 것은 디지털 환경에서는 인간적이기 힘들다.

언택과 컨택의 어울림
혼자 살아가는 유명인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북적북적한 가족들 사이에서 치이면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혼자만의 삶이 로망일 수도 있고, 지금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유명인의 ‘혼자살이’는 좋은 롤모델 되어주거나, 때론 위안을 줄 수도 있으므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디지털은 없어서는 안될 삶의 소통 도구다. 흔히 말하던 디지털 유목민(Digital Job Nomad)은 나름의 전문성으로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도 경제활동이 가능해지고 있다. 플랫폼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모든 서비스는 24시간이다. 많은 아이의 미래의 꿈이 유명한 유튜버가 되겠다는 것도 아주 현실적인 아이들의 안목인 것이다.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미래에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그 빠르기는 코로나 이후의 세대에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인간(人間)은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야 비로소 온전하게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면 그 존재가 위협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관계는 ‘관계’이기보다는 ‘거래’에 가깝다. 언택(Untact)의 ‘거래’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컨택(Contact)의 ‘관계’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온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치과의 컨택
재택근무, 국민 기본수당 지급, 온라인 교육, 원격진료 등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얻어진 경험을 바탕으로 모자란 부분이 보완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생태계를 접하게 될 것이다. 이제 다시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의견을 대부분 수긍하고 있다. 오죽하면 새로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가 시작되었다고 하겠는가.
의료분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앞으로 더욱더 증대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공중보건과 방역, 의료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고 그 분야의 투자와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의료와 보건 분야의 수요는 증가하고 해당 분야에 대한 종사자들도 많이 증가할 것이다. 언택시대에 맞는 최적화된 의료서비스와 방역 시스템을 제공하고 그에 걸맞은 마케팅을 하는 병원이 환자가 선택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원격진료에 대한 문제점을 늘 제기하던 사람들도 코로나로 인해 그 필요성을 인지하고 공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환자의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도 환자에게 장착된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정보를 전송받고 약 처방을 하게 될 것이다. 수술이 필요하면 각종 디지털 기계들이 진단을 도울 것이고 수술로봇을 사용할 것이다. 로봇이 집도하게 될 미래도 안 오리라는 법이 없다.
환자를 끝까지 직접 컨택해야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는 분야는 단연 치과가 아닐까 싶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방사선사진 이외에도 직접 시진(視診)을 하고 탐침을 하고 아픈 부위를 두드려도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눌러봐야 한다. 웬만한 수술도 전신마취가 아닌 환자와 직접 대화를 해가면서 수술한다. 기공물 제작은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의사가 직접 컨택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치과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모든 의료인 중에서 단연 가장 마지막까지 의사가 직접 컨택을 해야 할 분야가 치과인 것이다.
컨택의 관계 맺기는 인간으로서 없어져서는 안 된다. 자칫 비인간화될 수도 있는 의료계에서 인간 본연의 ‘사회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인간적인 사명감을 가져야 할 이유다. 마스크와 페이스쉴드까지 쓰고 그 너머의 환자를 어렵사리 치료하고 있지만, 치과의사는 환자와의 가장 가까운 컨택의 ‘관계’를 오늘도 실천하고 있다. 언택의 시대에 인간적인 자부심을 느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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