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근관 치료는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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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근관 치료는 어려운가
  • 승인 2006.07.0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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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근관 치료는 어려운가

신 수 정
영동세브란스 치과병원 보존과 교수
sujungshin@hanmail.net


임상에서 매일 같이 근관 치료를 해야 하는 술자들은 왜 어렵다고 느끼는가? 왜 하루에도 몇 번씩 파일을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술자의 입장에서 왜 근관 치료가 쉬운 치료가 아닌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년 말 우연한 기회에 편집장께 기회가 되면 임상원고를 한번 써보겠다고 약속을 드렸었는데 시간이 흘러 원고청탁을 받으니 어떤 식으로 글을 써나가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생각이 활자화 된다는 것은 묘한 매력이 있기도 하지만 글 쓰는 것이 초보인 탓에 부담스런 마음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교과서를 보면 너무나 잘 설명되어 있는 그런 내용 말고 지금까지의 짧은 임상 경험을 통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풀어 나가겠다. 귀중한 지면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얼마 전 유럽의 한 회사에서 서울을 방문한 NiTi rotary file 마케팅 담당자를 만났다. 그는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우리가 근관 치료 연습용으로 흔히 사용하는 레진 블록을 내민다. 레진 블록은 만곡이 있는 근관 형태를 재현한 것으로 근관 형성이나 충전을 실습할 때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되는 test model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자에게 NiTi rotary file을 써서 근관을 확대한 모양을 평가해 달라고 한다. 회사를 대표해서 온 사람이니 당연히 자회사의 파일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내심 미루어 생각하면서 찬찬히 살펴보았다. 딱히 잘못된 것을 꼬집어 낼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한 tape와 만곡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그 담당자의 말이 어느 날 중학교에 다니는 자기 아들한테 NiTi file과 motor의 기본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더니 한 시간 만에 이런 작품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를 보지 않는 마케팅 담당자나 그의 아들은 이제 근관 치료는 너무나 쉬운 것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한 두 시간 이내에 20도의 만곡이 있는 근관의 형성을 마스터할 수 있는데 과연 어려운 치료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치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뿐 아니라 익명의 네티즌들, 게다가 방송국 PD까지 근관 치료를 침같이 생긴 것을 이에 넣다 뺐다 몇 번 하는 단순한 치료라고 치부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임상에서 매일 같이 근관 치료를 해야 하는 술자들은 왜 어렵다고 느끼는가. 왜 하루에도 몇 번씩 파일을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술자의 입장에서 왜 근관 치료가 쉬운 치료가 아닌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Wait and see(I): 정확한 진단을 위한 피할 수 없는 과정

밤새 이가 아파서 온 환자는 술자가 당일로 뭔가를 해 주지 않으면 서비스 정신이 결여된 권위적인 의사로 매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우에 환자나 술자나 원인치를 감별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급한 마음에 정신 없이 치료를 하다 보면 다른 치아가 원인일 때도 있고 때로는 치아가 원인이 아닌 경우도 있다.
최근에 필자가 만난 한 환자는 한 달 정도 밥을 먹거나 양치질을 할 때 좌측 구치부의 전반적인 통증이 있었다고 한다. 다니던 치과에 가니 처음엔 특별한 원인이 없는 것 같다고 치료를 해 주지 않았으며 이후 계속 불편감을 느끼던 환자는 하악 제2소구치가 원인인 것 같다며 근관 치료를 해 달라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 왔던 때는 이미 제 2소구치의 근관치료를 시작한 후였다. 원하던 근관 치료를 받고도 똑같은 양상의 통증이 시작되자 환자는 큰 병원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이쪽으로 오셨던 것 같다. 문진 및 구강 검사를 통해 trigeminal neuralgia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구강외과로 상담을 의뢰하여 약물치료를 결정하였다.
문제는 환자의 불편감이 해소된 이후였다. 어쨌거나 먼저 시작해놓은 근관 치료를 마치고 크라운을 해야 하는 단계에서 갑자기 환자가 이렇게 묻는다. "전에 치료한 선생님이 엉뚱한 이를 건드려 놓은 것 아닌가요?" 하악 제 2소구치를 원인치로 굳게 믿고 치료를 해달라고 졸랐을 환자와 임상적으로 뚜렷한 소견이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었을 술자가 충분히 상상이 되었다.
 

