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 타밀나두주 폰티첼리에 미래 인류의 이상향 구현을 실험하고 있는 ‘오로빌(Auroville)’이라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인도의 영성 지도자 스리 오로빈도와 제자인 프랑스 여자 마더가 설립한 오로빌은 유엔의 지원하에 1968년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소망하는 의미에서 설립된 실험적 공동체입니다. 지구 공동체를 구현한다는 설립 취지를 따르는 상징적 의미에서 134개국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나라 흙을 가져와서 중앙 광장에 모으는 행사를 한 바 있습니다.
오로빌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스리 오로빈도(1872~1950)는 인도 상류사회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이 영국으로 유학가서 캠브리지 대학에서 수학한 그는 졸업 후 간디에 앞서 인도 독립운동에 투신하고 옥고를 치르게 됩니다. 가혹한 투옥 생활 중에 요가 수행을 통해 영성 지도자로 거듭납니다.
출옥 후 당시 프랑스 조계지인 폰티첼리로 피신하여 두문분출하면서 저술과 요가 수행에 몰두합니다. 자서전격인『유쾌한 감옥생활』이라는 책을 보면 콘크리트 감옥 벽도 오로빈도의 자유로운 영혼은 가두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의 행적은 자신의 고난을 좌절이 아닌 삶의 단련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남아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떠올리게 합니다.
스리 오로빈도의 사상을 간략히 요약하면 인간은 영적으로 진화하여 궁극에는 평화로운 이상적인 지구 공동체가 구현된다는 것입니다. 우주 빅뱅 이후 지구가 탄생된 이래 무기질에서 유기질이 생기고 유기질이 생명체로 진화하여 인류가 탄생하였듯이 인류가 점차 진화하다보면 생물학적 진화는 영적인 진화로 발전하여 영적으로 완전히 성숙된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다고 주장합니다.
칼 마르크스가 역사 발전에 있어서 경제 결정론에 의거하여 자본주의는 구조적인 모순으로 인해 스스로 사멸하고 이상적인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경제결정론 주장을 하였다면 오로빈도는 영적 진화를 통한 인류의 이상향의 도래를 주장합니다. 오로빈도는 이러한 영적인 진화를 위하여 명상과 요가 수행을 할 것을 권합니다.
오로빌은 이러한 오로빈도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립된 공동체입니다. 오로빌에서는 모든 주민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일을 해야 하며 봉급은 교육 수준이나 기술 수준에 상관없이 모두 같습니다. 돈은 탐욕의 근원이라고 생각하여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봉급도 돈으로 주지 않고 각 개인의 구좌에 숫자로만 표시됩니다. 공동체 매장에서 구매를 하면 각 개인의 구좌에서 금액이 빠지는 시스템입니다.
또한 오로빌은 친환경 계획도시로 건립되었습니다. 환경 파괴를 방지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위하여 에너지는 가능한 한 태양열을 사용하고 친환경 농법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여 물건을 만들어 사용하고 판매합니다.
행정은 있지만 군림하지 않는다는 모토로 중요한 사항은 주민 회의를 통하여 민주적으로 결정합니다. 오로빌의 철학은 민족이나 종교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 지구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함께 사는 지구인 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자본의 지배와 소비지상주의를 지양하고 가능한 자급자족 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오로빌 중심부에서는 도시의 핵심 건물인 만트리 만드리라는 지구 모양의 명상센터가 있고 내부에는 12개의 기도실이 있습니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도시가 계획되어 있고 현재도 새로운 건물들이 지속적으로 건립되고 있습니다. 인간 안에 존재하는 신성(divinity)을 통한 영적인 인류 진화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 오로빌에서는 지금 진행 중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하버드 대학 교수가 쓴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는 역사적 사례 분석을 통하여 폭력으로 인한 사망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그 이유로 우리 본성 안에 내재된 선한 천사인 공감능력(Empathy)과 이성 그리고 자기절제 능력을 들고 있습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당시 인간에게 신성(Divinity)을 주었기 때문에 영적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실험이 오로빌에서 진행 중입니다. 오로빌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