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1) 점화(點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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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1) 점화(點火)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1.12.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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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소개팅을 나갔는데 그 앞에 정우성처럼 생긴 멋있는 사람이 나왔다고 해보자. 그런데 말수가 적고 조금 어눌하다. 그것을 마주 대한 여성은 그 사람이 말을 못 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까 아니면 진지하고 과묵한 남성이라고 생각할까? 대부분은 후자일 것이다. 이미 그 사람의 외모에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그 뒤에 이어지는 것들은 웬만큼 나쁜 것이 아닌 이상 그 외모에 덮이고 만다. 앞서 들어온 시각, 청각 등의 자극이나 정보가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생각을 활성화시키는 점화(點火, priming)로 작용하고 그 이후에 들어오는 자극이나 정보의 해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점화 효과(點火 效果) 또는 프라이밍 효과(Priming Effect)라고 부른다.

맛집 리스트가 정말 많아졌다. 원조가 아닌 집이 없고 방송 한번 안 나온 집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중에는 정말 맛있는 집도 있고 소문을 듣고 갔는데 별로 맛이 없던 집도 있었다. 그런데 입소문이란 것이 무서운 것이, 소문을 듣고 찾아간 곳의 음식 맛이 기대 이하이고 평범하고 표준적인 맛이라도 누가 물어보면, “괜찮아, 맛있는 것 같아”라고 말할 때가 많다. 소문이 자자한 집인데 비난할 정도로 맛이 없지 않는 한 다수의 의견에 끼어 동의하게 되는 것이 일반 사람의 심리다. 이것도 미리 얻은 맛집에 대한 정보가 나중 정보인 실제 음식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백화점의 1층에 많은 명품매장이 있는 것도 프라이밍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층에 들어서자마자 할인코너가 즐비하다면 대형마트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명품 숍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마트가 아닌 ‘백화점’에 왔다는 인식이 미리 심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명품숍이 아닌 다른 층을 올라가더라도 가격에 대한 저항이 낮춰지는 효과가 있다.


순서가 중요한 말
인식의 순서가 이렇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대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앞뒤의 말이 상대적이면 그 말의 순서가 의외로 중요하다. 예를 들어 “그 친구 잘생겼는데 말을 못 해”라는 것과 “그 친구 말은 잘 못 하는데 잘생겼어”를 비교해 보자. 당신이 그 친구라면 어떤 말이 더 좋게 들리겠는가. 이처럼 뒤의 자극이나 정보가 앞에 있는 것을 덮어버리는 것을 나중효과 또는 최신효과(Recency Effect)라고 한다. 이처럼 기간 중 발생한 모든 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의 일이 과거의 일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연말 시상식에서도 종종 보인다. 후반기에 방영된 드라마의 배우가 상반기 드라마 배우보다 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

상반된 말을 하게 되면 강조하고 싶은 것과 전달하고 싶은 것을 뒤에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구강위생 관리가 중요해져서 환자와 유지관리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하게 된다. 이때 말해주는 순서가 중요하다. 대부분 관리를 잘 못하는 부위가 있기 마련인데 그래도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되면, “여기 이 부분이 잘 안 닦이셨는데 전체적으로는 관리를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말한다. 만약 관리 안 되는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면, “전체적으로는 관리는 잘하려고 노력하시는 게 보이는데, 이 부위는 전혀 관리가 안 되고 있어서 더 노력하셔야 합니다”라는 식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말의 순서를 통해서 강조하거나 기분 나쁘지 않게 말을 전달하는 기술은 필요하다.

프라이밍 효과의 음과 양
입소문을 이용하는 마케팅을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버즈 마케팅은 벌레가 윙윙거리듯 입소문으로 웅성거리는 것을,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듯 사람에서 사람으로 입소문이 퍼지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병원 마케팅에서 프라이밍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처럼 단연 입소문을 듣고 오거나 지인의 소개를 받고 내원하는 경우다. 대부분 이런 분들은 좋은 이미지로 내원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프라이밍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제공되는 서비스를 실제로 평균보다 더 높게 평가해주시고 만족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프라이밍 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 있는 경우 만족을 주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프라이밍 효과에 의해서 서비스를 받은 사람들, 즉 병원에서 입소문이나 소개를 받고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도 나뉘게 된다.

첫째는 다시 좋은 소문을 내주는 사람이다. 일단 입소문에 걸맞은 예상된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한 환자는 ‘역시 소문대로네요. 치료 잘 받았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환자는 또다시 좋은 입소문으로 소개 환자를 창출해 줄 것이다. 기대치가 높았지만 그 이상의 만족을 얻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둘째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경우다. 평균적으로 만족한 환자는 “그런대로 괜찮네요”라고 할 것이다. 기대한 것과 비슷하거나 조금은 못 미치지만 평범하게 만족하는 정도다. 하지만 이 환자는 굳이 발 벗고 나서서 좋은 소문을 내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셋째는 안티 고객이 되는 경우다. 기대를 많이 한 것에 비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람은 이전의 정보를 준 사람마저 불신하게 된다. 그리고 잘못된 정보를 고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서서 부정적인 소문을 퍼뜨리게 된다. 이 세 번째가 가장 문제다. 프라이밍 효과를 기대하고 소개 환자들이 웬만하면 만족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 되는 경우다.

이처럼 프라이밍 효과에 따른 서비스 응대의 문제점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즉, 이전의 좋은 정보 때문에 평균적인 서비스를 그 이상으로 평가해주는 경우와 과도한 기대치로 인해 평균적인 서비스가 안 좋은 서비스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것 말이다. 따라서 늘 염두에 두고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환자가 실제로는 만족하지 않고 있는데 만족하고 있다고 오해를 하는 경우다. 소개 환자의 경우에는 소개한 사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심한 컴플레인은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칫 불만 사항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하면 놓치기 쉽다. 자칫 그것이 누적되면 나중에 커다란 컴플레인으로 돌아올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고객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져서 보통 제공하는 평균적인 서비스 그 이상의 것을 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다. 대부분 금액 할인을 통해 그 부분을 채우려고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핫버튼을 잘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라이밍 효과 때문에 좋을 수도 아니면 더 괴롭고 힘들 수도 있는 의료서비스의 실제 현장은 이렇듯 늘 윙윙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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