 

<그림1-A>                 

 

<그림 1-B>     

<그림 1-C>      

 

<그림 1-D>

그림 1. A. 하악 좌측 구치부의 전반적인 통증-환자의 표현에 따르면 잇몸이 쑤신다고 하였다-을 호소하던 환자의 파노라마 사진. 필자에게 내원하기 전 이미 다니시던 치과에서 소구치의 근관 치료를 시작하였다. 근관 시작 후에도 똑같은 통증이 생기자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으시겠다고 오셨다. B, C. 좌측 상 하악 구치부의 치근단 방사선 사진. 어느 치아도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원인치로 확진하기 어렵다. D. Trigeminal neuralgia를 의심하였으며 구강외과에서 약물 치료를 결정하고 이와는 별도로 이미 시작된 근관치료는 마무리 지어서 크라운을 계획하고 전에 치료 받으시던 곳에서 하시도록 설명 드렸다. 하지만 이미 환자는 이전 치료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었냐며 심한 불신감을 나타내시며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신다.

 

근관 치료는 비가역적 술식이어서 일단 제거된 치수를 되살릴 수 없다. 따라서 원인이 보이지 않을 때는 신중을 기해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원인치가 명확히 보이는 경우에는 특별히 부가적인 검사가 필요하지 않겠지만 확진이 되지 않는 경우를 중심으로 임상에서 정확한 진단을 하기 위한 요령을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먼저 방사선 사진은 환자가 손으로 가리키는 부위뿐 아니라 인접치와 대합치들까지 찍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많은 치과의사들은 실제로 치수염으로 인한 통증을 느껴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치아가 치수염에 이환 되면 신기하게도 어느 치아가 아픈 것인지 감별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합치가 훨씬 더 아픈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따라서 인접치와 대합치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방사선 사진의 질도 진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들어 디지털 x-ray를 사용하면서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사진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디지털 사진도 보완해야 점들이 있지만 전에 정착액이 뚝뚝 흐르는 필름을 1-2초 핀셋으로 보던 때 보다는 훨씬 양호한 상태에서 판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임상 검사를 통해서는 가능하면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을 먹고 나면 몇 분간 이가 아팠다고 하는 경우 원인치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러버댐을 하고 뜨거운 물을 주사기에 담아서 치아에 닿도록 해 본다.
타진검사나 온도검사, 그리고 전기치수 검사 등은 의심되는 치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인접치도 해 보아야 한다. 단지 원인치로 의심되는 치아가 냉각검사에 반응이 없다고 치수괴사를 진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이가 많은 환자의 경우 치수의 석회화로 반응이 전반적으로 미약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루는 30대 중반의 여자 환자가 울면서 치료실로 들어섰다. 이가 너무 아파서 밤새 잠을 하나도 못 잤다고 한다. 어디가 불편하냐고 하니 하악 좌측 대구치 크라운을 씌운 부위가 너무 아프다고 설명하였다. 먼저 파노라마 사진을 찍었다. 환자가 가리킨 #36번 치아는 근관 치료가 되어 있고 방사선 상에서 치근단 병소가 의심되지만 환자의 심한 통증이 #36에서 기인한다고 단정 짓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합치인 상악 제2대구치를 보면 광범위한 치아 우식증이 진행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환자는 한시라도 빨리 처치를 하지 않고 이것저것 검사를 하는 것이 못마땅한 눈치다.
먼저 환자에게 다른 치아가 원인일 가능성을 설명하였다. 환자는 못미더운 듯 검사에 응하지만 여전히 #36을 치료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환자는 주로 국 같은 것을 먹으면 귀까지 우리 하게 아팠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당장 #27에 러버댐을 한 후 더운물을 조금 적용했더니 수초 후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였다. 그제서야 환자도 자기가 생각했던 치아가 아니라 다른 이가 아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지 훨씬 협조적인 자세로 대꾸를 한다. 그날 #27의 근관 치료를 시작하였고 근관 충전 후 크라운 수복을 위해 원래 다니시던 치과로 의뢰하였다.


