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4)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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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4) 흔적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2.03.0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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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등불을 든 여인 또는 백의 천사라고 불리는 나이팅게일은 사실 여성 최초로 영국 왕립 통계학회 회원으로 선출된 뛰어난 통계학자다. 1854년 크림전쟁에 파견된 영국 간호 사단의 간호장교였던 나이팅게일은 야전병원의 위생 상태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침대 시트는 제때 갈지 않아서 피고름이 베어 악취가 진동했고, 썼던 붕대를 버리지 않고 돌려썼다. 그녀는 우선 환자들의 영양 상태와 위생을 먼저 개선하기로 했다. 개인 식기를 구매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제공했다. 붕대는 항상 새 걸 썼고 침대 시트는 더러워지면 바로 갈게 했다. 병원 바닥은 하루에 한 번씩 닦도록 지시했다. 나이팅게일이 장교가 아니고 말단 간호사였으면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장교로 파견된 것이 인류에게는 행운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당시는 감염병이 밝혀지기 전이었지만 감염을 일으키는 비위생적인 환경을 개선한 것이다.

그녀는 전쟁 중에 있었던 모든 것들을 데이터로 만들었다. 환자에 대한 모든 기록뿐 아니라 침대 시트와 수건, 필요한 환자복의 숫자까지 모두 날짜별로 기록했다. 그녀가 작성한 <영국 군대에 관한 노트>의 분량은 1,000페이지를 훌쩍 넘는다. 그 기록에 의하면 비위생적인 병원에서 죽어간 병사가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보다 많았다. 그런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오는데 바로 빅토리아 여왕이 그녀를 파티에 초청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통계를 ‘장미 그림(Rose diagram)이라는 그래프로 만들어 숫자를 싫어하는 여왕이 보기 쉽고 이해가 잘되도록 했다. 그 노력을 알아본 여왕은 병원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왕립위원회를 편성하게 된다.
 

집계와 분석
치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직원들과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실무자들이 데이터 관리가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것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에 너무 치중되고 소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그저 집계에만 그치게 하면 수집에만 그치고 정작 활용은 하지 못하는 정보의 홍수일 뿐이다.

데이터는 수집하는 것이 우선 가장 중요하다. 모아놓은 데이터가 많아야 분석도 다양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초진 시 가장 많은 정보가 쌓이게 된다. 성별, 연령대, 거주지, 직업군, 원하는 진료 시간대, 통화 가능한 시간대, 내원 경로, 의사결정권, 타 병원 방문 여부, 치료 시 가장 중요시하는 핫버튼, 등 모든 항목이 꼼꼼하게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환자는 초진 시 조사에서만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의외의 모습은 진료 중에, 수납 시에, 혹은 리콜 시에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원 전, 온라인 상담, 신환접수, 상담, 진료, 수납, 컴플레인, 해피콜, 재내원 시기의 모든 접점에서 데이터는 쌓여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환자의 흔적을 놓치고 있는 걸까?

데이터는 일단 많이 모여야 의미가 있지만, 단순히 집계만으로는 얻는 것이 제한적이다. 분석을 제대로 해야 빅데이터는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나이팅게일이 통계를 분석하고 시각화해 정확한 의미를 부여한 다이어그램 만들지 않고 단순히 숫자만 나열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분석을 위해 목적을 정하고 세분화하라
환자가 지나간 자리는 흔적이 남는다. 하지만 그 흔적은 기록하지 않으면 없어진다. 그 기록이 데이터고 그 데이터를 입력하는 행위가 바로 환자의 흔적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굳이 기록하려는 의도는 우리가 원하는 병원의 미래를 그 기록을 통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양도 중요하지만 세분화된 항목으로 나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내원 경로를 묻는 초진 질문을 예로 들어보자. 단순히 ‘소개 환자가 많다’라는 분석은 제한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소개 환자를 좀 더 세분화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소개 환자의 성별, 나이, 직업군, 치료를 받은 항목, 담당 의사, 지불한 금액의 단위, 구강위생 관리 상태, 등 세분화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지난달 소개 환자가 좀 많았다’라는 분석과 ‘심미 보철을 담당하는 OO 원장님의 전문직 40대 여성분들의 소개 환자가 가장 많았다’라는 분석은 다르다.
 

고객 경험 관리에 포커스를 맞춰라
고객 경험 관리가 중요한 대세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다만 그 방법이 워낙 다양하고 자신의 병원에 맞는 색을 입히기 어려워서 힘들 뿐이다. 성공적인 경험 관리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첫째는 고객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시점에 행해지는 서비스는 하면 본전이고 하지 못하면 마이너스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한 시점이라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둘째는 기대한 것 이상의 경험을 주는 것이다. 해피콜을 직원한테 받을 줄 알았는데 담당 원장이 직접 안부를 묻는 전화를 한다면 어떨까? 그 병원을 쉽게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 항상 나름의 서비스관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매출이 하락하고, 환자의 유입은 감소하고, 컴플레인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나서 서비스 전략을 세우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다. 고객 경험 관리에 있어서도 하인리히의 법칙(Heinrich’s law)은 유효하다. ‘1:29:300’의 법칙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가벼운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것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이다. 고객 경험 관리의 데이터를 미리 잘 분석하면 치명적인 컴플레인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의 기대감을 파악하고 컴플레인을 해결하는 것에도 데이터는 매우 중요하다. 환자가 컴플레인하는 접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그 전의 접점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위에서 언급한 세밀한 접점에서의 데이터 관리는 필수인 것이다.

잘 정리되지 못한 통계, 데이터 분석은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병원의 미래상을 그려보고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정형화된, 그리고 직원들이 지치지 않고 관리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 언제든지 쉽게 입력하고 결과를 볼 수 있는 편의성을 고려해 그 틀을 잡아가야 한다. 최근 전자차트에 이런 기능이 추가되거나, 새로운 데이터 분석을 제공해주는 업체들이 생기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곧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경제적인 툴이 대중화될 것이다. 일단 본인이 원하는 미래의 병원을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데이터를 축적해보자. 곧 그 데이터는 ‘빅’해질 것이고 소중한 병원의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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