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4) 철학을 통하여 구원받은 철학자 스피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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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24) 철학을 통하여 구원받은 철학자 스피노자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0.09.01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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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철학자 스피노자
철학자 스피노자

구원을 받는 방법은 종교를 믿는 방법이 있고 또 하나는 철학에 투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철학을 통하여 일반인이 구원을 받는 것은 무척이 나 지고지난한 일입니다. 구원은 하나님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복종에 서 시작하는데 철학은 명증한 것 이외는 믿지 말라는 의심과 회의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근대 철학의 시작인 계몽철학은 선입견, 기존의 전통, 권위를 부정하고 회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신 없이 신 안에서 살다 간 철학자 스피노자입니다. 

암스테르담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스피노자는 랍비 교육을 받았으 나 유대 전통신인 야훼신 대신 자연신을 주장해 유대교 공동체에서 추방당하고 기독교 교회로부터는 무신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엄청난 박해와 비난을 받은 철학자입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스피노자는 렌즈를 가는 막일 로 입에 풀칠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가난과 박해를 감수 하면서도 평생을 철학자로서 소신을 지키며 어느 종교인보다 윤리적이 고 영성적인 삶을 산 철학자입니다. 

당시 최고의 대학인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 교수직을 제안받았지만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하지 않겠다고 교수직도 거부한 강골의 철학자입니다. 스피노자는 당시 기독교 교회부터 비난을 받았지만 계몽 철학자들로 부터는 열렬한 칭송을 받았습니다. 스피노자가 근대 철학과 자연과학의 시조인 데카르트의 사상을 계승한 철학자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로 유명한 데카르트는 주체와 이성을 탄생시킨 철학자입니다. 그는 고귀한 정신은 하나님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육체는 단순히 기계와 같은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통하여 이성을 탄생시켰고,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통하여 당시 기독교 교회의 비난과 박해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육체를 기계로 보는 기계론적 인간관은 근대의학 탄생을 가능하게 하였으나 현대의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환자를 육체적인 존재로 대상화하는 차가운 의료의 탄생입니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 철학을 계승했지만 육체와 정신은 분리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스피노자가 추구한 최고의 선은 정신과 자 연이 하나가 되는 최고의 완전한 상태입니다. 육체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정신과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스피노자가 믿은 신은 필연성과 무한성을 본질로 하는, 자연이 곧 신인 자연 신관입니다. 그리고 스피노자가 생각하는 구원은 우주 자연에 대한 인식, 편안하고 안전한 사회, 교육과 도덕 훈련, 의학 연구, 과학기술의 발전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복종을 주장하는 중세 구원관과는 전혀 다른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구원관입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은 혹시 스피노자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암스테르담에 머물면서 400년 전 스피노자의 자유정신과 그의 자연 신관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2015년 2월 9일 

※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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