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편지] (51) 영적 자유를 추구하는 퀘이커교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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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편지] (51) 영적 자유를 추구하는 퀘이커교의 영성
  • 권호근 교수
  • 승인 2022.12.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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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퀘이커 공동체인 펜들힐에서 퀘이커교의 영성에 대하여 공부하고 온 목사님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공식 신자수가 고작 15명이라고 하니 한국에서는 낯선 종교입니다. 퀘이커교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분은 80년대 비폭력 인권운동가로 유명한 함석헌(1901-1989) 선생입니다. 함석헌 선생은 제가 평소 존경하던 분이었기 때문에 함 선생이 왜 퀘이커교로 귀의했는지가 평소 궁금했습니다.

 

퀘이커교는 한마디로 하나님 앞에서 영적 자유를 추구하고 초기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가서 예수님 말씀대로 살자고 하는 종교입니다. 퀘이커교는 교리는 없지만 가장 중요한 교리는 ‘반전 평화주의’와 이에 대한 실천입니다. 최초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한 사람들이 바로 퀘이커 교도입니다.

당시 영국 정부는 퀘이커 교도들에게 튜리뷰날이란 조사위원회에 참가하여 신앙적 양심에 의해서 거부한다는 것을 인정받으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퀘이커 교도들은 자신의 신앙적 양심은 하나님 앞에서만 판단을 받을 수 있지 정부위원회에 의해서 판단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여 교도소로 간 신자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퀘이커교는 15세기 영국 크롬웰의 청교도 혁명 때 농민 지도자로 활동한 조지 폭스(George Fox, 1624-1691)에 의해서 시작되었습니다. 조지 폭스는 어느 날 영적 체험을 하면서 몸을 떨게 됩니다. 퀘이커의 뜻은 몸을 떠는 사람들이란 뜻입니다. 퀘이커 교도들도 청교도 혁명에 참여했지만 크롬웰이 정권을 잡은 후에 독재를 하면서 퀘이커 교도를 박해하였고 이후 다시 왕정이 복고되면서 더욱 가혹한 박해를 받게 됩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갈 때 퀘이커 교도 역시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미국으로 갑니다. 당시 영국 국왕은 퀘이커 교도인 윌리엄 펜의 아버지인 해국 제독에게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영국 국왕은 부채를 갚는 대신 요즘 펜실베이니아주를 윌리엄 펜에게 양도합니다.
펜실베이니아라는 이름은 윌리엄 펜의 ‘펜’과 숲을 의미하는 ‘실바니아’ 즉 펜의 숲이라는 어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윌리엄 펜은 펜실베이니아에 퀘이커 국가를 세위서 퀘이커교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합니다. 퀘이커 교도들은 이를 ‘Holy experiment’라고 합니다.

펜실베이니아에는 백인들의 박해를 피해온 인디언들과 아미쉬라고 하는 재세례파 교인들도 박해를 피해서 정착합니다. 아미쉬들은 지금도 검은 옷을 입고 자동차 대신 마차를 사용하며 전기를 쓰지 않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와 영국의 식민지 쟁탈전이 벌어져서 영국이 프랑스와의 전쟁을 명하자 펜실베이니아 퀘이커 교도들은 전쟁 참여를 거부하고 공직에서 사퇴함으로써 권력을 포기합니다. 신앙적 소신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한 것입니다.

 

퀘이커교는 예배의식이 없고 예배를 인도하는 목사가 없고 교리가 없습니다. 신도들은 프렌드라고 부르고 예배도 프렌드 미팅이라고 합니다. 예배도 침묵으로 시작하여 침묵으로 끝납니다. 만남, 토론, 즐거움 등 이 세 가지가 이들의 슬로건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논쟁을 통하여 해결하기보다는 침묵하는 것으로써 해결한다고 합니다. 종교 형식을 일절 배제한 미니멀한 종교입니다. 그러나 신앙과 일치된 헌신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는 미국에서는 지식인들이 선호하는 종교입니다. 반전평화주의로 1948년 퀘이커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였고, 함석헌 선생의 노벨 평화상 추천도 퀘이커 교단에서 하였습니다.

내면의 빛인 하나님의 영성은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단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퀘이커 영성관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동양 종교나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21세기의 신앙은 외부에서 구원을 찾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영성의 빛을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펜실베이니아에 가면 시간을 내어서 퀘이커 공동체 펜들힐을 한번 방문해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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