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치과의사] (36) Brian & T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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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치과의사] (36) Brian & Tim
  • 박진호 원장
  • 승인 2021.12.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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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치과의사 박진호

Brian S.이라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오랜만에 병원을 찾아왔다. 어금니 하나가 살짝 깨져 고치러 온 것이었다. 오랜만에 스케줄에 올라온 이 친구의 이름이 반가운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지금은 40대 중반 중년이지만, 이 친구의 외모는 정말 할리우드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런데 우리가 이 친구를 기억하는 이유가 이 외모 때문이 아니다.

이 친구에겐 4살 많은 형이 하나 있다.형의 이름은 Tim S.인데 약간 지능이 떨어진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미스터 빈’으로 불리는 영국 배우 로완 앳킨스의 모습이랑 꼭 닮았다. 어느 날 Brian이 이 형을 병원으로 데리고 왔다. 우리가 진찰을 했는데 성한 이가 하나도 없어 발치와 틀니 제작을 시작했다. 워낙 많은 치아를 발치했고 Recover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라 치료 기간이 자꾸만 연장이 되곤 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Brian이 형의 진료실에 형보다 먼저 들어왔다. 그리곤 나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한다. 벌써 그의 표정은 많은 굳어 있었고 뭔가 심각한 말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의 요점은 이것이었다. “어렵게 형을 우리 병원으로 데리고 오고, 자기들도 일하는 스케줄을 조정해서 같이 오는데 치료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것 같고, 아직도 아무런 결과를 못 내고있다. 형은 표현을 잘 못하지만 몇 달째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것이었다. 순간 뭐가 묵직한 것에 머리를 맞은 느낌이었다. Communication이 원활하지 않았던 Tim에게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이 분명 있었다. 그리고 또 우리가 제대로 Follow Up 스케줄을 만들지 못해 치료과정을 방치한 부분도 있었다. 쉽진 않았지만 Brian에게 바로 사과를 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점이 분명 있었고, 지금부터라도 Tim의 치료에 집중하겠노라 했다. 그렇게 Tim의 치료는 속도를 냈고, 새로 만든 틀니로 식사를 잘하는 것까지 확인하고 겨우 마음을 놓았다.

그런데 조금 생각을 해보니 이 Brian이라는 친구, 너무 멋있지 않은가? 그 장애가 있는 형을 직접 데려와 치과치료를 시작하게 만들어 주고, 끝까지 곁에서 그를 대신해 우리에게까지 힘든 말을 하며 그 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우린 감동할 뿐이었다. 외모도 출중한데 그 마음씨까지그러니 반할 수 밖에 없었다. 오늘 몇 년 만에 다시 만난 Brian에게 Tim의 안부를 물으니 지금은 캐나다에 있다고 한다. 반드시 안부를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식사는 잘하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이렇게 매일의 치료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언제나 부족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또 많은 인생 공부를 하는 것 같다. 그것이 비단 미국이나 한국이라는 지역 경계를 떠나서 어떤 직업이든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직업은 치과라는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많은 환자들과 인연을 맺어간다. 그 가운데에는 내가 그들에게 만족할 만한 치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좋은 사람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그 반대의 경우도 생겨 많이 상심하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반복되는시간 속에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풍부한 이 직업에 정말 감사할 뿐이다.

어릴 적 국문학도를 꿈꾸며 시인이 되는 것을 꿈꾸며 살아온 내가 생각지도 않은 미국 이민을 왔고, 미국 중산층 마을에서 치과를 운영한지 23년째가 되어간다. ‘덴포라인’이라는 좋은 인연을 만나 어릴 적 글을 쓰고 싶어 했던 오랜 소원을 마음껏 풀어본 것 같다. 내가 쓰는 글에 점점 같은 내용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젠 쉬어갈 때가 된 것 같다. 미국에서 평범한 미국 분들을 치료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쓰고 또 한국과 다른 치과환경이 있으면 소개하고픈 마음이 많았으나, 그것이 얼마나 충분히 전달되었는지, 또 행여나 지면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하는 죄송한 마음도 든다.

3년 동안 부끄러운 내 글을 읽어준 한국의 치과 동료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아낌없는 후원을 베풀어 준 덴포라인에 무한한 감사와 지금도 진료현장에서 수고하는 동료들에게 코비드가 극복된 2022년 밝고 건강한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박진호 원장님과 와이프 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박진호 원장님과 와이프 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박진호 원장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다. 부모님을 따라 19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그 곳에서 대학을 나와 치과의사가 되었고, 현재는 펜실베이니아州 필라델피아 근교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E메일은 <smile18960@gmail.com>이다.

☆ 2019년 1월호부터 3년간 미국에서 매월 감동을 주는 좋은 글을 보내주신 박진호 원장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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