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기고] 왜 베릴륨 합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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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기고] 왜 베릴륨 합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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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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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웅철 교수

김웅철 교수

보건학 박사
치과캐드캠기공학회장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부학장
고려대학교 치의기공기자재평가연구부장
가칭 대한컴퓨터수복재건치의학회 연구이사

최근에 미국 산업보건안전청(OSHA)은 치과기공사에게 있어서 베릴륨에 대한 노출이 만성베릴륨중독증(CBC, Chronic Beryllium D isease), 치명적 폐질환, 폐암 등 직업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공포하였다. 그리고 미국치과의사협회도 “베릴륨의 증기 및 분진에 노출되면 접촉피부염이나 폐질환 등 수많은 질병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식품안전청도 베릴륨이 함유된 치과용 합금의 제조, 수입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있는 등 베릴륨과 그 유해성에 대한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베릴륨합금의 유해성에 대해 적지 않은 발표와 홍보를 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도 짐작할 수 있듯이 치과기공과정에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합금가운데 하나는 니켈-크롬 또는 코발트-크롬 등 비귀금속 합금이다. 이러한 비귀금속 합금은 주로 금속-도재 보철물이나 국소의치 금속하부 구조물의 제작에 사용된다. 그동안 이러한 합금은 주로 베릴륨이 함유된 것들이 주종을 이루었다.

베릴륨은 비귀금속합금에 2% 정도만 넣어도 합금의 용융온도를 낮추고, 결정립의 크기를 미세화하며, 합금을 단단하게 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특히 금속-도재 보철물의 제작에 있어 도재를 올리기 전에 주조된 금속하부구조물(coping, framework)을 degassing 하여도 베릴륨의 성분 때문에 표면의 금속 산화막의 색이 검지 않고 희게 나타나므로 도재 색조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등 베릴륨 함유 합금은 치과기공사들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금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베릴륨은 앞서 여러 기관에서 공시하였듯이 합금을 녹이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증기와 분진을 발생시키고, 이것이 치과기공사의 폐와 피부를 공격하여 직업병을 유발하는 등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따라서 본란에서는 베릴륨이 유발할 수 있는 직업병과 이의 예방법에 대해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이 합금을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와 그 예방 대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베릴륨의 독성 역학
베릴륨이 사람의 몸에 흡입에 의해 침입되면 반감기는 약 2주 정도가 된다. 그리고 그 후에는 아주 서서히 몸 밖으로 배출되며, 그래도 남는 것은 인체 조직에 침착된다. 그러나 고농도로 노출된 경우에는 특히 간에 축적되며 서서히 뼈로 전환된다.

직업성 피부질환
 용해성 베릴륨화합물이 피부에 접촉되면 과민반응이 일어나고 수포를 형성하며 림프세포로도 전환된다.
한편 비용해성 베릴륨화합물이 피부에 접촉되면 만성다발성육아종을 일으켜 피부 괴양이나 괴사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것이 피부 하부에 생기면 치유되지 않고 과민 피부로 남게 된다.
 
급성간질성폐렴(Acute Pneumonitis)
 베릴륨 흡입에 의해 비강, 인두, 기관지 통로, 그리고 폐포 등 전체 호흡기관에 급성 염증반응을 일으켜, 심한 경우에는 급성 폐렴이 된다.

만성 베릴륨 중독증(CBC, Chronic Beryllium Disease)
 주 증상은 숨참이며, 심한 경우에는 피부 청색증과 손가락 등의 종창을 동반한다. 흉부 엑스레이 사진에서 반점으로 나타나고, 조직학적으로는 폐포에 유육종증(Sarcoidosis) 같은 작은 간질성 육아종이 나타난다.
염증이 진전되면 폐포의 기능이 상실되며 간질성섬유종을 보이고, 이것이 공기의 효과적인 교환을 방해하여 호흡기능 장애를 유발한다.

발암성(Carcinogenicity)
 국제암연구센터(IARC)는 베릴륨합금의 발암성에 대해 충분한 증거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유전독성의 연구에서도 베릴륨은 포유류 동물세포에서 형질 변화를 유발하고 DNA 합성을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렇게 베릴륨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베릴륨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먼저 사용하는 합금에서 베릴륨에 대한 함유 여부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베릴륨 합금에 대한 위해성과 그 예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방법은 베릴륨 함유합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다행히 이제 우리나라도 베릴륨 함유합금의 제조와 수입이 금지된다고 하니, 치과기공사의 직업과 관련된 건강의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재고로 남아 있는 베릴륨 함유 합금이 있고, 이외에도 기공 작업과정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주조실의 분리, 주조실과 연마실 내의 오염된 공기나 분진을 배출하는 시설의 완전성 점검, 기공실 내 물청소, 안면 마스크 등 보다 완전한 개인보호구 착용, 그리고 주기적인 건강 검진 등은 이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실천하여야 할 과제이다. 

사람의 삶에서 건강보다 우선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도로 건강 위해성이 있는 중금속인 베릴륨에 공격당해 망가진 몸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아마 불가능할는지도 모른다. 건강한 일터에서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일, 바로 우리 모두가 하여야 할 일이고 건강한 치과계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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