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 (24)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Ⅷ-수석졸업 치과의사가 된 딸에게 주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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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러투데이] 어제보다 나은 오늘 (24) 아빠는 딸바봉 Series Ⅷ-수석졸업 치과의사가 된 딸에게 주는 편지
  • 김석범 원장
  • 승인 2021.11.2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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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원장의 어제보다 나은 오늘

중랑구 상봉동에 위치한 오늘치과. 오늘치과에는 치과 간판이 없다. 인근 지역에서 11년간 치과를 운영하다 3년 전 지금의 상봉역 근처로 치과를 이전했는데… 아직 치과를 알리는 외부 간판이 없다. 일부 환자 중 “간판이 없어 찾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어 최근엔 ‘간판을 걸까?’도 고민 중이라는데… 과연, 외부 간판 없어도 치과 경영이나 운영에 문제가 없는 것일까? 김석범 원장과 함께 작지만 강한 치과를 위한 개원 또는 경영을 주제로 평범하지 않은 그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글 | 김석범 원장(서울 중랑구 오늘치과)


사랑하는 내 딸 리아야! 이제 곧 2021년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구나.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지난해와는 다른 분위기로 훨씬 즐겁게 지낼 것 같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분위기도 나지 않았고, 네가 치과의사 국시를 앞두고 고생하고 있던 터라 많이 힘들어했지. 졸업식도 온라인으로 진행돼 가족끼리만 일요일에 따로 조촐하게 학교에 가서 석사모와 마스크 쓰고 사진 찍은 일도 기억이 나고. 하지만 훌륭하게도 학부기간 내내 1, 2등을 하며 수석으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과의사면허 시험을 잘 통과해 고맙고 대견하다. 참, 본과 2학년 때였던가 대학 수석인 리아 덕분에 총장님 공관에 초대받아 함께 식사하던 날 어찌나 뿌듯했었는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될 것 같다. 나이에 따라 행복의 기준이 다르다는 말이 맞는 듯하구나.

리아야. 너는 어려서부터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보다는 집콕하는 것을 좋아했었어. 너무 집안에만 있으려 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아빠는 네가 혹시라도 사회성이 부족해지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단다. 그래서 혹시 기억나니? 책을 덮고 동네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고 오면 용돈도 줬었는데. 엄마와 내가 저녁 10시가 되면 방에 불을 껐는데 몰래 이불 속에서 손전등을 켜고 책을 읽다가 들켜 몇 번 혼나기도 했지. 아빠 생각엔 리아 네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안경을 쓴 이유가 이불 속에서 몰래 책을 봐서 그러니 않았나 생각이 든단다. 어쨌든 투명색 안경을 처음 맞추던 날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구나. 아빠도 엄마도 다 안경을 쓰고 있어서 유전적인 면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책 읽기를 좋아했던 리아 너는 시험만 보면 전교에서는 거의 1등을 도맡아 해왔고 전국석차를 알 수 있는 시험을 봐야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알 수 있는 정도였었다. 아빠 엄마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해본 적이 없이 오히려 일찍 자라고 건강 해친다고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까. 아빠는 치과대학을 다니면서 시험 전날 매번 밤새 족보와 씨름하면서 자는 둥 마는 둥 몽롱한 상태에서 아침에 시험을 보는 일이 일상이었고 또 그렇게 많이들 함께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했었단다. 그런데 리아 너는 치과대학을 다니는 와중에도 시험 기간에도 12시면 자고 아침에 일찍 시험을 보러 가는 모습을 보면 ‘저렇게 공부하는 사람도 있긴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단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너와는 성격이 정반대인 네 동생 민아에게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2배 이상으로 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엄친아 같은 엘리트 코스로 치과의사가 되어 선배 치과병원에 취직해 사회에 나온 지도 1년 남짓이구나. 학교생활과 실제 병원 업무와는 차이가 많을 거라고 아빠가 수차례 이야기했지? 이제는 병원에서 일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협업이 많은 게 치과의 프로세스이니까. 아직은 햇병아리 원장님이지만 앞으로 더 멋지게 성장할 리아를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해주려 한다.

