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치과의사] (7) 환경적으로 성한 치아가 없는 집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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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치과의사] (7) 환경적으로 성한 치아가 없는 집시들
  • 정우승 원장
  • 승인 2022.07.11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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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경부터 그리스,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등으로 집시 부족을 대상으로 열악하기 짝이 없지만 괴나리 봇짐을 싸듯 이동용 장비를 큰 이민가방 2개에 넣고 봉사 진료를 다녀왔다. 

초기부터 그럭저럭 쓸만한 중국제 이동용 핸드피스(시중의 90%가 made in china) 발치기구와 레진 필링을 위주로 짐을 꾸렸다(하지만 역시나 엔도 파일도 쓰게 되고…불가피하게 영구치 pulpotomy도 꽤 하게된다) 현재는 동유럽쪽에 집시만 약 220만이 거주한다고 한다. 

집시라는 단어는 이들이 유럽에 들어올 때 이집트에서 발행된 통행증을 들고 이집트의 민족임을 자칭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언어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대 인도인(특히 펀잡 지방)의 후손이라는 것과 집시와 이집트인은 상관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다. 

정작 자신들은 집시란 단어를 아주 싫어하고 Rom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는데 ‘인간’이란 뜻이란다. 
나라 없이 대부분 유랑생활하며 저임금 노동자로 살다보니 여러모로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유럽 전역에서 도둑질, 사기, 유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히틀러가 유대인이나 슬라브인, 동성애자들과 함께 민족말살의 대상에 포함시킬 정도였으나 수용소에 끌려가 죽은 집시의 수가 엄청나게 많음에도 독일은 아직까지도 이에 대해 별다른 사죄나 반성이 없다. 

다른 승전국들도 인권단체 몇 개를 제외하곤 이에 대해서 별 요구를 하지 않는다. 나라 없는 민족의 지극히 서글픈 현실이다. 미주 신대륙에서는 백인들처럼 처음부터 정착해야 되는 입장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현지사회에 융합된 경우가 대다수라니 참 다행스런 일이다. 

집시들은 옛조선처럼 부모님들이 정해준 배우자와 결혼하는 조혼풍습이 있어 현재까지도 13살에 혼인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40대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생활습관, 음주와 영양 문제 등으로 50대에 조기 사망한다.(당연히 가정을 돌보지 않고 집을 나가는 경우도 많아 교육 부재로 인한 불안정적인 가정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래도 도시의 잘 사는 가정을 방문해보면 우리나라 60~70년대를 연상케 한다. 탄탄한 장학금제도라도 만들어서 교육으로 일조를 하고 싶은 심경이 굴뚝 같다. 동유럽은 근동의 영향을 받아 간식거리에 당분 함량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그 영향으로 치아가 거의 남아 있질 않고 치근만 산재한다. 

먹어보면 화가 날 지경이다. 물론 관리를 잘해서 훌륭한 치아를 보존하는 경우도 꽤 있으나 성한 구치는 대부분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심한 Abscess등은 찾아 보기 힘들다.

설상가상 진료할때  1~2개 갖고는 좀처럼 마취가 먹질 않는 마취저항성(?)도 의외로 많이 경험한다. 아마 오랜 세월 험난한 환경을 견디며 내려온 세균감염이나 이물질에 내성이 생긴 강인한 DNA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다못해 영국에 사시는 기공사분께서 국소의치 제작을 위해 매년 2차례씩(불가리아, 세르비아 등에서 3~4주 체류) 다녀오셨지만 장착후에  통증 조정도 어렵고 집시들의 성격상 귀찮고 번거로움은 딱 질색이라 다음에 가보면 분실하거나 내팽개쳐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임플란트는 고사하고 고정성 의치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여건상 그리고 시간적·재정적으로 뒷받침이 안돼 안타까운 마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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