<그림 2-A>      

 

<그림 2-B>      

그림 2. A. 환자의 초진 시 파노라마 사진. 환자가 불편감을 호소하는 #36은 근관치료가 되어 있으며 근심 치근단에 약간의 방사선 투과상을 보인다. 하지만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양상은 치수염, 또는 치수괴사 단계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36이 원인치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27의 치아 우식이 원인이 아님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다. B. #27의 근관치료 완료 후 방사선 사진. 환자의 증상은 근관 치료를 시작하면서 사라졌으며 #36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재치료 혹은 치근단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단에 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진료를 시작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환자를 이해시키는 것이다. 개원을 하고 계신 분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실지 모르겠다. 3차 진료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술자도 때로는 환자가 납득할 정도로 잘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는 경우 섯불리 치료를 시작해서 생기는 그 이후의 어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환자가 치아가 불편하다고 하면 가장 먼저 치아 우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것도 아니면 치주 병변을 의심하여 일단 잇몸치료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환자의 증상이 뚜렷하고 씹지 못하겠다는 주소를 가진 경우 한번쯤 치아 균열을 의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의 경우 치아 균열 때문에 정확히 진단도 되지 않는 통증을 수 개월 또는 일 년 이상 가지고 있을 때가 있다.

소개하고자 하는 증례는 60대 남성 환자 분으로서 작년 이맘때부터 계속 우측 구치부가 시큰거린다는 주소로 병원을 찾으셨다. 그 동안은 방사선 사진 상에서나 또는 육안으로 볼 때 크게 이상이 없는 터라 gluma 도포 등의 처치를 몇 번 받으셨다고 한다. 어느 날 또 이가 아프다며 찾아 오셔서 필자가 검사를 하게 되었다. 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직원들이 이미 눈치를 준다. 까다로운 환자분이 또 오셔서 불평만 하다가 가시겠구나 하고. 그 환자분은 지난 2-3일 간 머리가 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까다로운 환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타진 검사를 해보니 #17은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냉각검사에는 반응이 없었으며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니 금 인레이 하방으로 명백한 균열이 관찰되었다. 먼저 금 인레이를 제거해 보기로 하였다. 치아 균열은 금 인레이 아래로 깊이 진행되어서 치수까지 연장되어 있었고 치수는 괴사된 상태였다. 치수강이 노출되면서 악취가 심하게 느껴졌다. 그날 근관 치료를 하고 환자분의 얼굴을 보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라도 원인을 찾았으니 최선을 다해서 치료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날이었다.

<그림 3-A>      

 

<그림 3-B>     

  

<그림 3-C>

 

그림 3. A, B. 오랫동안 우측의 전반적인 불편감을 호소해 왔던 환자의 상 하악  치아들의 치근단 방사선 사진.모두 큰 이상소견이 보이지 않는다. C. #17은 근관치료 후 레진 코어를 시행하였다. 현재는 레진 크라운을 하고 있으며 2-3개월간 관찰 후 씹을 때 증상이 없으면 골드 크라운을 할 계획이다. Crack 이 심하게 진행된 환자의 경우 crack의 진행 정도에 따라 근관 치료 후에도 계속 저작을 할 때 불편감이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 치아에 균열이 있으므로 빠른 시간 내에 full veneer restoration을 하는 것이 맞지만 치아의 예후가 의심스러울 때는 레진 provisional crown을 2-3개월 간 사용하게 하여 증상을 확인한다.

정확한 진단을 해서 적절한 처치를 해 주는 것이 근관 치료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근관 치료 공부 좀 해야겠다고 하는 후배들이나 친구들은 먼저 NiTi rotary file에 대해 궁금해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쉬운 것은 정확히 아픈 곳을 짚어 내는 능력인 듯하다.

Wait and see (II): "신경 치료를 했는데 왜 이가 아픈가요?"

