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치과의사] (4) 영국인 구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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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치과의사] (4) 영국인 구강 상태
  • 정우승 원장
  • 승인 2022.04.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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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치과의사 정우승

부끄러운 얘기지만 영국인들의 구강을 들여다보면 평균 치아 6개는 소실되어있다. 처음 개업을 하고 구강상태를 보고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전 영국인(웨일즈와 북아일랜드까지 포함) 전 국민의 6%, 즉 270만은 치아가 전무하다는 통계도 있다. 가히 경이적인 수준이다.

원인의 한 가지는 1년 소비량이 8.4kg에 달하는 세계 7위의 초콜릿에 대한 사랑 때문인 것 같다. 저작에 필수적인 구치가 없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정부에서 초콜릿 포함 모든 과자류에 쏟아부었던 어마무시한 설탕 함량의 위험성을 뒤늦게 깨닫고 강한 규제를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대합치가 빠져서 저작의 심각한 곤란이 예상되는데 물어보면 용케 아무 문제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김치나 나물처럼 오래 씹어야 하는 질긴 섬유질이 아니라 주식으로 물컹물컹한 감자튀김, 빵, 밀가루, 샐러드를 주로 섭취하는 음식의 물성과 관련이 있겠지만 추가로 소화력, 즉 강인한 위장의 힘과 더욱 관계있는 듯하다. 고기도 거의 몇 번만 대충 씹고 넘겨도 위에서 모두 강력하게 분해된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5번에서 5번까지의 수복이 다수치아 상실 환자의 1차 치료 목표라는 이런 현상은 전 치료가 무상 의료 보험으로 가능했던 예전의 사회적 분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90% 치과가 private(개인이 치료 전액 부담) 환자와 국가 의료보험 환자를 병행해서 진료하는 추세로 들어선지 꽤 되어서 성심껏 치아수복에 힘쓰지만, 예전에는 번거롭고 귀찮은 신경치료는 될수록 피하고 아프면 발치하고 그냥 방치해도 별 문제 없이 잘 지내는 자연스러운 상태로 인식이 됐던 탓이다. 
1943년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의료서비스)가 처음 시행될 때 18세 이상 국민의 4분의 3이 총의치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니….

급기야 1951년 재정이 고갈되어 전액무료에서 일부 부담으로 바뀌면서 치아 상실 방치 현상이 가속화되었다. 이런 이유로 임플란트 잠재 수요는 상상초월. 이른바 블루오션이나 보험적용이 안되므로 비용 때문에 실제 수요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원화 225만원~375만원 사이). 그래서 가격이 절반도 안 되는 터키나 동유럽(폴란드나 헝가리)으로 가서 임플란트도 심고 관광도 하는 여행 상품이 성행한다.

참고로 현재 NHS 치과 1년 예산은 34억 파운드(5조 1천억)인데 그나마 private 치과에서 환자가 지불하는 돈(3조4천억)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돈이 영국 인구 6천8백만 구강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렇게 항상 예산부족으로 시달리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2006년에 새로 시행된 UDA(unit of dental activity)시스템을 보면 치료를 band 별로 나누어서 필링을 5개를 하나 1개를 하나 어느 밴드에 포함시켜 보험신청을 하게 했다.

참고로 Band 1: £23.80(36,000원)을 내면 검진, 엑스레이, 스케일링과 치료계획까지 받을 수 있다(치의는 1 UDA를 보건부에 신청가능). Band 2(97000원)는 밴드1의 항목을 포함해 모든 충전, 근관치료 발치, 간단 수술을(3 UDA), Band 3(384,000원)을 내면 Band 1과 2 항목 외에 기공작업이 필요한 크라운, 브릿지, 덴쳐를 포함한다(12 U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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