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19) 아빠는 딸바봉 Series III-치과기공사 딸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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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19) 아빠는 딸바봉 Series III-치과기공사 딸에게 주는 편지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07.08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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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사랑하는 내딸 민영아! 아빠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다닐 때 찍었던 때가 눈앞에 선한데 이제는 네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들인다고 생각하니 함께했던 추억들이 떠오르는구나. 어려서부터 아빠 치과에 와서 치료도 받고, 오가며 많이 보더니 네가 자연스레 치과쪽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 어려서부터 너는 손으로 만드는 것을 좋아해 종이 접기나 레고같이 만드는 것에 재능이 많았다.

고3때 네가 진로를 치과기공사쪽으로 선택한다고 얘기했을 때 손재주가 많고 예술적 감각이 있는 너인데도 아빠는 부정적인 조언을 했다. 많이 섭섭했지? 왜냐하면 아빠가 보기에는 치과기공이라는 일이 예전에는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라 예술적 감각이나 교합에 대한 개념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손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중요했지만 점점 치과계에 IT가 도입되면서 Digital dentistry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라 앞으로 치과기공산업이 크게 발달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그랬다. 그리고 현재 기공소 현실이 열악한 곳이 대부분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근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느 업계나 어려움은 있겠지만 말이다. 

손재주 좋은 너는 많은 보철물들을 이쁘게도 잘 만들었다. 네가 제작한 왁스패턴, 골드 크라운, PFM, 틀니 등을 보면 기공물도 만드는 사람의 성격이 반영되는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도 본과때 치과보철학을 공부하면서 크라운, 브릿지, 부분틀니, 완전틀니를 만드는 실습시간이 있었다. 교합기에 마운팅해서 알코올램프에 왁스 Spatula를 달궈 교두를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왁싱업을 하는데 왜 그리도 어렵던지.. 살색 스타킹으로 왁스에 광을 내고 결국 주먹같은 왁스패턴을 매몰하고 캐스팅을 했는데 뭔가 잘못 되었는지 결국 여름방학때 추가로 나와서 다시 크라운을 처음부터 재제작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네가 실습하는 것들을 보면 그래도 왁스 워머나 교합면이 다양한 모양에 맞게 제작될 수 있는 몰드도 있고 Zircornia coloring 펜이나 크림타입의 Staining같은 재료들을 보면 민영이 너한테는 필요 없는 것일 수 있겠지만 아빠와 같은 똥손들에게는 희소식일 것 같다.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이제 기공사로서 첫발을 내딛은 우리 딸. 어떻게 보면 직장생활보다 학생시절이 훨씬 편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지? 기공소에서 막내로 일하기 시작한지 이제 4개월이 넘었구나. 그동안 잘 참아줘 고맙다. 올해 초에 네가 치과 안에 있는 원내 기공소로 취직하고 싶다고 아빠에게 얘기했을 때 아빠가 해준 말 기억나니? 그래도 일반적인 기공소가 시설도 열악하고 어쩔 수 없는 도제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라 적응하기 힘들지만, 전통적 방식의 기공일을 배우는 것이 너의 커리어나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이다. 이제 막 치과계에서 처음 일하게 되는 우리 딸을 위해 몇가지 조언을 해주려 한다.

1. 도제식 교육의 전제조건은 따르는 일이다. 아빠가 국내의 많은 기공소중 OO OOO기공소를 추천해준 것은 네가 관심있는 CAD/CAM 분야에 그 기공소가 특화되어 있고, 기공소 내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단. 네가 지금 기공소에서 열심히 하고 인정받으면 너를 좋은 길로 안내해줄 사람들이 훨씬 많고 나중에 너의 든든한 지원군들이 되어줄 것이다. 

2. 5분 에티켓을 기억했으면 한다. 약속시간 5분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하나의 에티켓이다. 너무 일찍 약속시간 2-30분전에 도착한다면 근처를 산책하거나 커피한잔을 하면서 미팅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다. 

3. 사소한 것일수도 있지만 좋은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하루 15분 독서시간을 갖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소하지만 반복되는 작은 행동들을 실천함으로써 생기는 작은 성취감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다른 일상에서 활력을 가져온단다. 

4. 기공소에 있는 기계들은 생각보다 고가란다. 좁은 공간에서 왔다갔다 바삐 움직이다 보면 보철물이나 기계들이 파손되거나 손상을 입을 수 있다. 흔히 주의력이 떨어지거나 딴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다간 고가의 장비나 보철물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5. 너의 테이블은 너의 얼굴이자 너의 머리속이다. 퇴근시간이 되었다고 손에서 하던 일을 그냥 두고 퇴근을 서두르는 동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분 더 걸리겠지만 하던 일을 잘 마무리하고 주변정리를 하고 퇴근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6. 여벌의 민아세트를 준비하면 좋겠다. 기공일이라는 게 손으로만 할 수 없고 붓이건 기공 Bur건 샤프건 필요한 것들이 많다. 아예 네 것이라는 이니셜을 새긴 혹은 붙인 민아세트를 2개 만들어서 가지고 다니길 바란다. 인심도 얻고 일처리도 똑부러지게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7. 일처리에 있어선 트리플 A형이 되어도 괜찮다. 민아 네가 A형인 엄마보다 O형인 아빠의 영향을 좀더 많이 받았는지 혈액형상으로는 O형이지만 말이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크라운과 포세린 파트는 치과에서 가장 많이 하는 기본적인 전통적인 보철진료중 하나다. 보철물 제작과정만큼 중요한 것은 네가 맡은 보철물이 여러 치과에서 의뢰된 것이라 서로 섞이지 않는 일, 제작기간을 2중 3중으로 잘 체크해서 정해진 날짜에 Delivery될수 있도록 꼼꼼히 챙겨야 한다. 

8. 코로나 시대에 개인 감염관리뿐만 아니라 기공물 감염에도 신경써야한다. 치과에서 기공물을 보내면서 이 환자가 코로나 환자인지 간염과 같은 어떤 전염력이 있는 혈액학적 질병이 있는지 자세히 써주는 치과는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Rubber impression이 오건 석고가 부어져서 오건 접촉에 의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글러브를 착용하고 Face shield를 착용하며 세정제를 이용해 표면소독을 하고 작업하길 바란다. 

9. 항상 내일을 생각하면서 오늘을 지냈으면 좋겠다. 당장 오늘 하루에 치여 오늘에만 집중해서 살다보면 희망찬 미래를 꿈꿀 시간 조차 없을 수 있다.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공상에 빠져보길 바란다. 지금 당장은 기공소에서 배우는 일에 집중해야겠지만, 트렌드에 맞는 사업이나 변화하는 사회구조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민영아 너는 자랑스러운 내 딸이다. 기공소에서의 너는 막내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차로서 잘 하고 있다. 아빠가 늘 이야기하듯 좀더 넓은 시야로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쌓기 바란다. 앞으로는 Digital dentistry가 트렌드가 돼 네가 기공사 출신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꼭 치과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준비하길 바란다. 일각에서는 Chairside cad/cam의 도입으로 기공사 일자리가 감소하는 걱정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온단다. 지금부터 좀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치과 기공계의 디지털 허브를 만들겠다는 큰 뜻을 잊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내 딸.

“이끌거나 따르거나 비켜서라” -테드 터너 / CNN 창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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