1. 리아 너의 장점을 극대화하길 바란다. 독일 화학자 리비히(Liebig)의 ‘최소율의 법칙’이라고 들어본 적 있지? 여러 개의 나무판을 잇대어 만든 둥근 나무통이 있을 때 어느 한 나무판이 다른 판에 비해 높이가 낮으면 아무리 물을 부어도 다 흘러넘쳐 결국 가장 낮은 나무판의 높이만큼의 물만 담을 수 있다는 법칙 말이야. 아빠는 지금껏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해왔다. 하지만 요즘은 자신의 숨은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을 쫓기만 하는 사람은 아무리 쫓아도 그들을 앞서기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잘 하고, 지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를 권한다.

2. ‘Girls, be ambitious!’ 큰 목표를 갖고 방향성 있게 노력하길 바란다. 이 세상에 충치균을 없애는 일? 치통이나 마취의 고통에서 인류를 구하는 일?^^ 허황될지 몰라도 기술이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 리아 너는 고된 노력 끝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했다. 대견하고 축하할 일이다. 이제부터는 더 좋은 치과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좋은 치료를 위한 기술을 익히고 경험을 쌓아야 한단다.

3.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뭔가를 계획할 때 과도한 목표를 정하고 지쳐 그만두는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다. 큰 성공 이전에는 잦은 작은 성취감을 먼저 이뤄야 한다. 네가 자신있어 하는 공부를 예를 들자면, 누군가에게는 평생 전교 1등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도 50등에서부터 30등을, 다시 20등에 도전해보면서 느껴지는 노력에 대한 성취감을 경험한다면 전교 1등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고, 결국 이루는 사람도 있다. 드물겠지만 말이다. 리아 너도 뭔가 부족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면, 작은 것부터 바꾸는 좋은 습관을 들인다면 훗날 이런 작은 성취감들이 큰 행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4. 지금 너에게 치료받는 환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빠가 본과 3학년 때 처음으로 원내생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던 때였다. 실제 환자를 치료하려니 어려움이 컸다. 입에 물이 조금이라도 고이면 벌떡 일어나는 환자도 있고. 아! 아빠의 첫 사랑니 발치 환자가 생각나는구나. 하필 canal에 걸쳐 깊숙이 매복된 케이스라 초긴장해 시간도 걸렸고 엘리베이터의 어디를 지렛점으로 삼을지 몰라 허둥대는 초보 원내생에게 고생이 많았던 고마웠던 20대 환자분. 발치 이후 과다 출혈로 쓰러지지 않았을지 걱정돼 늦게 전화를 해보니 다음날 소주를 마시며 소주로 드레싱하면 안 되겠냐는 농담도 하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5. 스트레스 관리에 힘쓰면 좋겠다. 똑똑하고 합리적인 너에게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합리와 부조리, 불평등이 가득한 곳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빠나 엄마도 너와 동생을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교육했고. 네가 몇 달 전 병원을 계속 다닐지 진지하게 말했을 때 아빠가 리얼하게,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지. 이 세상은 평등하지 않다고 말이다. 앞으로 더 크게 다가올 수많은 스트레스를 극복한다면 어느덧 성장한 너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6.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는 아빠나 주변 선·후배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좋은 습관을 들이기를 바란다. 네가 똑똑하기 때문에 네가 겪는 시련들을 혼자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네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겠지. 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이룬 것들과 치과 쪽 경력은 별개란다. 그리고 네 주변에는 항상 네가 잘되기를 바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먼저 손을 내민다면 기꺼이 도움을 줄 것이다.

7. 치과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성실하다. 치료받은 환자가 다음날 아프다고 연락하면 치료를 잘못했나?, 라고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환자를 케어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간혹 윤리의식이 떨어지는 이들도 있으나 이를 대다수로 생각하면 안 되겠지. 미꾸라지가 많을수록 정도를 걷는 치과의사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다.

