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15) “다닐꺼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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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15) “다닐꺼니? 왜?”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03.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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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매년 월 단위로 반복해야 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1월에는 연말정산관련 서류접수, 사업자현황신고, 면허세, 몇 년 전부터 생겨서 납입하고 있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관련 세금 등등, 그리고 보통 구정이 끼어 있는 2월에는 짧게는 한 해를, 길게는 수년간 혹은 폐원까지 함께할 수도 있는 직원을 세팅하는 일을 마무리 해야 하죠. 만일 이때까지 세팅이 끝나지 않았다면 한 해가 괴로울 수 있는 불안감이 엄습하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개원이래 2-3년정도 빼곤 거의 매해 초에 구인을 해 왔던 것 같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개원멤버들이 20년 넘게 계속 근무하는 치과도 있고, 막내가 무려 9년차라는 원장님도 계십니다. 이 정도 되면 뭐 쉴드 속 눈빛을 굳이 맞춰보지 않더라도 대충 느낌만으로도 뇌 속의 생각들이 서로서로 실시간으로 자동 동기화되어 있을 듯한 느낌입니다. 실시간 자동 동기화! 너무 편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다 제가 성격이 더 둥글어지지 못해 그런데다가 제 스스로의 모토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실천하는 치과의사이기에 정체해 있거나 발전이 없는 병원을 제 스스로가 만들고 싶지 않은 고집이 커서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자 2021년에도 두 자리수 성장 고고!! 뭐 이런식^^;;

매년 새로운 직원들을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면접 스킬도 조금씩 늘고 사람보는 눈이 예전보다는 나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색안경처럼 위험할 수도 있기에 가능하면 내가 상처를 받더라도 일단은 열린 마인드로 맞춰가는 노력을 해 봅니다. 하지만 불안한 예감은 왜 늘 맞는 건지.. 아닌 건 아닌데 왜 자꾸 실수를 반복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예전보다 구인란이 더 힘들어지고 이제는 찐 MZ세대들이 직원으로 들어오면서 이해의 폭이 좁아지면서 고민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치과계에 큰 기업을 경영하고 계시는 대표님과 식사자리에서 구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 같이 직원 6명정도 있는 조그만 치과에서도 90년대생들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 가치관이나 사고자체가 이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이야기를 드리면서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는 이 회사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저는 이 친구들이 기본적으로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없고 오히려 더 격려를 해 줍니다.’ 라고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대표님 본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신조어나 심하게 줄여 쓰는 말 정도이고, 회사 내에서 불필요한 격식 차리기를 없애고, 가정 내에 일이 있을 때 회사보다 가족을 더 우선시 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들을 많이 해왔고 그 결과 지금의 활기 넘치고 경직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사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느낀 것은 역시 전문 경영인은 다르구나, 회사는 그 대표의 사이즈만큼 커진다라는 말을 떠올리며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사이즈는 아직 미미하기에 현타오는 실상에서는 “내년에도 계속 다닐꺼니? 왜?” 몇 년전부터 기존 직원들 재계약 기간이 되면 제가 먼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저는 정말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비전없이 별 의욕없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다니는 걸까? After 6 Life를 위한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 생각하는 걸까? 제 그릇의 크기가 작아서 이해의 폭이 좁은거죠. 마치 언제든 떠나갈 수 있고 더 나은 조건의 병원으로 이직이 당연하며 만일 그런 곳을 찾았다면 혹은 찾고 있다면 지금 이 치과에 계속 다니는 게 도리어 이상한 게 아닐까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MZ세대는 1980년대 초~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개인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세대로 치과를 선택하는 기준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능력있는 친구들은 치과를 떠나 다른 직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2021년에 개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MZ세대들과 함께 일해야 하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도 나름 X세대인데 사고의 벽을 허물기가 참 어렵네요^^ 그렇다면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제작년에 제가 컨설팅을 다니면서 직원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원장님들께 입문용으로 권해드렸던 책이 있었습니다. 바로 ‘90년생이 온다’라는 책인데요. 요새도 이 책의 2부에 나오는 90년대생이 직원이 되었을 때 부분을 읽어보는 걸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꼭 우리 병원내에서 일어나는 변화 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직원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그 해법을 찾고 있는 내용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워라밸을 중요시하고 회사에 쏟는 충성심보다는 개인적인 능력을 키우는데 더 관심이 많고 직장은 그냥 스쳐가는 곳이고 본인의 꿈은 따로 꾸는 그런 세대라는 거죠. 특히 MZ세대에게는 치과일이 노동강도는 높고 임금수준은 타 업종대비 낮은데다가 복지 환경마저 열악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 몇 년사이 시급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기존직원들과 신규직원들의 임금격차가 없어지는 일도 생기고 있는데 이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어느정도 급여를 올려주었던 호봉제와 같은 느낌의 급여체계보다는 대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업무의 난이도와 개인의 능력을 고려한 얼마나 어려운 일을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를 고려한 일한만큼 인정받는 보상을 해주는 체계를 치과에 맞게 도입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연차가 높은 직원들만 있는 치과에서도 특별히 더 업무가 추가되지 않는 한 연봉인상의 이유가 줄게 될 것이고 신규직원의 경우 치과마다 어느정도 정해진 업무를 소화하는 능력에 따른 대우를 받거나 치과에 새로운 분야의 업무를 만들어서 본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최근 병원으로 배달된 치과계 신문 1면에 게재된 기억에 남는 내용중 ‘직원 2명중 1명이 원장과 성격이 안 맞아 이직’을 한다는 헤드라인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1월 말까지 근무하고 퇴사한 직원이 있었던 터라 원장실에 마치 저에게 읽어보라고 눈에 잘 띄게 젤 위에 올려놓은 듯한 느낌적 느낌을 받긴 했지만 헤드라인을 보고 뜨끔해서 기사를 안 읽어볼 수 없었습니다. ^^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공감이 가고 좋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이 기사 링크를 컨설팅 받고 있는 원장님들께 보내 드리곤 합니다. 치과위생사가 이직 또는 사직을 결정하는 이유들, 근무중 가장 듣기 싫은 말과 행동들-이런 것들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기에 원장들이라면 더 조심을 해야 겠죠-, 근무중 기분을 좋게 하는 원장의 말과 행동, 입사 전 꼭 알고 싶은 정보, 원장이 가장 선호하는 직원, 원장이 구인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등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으니 원본을 꼭 한번 읽어 보시는 걸 강추 드립니다. 

역지사지! 원장이 아니라 직원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최고의 직장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20대 초반의 첫 직장을 구한다고 생각해보면 복지와 급여는 많을수록 좋고, 업무시간은 적을수록, 그리고 집에서도 가까울수록 좋은 거 아닐까요? 이런 생각들을 당연하게 여겨야 하고 마음이 담겨있지 않은 허울 뿐인 복지의 명목으로 몇 년 동안 근무하게 만드는 곳보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추구할 수 있고 능력을 인정하고 더 키워 줄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원장이 경영해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그릇의 폭이 넓어져야 합니다. 나를 위해 깨지고 더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나와 색깔이 다른 직원들과 협업할 수 있고 다양한 색깔의 환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이 힘듭니다. 자 오늘도 함께 한걸음 한걸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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