뭔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환자가 접수 데스크로 온다. 보통 체어에서 치과의사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환자들은 많지 않지만 위생사나 다른 직원들에게 불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는 치료 중 또는 치료 후 이가 아픈데 신경이 남은 것 아니냐 하는 질문이다. 물론 치수가 무 뽑듯이 한 덩어리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치료 중이나 후라도 소량의 치수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근관 치료 전후에 이가 아픈 것은 잔존 치수가 원인이라기보다는 기계적 자극에 의한 일시적인 근단성 치주염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 개월 전 내원했던 20대 후반의 환자는 초진 날 체어에 앉기도 전에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아무래도 이를 뽑아야 하는 것 같다고 말을 시작한다. 하악 대구치의 근관 치료를 시작했는데 전혀 씹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치료를 했던 술자는 근관 치료를 시작하면서 바로 인상을 떠서 다음 날 골드 크라운을 먼저 임시로 cementation을 해 놓았다. 병원의 마케팅 전략일 수도 있고 필자가 알 수 없는 다른 진료 방식일 수도 있겠지만 그 환자의 경우 골드 크라운을 잠시 제거해 놓고 3-4일 후에 다시 오시도록 했다. 치료가 잘못된 것 같아서 종합병원으로 먼 길을 온 환자는 미덥지 않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떴지만 몇 일 후 재내원시 훨씬 밝은 표정이었다. 타진반응에 정상이고 이제는 크라운을 다시 붙여도 전보다 불편한 느낌은 훨씬 감소한 상태였다.

<그림 4-A>       

<그림 4-B>       

 <그림 4-C>

그림 4. A. #37의 근관 치료 도중 크라운을 장착하고 전혀 씹을 수가 없다면서 내원한 환자의 초진 파노라마 사진. B. 내원 첫날 다른 특별한 처치 없이 임시로 접착된 크라운을 제거하고 수일 후 다시 오시라고 하였다. C. 다시 내원했을 때 증상은 거의 사라져서 근관 내에 수산화칼슘을 넣고 크라운을 다시 접착해 드렸다. 이후의 근관 치료는 원래의 치과에서 마무리 지으시도록 하였다.

특별한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도 계속 타진반응에 민감하고 저작 시 불편한 경우, 먼저 교합을 조금 낮추어 주고 기다려 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처치가 될 것이다. 특히 근관 치료 후 24-48시간 이내에 치근단의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 데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완화된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니 무조건 가봉재를 뜯고 근관 세척을 하는 것은 다시 한번 치근단에 자극을 주게 될 수도 있다. 통증을 참기 어려운 경우 ibuprofen과 타이레놀을 한 알씩 복용하도록 지시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Decision making: "얼마 전부터 예전에 치료 받은 부위가 아파요"

환자가 가리키는 부위가 다행히 자신이 했던 치료가 아니라면 먼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제부터는 좀 더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해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원인이 보이는 경우라면 문제가 없지만 때로는 쉽게 이유를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수년 전 그것도 남이 한 치료라니 일단 보철물을 뜯고 치료를 시작했는데도 별다른 차도를 보이지 않아서 난감해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환자는 빚 독촉이라도 하듯 이가 아프다고 불평을 계속한다. 이것은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특히 이전에 누군가가 근관 치료를 해 놓은 경우 근관 재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다시 치료를 받게 되면 이전에 느끼던 통증이 사라질 것으로 굳게 믿는 환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술자도 무조건 증상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접근보다는 신중해 질 필요가 있다. 특히 이전 근관 치료의 실패 원인이 치아 균열이나 파절 때문이라면 정상적인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주 오래 전부터 근관 치료가 되어 있고 그 동안은 별 문제가 없다가 갑자기 치근단 병소나 fistula가 생겨서 오는 환자의 경우 더욱 정확한 진단이 요구된다. 처음 치료에 들어가면서 진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열심히 치료한 후에도 환자에게 원망을 듣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근관 치료는 결코 쉽지 않다. 일부분을 보면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에서 아픈 이를 가려내고 또 그 치아를 치료해서 환자가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데 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나가면서 오늘도 근관 치료를 하는 것은 치아를 뽑지 않고 살려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의 환자들이 인식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 본다.

다음에는 재 근관 치료를 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로 하겠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약력
서울대학교 치과대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레지던트 수련 및 석사 졸업
미국 펜실바니아대학 근관치료학과 수련 및 석사
삼성 서울병원 보존과 임상전임강사
영동세브란스 치과병원 보존과 임상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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