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The true is the G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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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 The true is the God
  • 권호근 선생
  • 승인 2021.06.0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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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수도 뉴델리에는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묘소와 뮤지엄이 있습니다. 
간디 뮤지엄 입구에는 ‘진리가 신(神)이다’라고 쓴 조그만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많은 철학자와 신학자가 신에 대하여 현학적인 정의를 했지만 이렇게 한마디로 신을 정의한 사상가는 간디가 유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군더더기가 없는 이 한마디가 신에 대한 촌철살인적인 정의이자 바로 간디 사상의 핵심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그 현판을 처음 보았을 때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인류 역사에는 여러 가지 신관(神觀)이 존재했습니다. 대표적인 신관은 희랍 철학자들의 형이상학적 신관과 유대 그리스도 전통의 인격적 신관입니다. 기독교의 인격적 신관의 신은 믿으면 은혜를 내려주고 잘못하면 심판을 하는 역사속에서 인간의 삶을 주도하는 신입니다. 희랍 철학자들의 형이상학적 신은 기독교 인격적 신과는 달리 심판하는 신이 아니라 단지 우주를 창조한 거대한 형이상학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신이란 용어대신 희랍 철학에서는 한분이라는 의미의 일자(一者)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인격적 신관이건 형이상학적 신관이건 우리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추상적이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혹자는 ‘유한한 언어로 무한한 신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언어로 정의되는 신(神)이 정의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신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하는 철학자도 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신에 대한 존재는 이성으로는 알 수 없고 경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성으로 생각하건 경험으로 체험하건 간에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혹자는 지구상 인류가 70억 명이라면 70억 개의 신관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제가 간디의 신(神)에 대한 정의에 감동을 받은 것은 단순명료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神)도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진리도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진리를 밝히기 위해서 사유하였습니다. 그러나 간디는 추상적인 개념인 진리를 사유를 통하여 보여준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간디가 생각하는 진리는 바로 ‘무저항을 통한 비폭력 평화운동’입니다.  
20세기는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와 그 결과로 발생한 두 차례의 참혹한 세계대전으로 인한 폭력이 지배하는 시대였습니다. 간디는 폭력적인 식민제국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하여 폭력을 주장한 것이 아니고 비폭력을 주장하였고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당시 많은 인도 독립운동가들이 비폭력 운동이 비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반대했지만 인도 독립을 성취한 것은 바로 간디의 비폭력운동 덕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은 바로 20세기의 사상적 변화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간디의 비폭력운동은 마틴 루터킹 목사의 흑인 인권운동과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인종차별 종식 운동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17년 전 애틀란타에 있는 마틴 루터킹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 간디의 비폭력 사상이 마틴 루터 킹 목사에게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주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폭력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비폭력이 지배하는 세계로 변화시킨 간디를 20세기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도 불가촉천민의 아버지인 암베드카르를 비롯한 일부 사람들은 간디가 카스트 제도를 없애는데 소극적이었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당시 인도의 분열을 막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간디로서는 대다수가 힌두교도인 인도에서 카스트 제도를 완전하게 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한계가 있었음에도 간디가 위대한 것은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구현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온몸으로 실천했다는 점입니다.
위대한 사상을 설파한 철학자는 많지만 그러한 사상을 몸소 실천한 사상가는 인류 역사상 흔치 않습니다. 지행합일(知行合一)이야말로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증거입니다. 모든 인류에게 간디는 시대를 뛰어넘은 인류의 위대한 스승입니다. 


권호근 선생은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였고, 모교에서 예방치과학교실 초대 주임교수, 치과대학장, 치의학대학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8월 정년퇴임했다.
이 글은 퇴임과 함께 출간된 ‘권호근 선생의 월요편지(참윤퍼블리싱)’에 실린 내용으로, 동명의 타이틀로 매월 선별해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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