8. 마지막으로 자세 이야기다. 아빠가 면허증을 받고 수련을 받기 전에 인천에서 오래전 개원하신 사촌 형님 치과에 들렀을 때 치료 시 자세를 말씀하셨다. 계속 앉아서 일하는 후배 치과의사를 위해 안쪽 치아를 보려면 다이렉트 뷰보다는 허리를 세우고 미러뷰를 연습하라는 형님 말씀이 떠오른다. 아빠 치과에 있는 ‘O(Zero)으로부터의 궤적’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하나 더! 네 할머니의 말씀인데 덴탈라이트를 위에서 환자 입에 수직으로 비추도록 해라. 할머니가 대학병원 보존과에 제일 높은 과장님께 신경치료를 받았는데 미러를 항상 그 위치에 두고 치료하신다고 알려주셨다. 아빠가 원내생 때 할머니를 치료하며 미러를 요리조리 움직이던 걸 보시고 이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아빠는 지금도 미러는 환자의 입 위에 수직으로 놓는단다. 그러면 90%는 환자나 술자의 머리에 라이트를 부딛히는 일이 없다. 한번 시전해 보렴.

리아야! 내 딸이 되어줘서 고맙다. 아빠는 성실함을 정답으로 알고 살았다. 하지만 목표에 집중하는 힘이 있는 너는 방향만 잘 잡는다면 더 행복한 삶을 만들 것이다. 맑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세상에 좋은 향기를 남기면 좋겠다. 사랑한다, 내 딸. 너의 영원한 서포터스 아빠가.

“모든 어려움 뒤에는 인간관계에 따른 문제가 있다”-데일 카네기 / 데일카네기연구소 설립자


 

PS. 올해 5월달부터 8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아빠는 딸바봉 시리즈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마무리합니다. 처음 이 시리즈물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로 인해 움츠려들고 짜증이 커질 수 있는 상황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치과 구성원들을 배려해 보자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나와 함께 하는 간호조무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코디네이터, 치과관련 재료나 장비업체 대표, 총괄실장, MDEET 출신 부원장, 치과대학 출신 부원장에 이르기까지… 이분들은 다들 본인의 위치에서 조금 더 부가적인 노력을 해가며 병원을 이끌어온 고마운 사람들이며 누군가의 귀한 딸들이기 때문입니다.

덴포라인 6월호였었죠? ‘치과위생사 딸에게 주는 편지’편. 치과 대기실에 비치해둔 덴포라인을 읽고 나서 한 환자분이 올해 새로 들어온 막내 위생사를 제 딸이라고 확신하면서 “원장님 따님이시죠? 저 때문에 늦게 끝나셨는데 이따가 퇴근하면서 한 잔씩 드세요~” 하고 카톡 선물하기를 주셨더라구요.ㅎㅎ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치과에 계속 오시면서 글을 읽으시면서 딸들이 그렇게 많았냐고 오해하실까봐 픽션이라고 제일 먼저 스포를 해드렸네요.

컨설팅을 하면서 여러 원장님들을 만나게 되는데, 가끔 동료 직원들에게 특히나 치과 외부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치과재료 쪽 직원이나 영업사원들에게 홀대를 하는 원장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 역시 진료에 집중하다 보면 약속 없이 찾아온 귀한 남의 회사의 직원들을 1시간 이상 기다리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4년 전부터는 시간 약속을 하고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내 시간이 소중하면 남의 시간도 귀하게 여겨야 하죠.  

치과의사들 사이에서 치전원 출신 치과의사와 학부 때부터 치의예과를 거쳐 치과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들을 차이를 어필하기 위해 성골 진골 운운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됩니다. 이는 스스로를 좁은 울타리 안으로 밀어 넣는 느낌입니다. 학제 시스템보다는 개개인의 성향이나 성품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위드 코로나시대. 바이러스와 동행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이미 내 곁에 있었던 동료들과 먼저 함께 같이 갔으면 좋겠습니다.

2022년에는 개원을 앞두고 있는 원장님들께 실제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는 ‘BETTERTODAY와 함께하는 REAL 성공개원 특집’으로 새롭게 찾아뵙겠습니다. 외롭지 않게 함께 멀리 가요.  BETTERTODAY 김석범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외롭지 않게 함께 멀리 가요.
원장 Friendly BETTERTODAY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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