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만찬] 비건 비긴즈, 채식의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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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만찬] 비건 비긴즈, 채식의 시대가 열린다
  • 월간 식당 제공, 하정곤 기자 정리
  • 승인 2021.06.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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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지던 채식문화가 최근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건강한 한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친환경 소비 행태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웰빙 트렌드가 2000년대 들어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주류 문화로 자리잡았듯 채식 또한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콘텐츠 제공 | 월간식당 month.foodbank.co.kr
문의 | 02-443-4363

 

국내 채식 인구 1000만 시대 

사단법인 한국채식비건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2009년 50만명에서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지향하는 인구까지 합하면 1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육식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채식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개인적 신념에 따라 육식을 멀리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 채식은 이미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2009년 300만명에 불과했던 비건 인구는 10년 만에 6배가 늘어나 2000만명에 달하게 됐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내 25~35세 인구 가운데 1/4가량이 채식주의자 또는 비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비건 인구는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 대만, 이탈리아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채식 인구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체육 산업 급성장…대체육 한식 간편식도 등장

비건이 핫 트렌드로 부상하게 된 건 대체육의 등장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체육 산업은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기업으로 비욘드 미트(byond meat)와 임파서블 푸즈(impossible foods)가 있다. 비욘드 미트는 2009년, 임파서블 푸즈는 2011년 각각 설립됐다. 이들 회사는 대체육으로 만든 버거 패티, 소시지, 미트볼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2019년 들어서는 샌드위치, 버거 등 간편식까지 출시하며 비건 열풍을 이끌었다. 
국내에서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Unlimeat)를 론칭하고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다양한 대체육 상품과 가공식품을 생산중이다. 또 동원F&B도 2019년 임파서블 푸즈와 독점 수입 계약을 맺으며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체육을 활용한 한식 가공식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농심그룹은 올해 초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통해 대체육으로 만든 떡갈비, 너비아니, 완자 제품을 선보였다.


채식 문화 확산 나서는 기관들

최근 들어서는 행정기관 등도 채식 문화 확산에 직접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1월 채식식당 948곳을 발굴,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는 지난 3월 ‘서울특별시 채식환경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안에는 3~5년마다 채식환경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세워 시행하도록 하고, 채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채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지역에서도 ‘채식의 날’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충북 농업기술원은 지난 
3월부터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월요일을 ‘채식의 날’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부터 모든 초·중·고에 월 2회 채식 식단을 제공하며, 울산시교육청은 이미 지난해부터 월 1회 ‘채식의 날’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전북도교육청과 광주시교육청 또한 학교별로 채식의 날 또는 ‘저탄소 식단의 날’을 지정·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최초 채식 해장국 전문점
제로비건

순댓국, 소머리 국밥, 황태 해장국….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국밥에는 고기나 해산물이 들어간다. 그런데 고기를 일체 넣지 않고 오로지 채소만으로 만든 ‘채식 해장국’이 등장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물론이다. 맛과 비주얼은 물론 속까지 편하다.

부단한 연구로 채식 해장국 개발

제로비건은 채식주의자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한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초의 채식 해장국 전문점이기 때문. 사실 그간 국내 채식요리 전문점들은 양식 메뉴가 메인인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샐러드, 햄버거, 파스타 등 양식요리는 채식 메뉴로 만들기 쉽지만 한식의 경우 나물, 해조류를 활용한 반찬 외에는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요리가 거의 없기에 채식 메뉴로 전환하려면 많은 연구가 필요해서다. 
특히 탕, 전골, 국밥은 육수를 베이스로 하는 데다 소고기 맛 조미료등 동물성 재료 비중이 높아 채소로만 맛을 표현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런데 제로비건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현재 제로비건에서 판매중인 메뉴는 메인 8가지, 사이드 2가지 등 총 10가지다. 모두 제로비건 김보배 대표가 셰프와 함께 직접 개발한 메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3차례 팝업 매장 운영…최근 정규 매장 오픈
제로비건은 ‘제로 웨이스트(쓰레기 배출량 최소화)’와 ‘비건(적극적 채식주의자)’의 합성어다. 상호명에도 드러나 있듯 김보배 대표는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해외 유학 시절 환경오염 문제를 절감하고 채식주의자의 길을 택했다. 해외에서는 채식주의자로서의 삶에 큰 불편이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말 그대로 ‘먹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든 식당이 제로비건이었다. 
김 대표는 “홍대 상수역쪽에 ‘프로젝트 하다’라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을 대여해 팝업 식당을 오픈하고 2달간 운영했다. 반응이 좋아 이후 청년키움식당, 성균관대 창업 육성 프로그램 등에 지원했고 대상자로 선정돼 또 다시 단기적으로 식당을 운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채식주의자 커뮤니티를 통해 바이럴이 일었고 호응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내 매장을 차렸다”고 말했다.


제로비건 김보배 대표 INTERVIEW

“한식은 고기맛보다 양념맛이 중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늘 도시락을 싸서 다녀야 했다. 해외와 달리 대부분의 식당에서 비건 옵션 주문이 불가능한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 밥을 못먹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했다. 거리에 식당은 넘쳐 나는데 먹을 곳이 없다는 것이. 그래서 채식 해장국을 개발하게 됐다. 제로비건 메뉴들은 일반 메뉴들과 비교해도 맛에 있어 별 차이가 없다. 어떤 고객들은 ‘고기를 넣지 않고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느냐’고 하신다. 그런데 사실 한식의 경우 고기보다 양념이나 조리법에 의해 감칠맛을 내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채소만 가지고도 충분히 맛있는 한식을 구현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제로비건을 시작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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