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관리용품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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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관리용품의 현재와 미래
  • 덴포라인
  • 승인 2011.02.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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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관리용품에 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반영하는 재미난 조사가 있었다. 2003년 미국의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는 미국 성인 1,000명과 10대 400명을 대상으로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을 조사한 바 있다. 이렇게 조사된 ‘레멜슨-MIT 발명지수’ 중 1위가 바로 칫솔(10대 34%, 성인 42%)이었으며 다음은 자동차, 컴퓨터, 휴대전화와 전자레인지가 그 뒤를 이었다. 즉, 칫솔은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으로써 그 중요성을 일반인들도 이미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치과계 국제 표준화 규격을 담당하고 있는 ISO TC106에서도 SC7 Oral care products라는 구강관리용품을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이 있다. 그런데 10년전 만 하더라도 SC7은 칫솔과 치약을 담당하는 단 2개의 작업반만으로 구성되었지만, 2011년 현재는 치실, 치간칫솔, 치아미백제 및 의치 접착제에 이르는 총 9개의 작업반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구강관리용품이 일반인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세계 표준을 제정하는 전문기관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하는 결과이다.

구강관리용품의 현황
최근 구강관리용품 분야에 불고 있는 변화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동 칫솔의 개발 분야에서는 칫솔모의 다양한 배치를 통해서 복잡한 칫솔질 방법을 굳이 수행하지 않더라도 효과적으로 치면세균막 제거가 가능한 칫솔을 개발하는 것이 주된 연구의 방향이다. 기존의 칫솔모는 중간을 접어서 스테이플링으로 고정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모양과 위치로 칫솔모를 배치한 뒤 하부를 열로 접합시키는 몰딩 방식(그림 1)이 새롭게 소개되면서 칫솔모의 배치와 모양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칫솔들이 속속 개발되었다(그림 2).

 

그림 1. 칫솔모의 식모 방식에 따른 제조 공정 차이

 


 

전동칫솔의 발전도 두드러진 변화라고 지적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전동칫솔은 손놀림이 부족한 어린이나 장애인 등에만 필요한 제품으로 인식해왔으나, 다양한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그 효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최근 개발된 3세대 전동칫솔은 구동 방식에 따라서 크게 진동(oscillation)운동을 하는 Oral-B 제품과 음파(sonic)방식을 이용하는 Philips 제품으로 대별할 수 있다. 전동칫솔과 수동칫솔 중에서 과연 어느 쪽이 더 효과적으로 치면세균막 및 치은염을 완화시킬 수 있는가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많이들 궁금해 하는 질문이었다. 2004년도에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인 영국의 Cochrane collaboration에서는 이전의 많은 선행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검토 집약해서 평가한 결과, 진동운동을 하는 전동칫솔이 수동칫솔에 비해서 오히려 치면세균막 제거나 치은염 감소에 효과적이었으며, 전동칫솔의 사용으로 인한 우려할 부작용은 보이지 않았다고 최종 보고하였다. 따라서 전동칫솔의 사용 층을 단순히 장애인이나 어린이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확대 적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치약의 경우는 충치예방과 치은염 감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중 충치예방은 주로 각종 불소화합물을 사용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고, 치은염 감소를 위해서는 다양한 항균 및 항염 물질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물질들을 무조건 치약에 넣는 것만으로 기대하는 효능을 얻는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미국치과의사협회(ADA)는 엄격한 임상시험 과정을 거쳐서 기존 제품에 비해서 뛰어난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때만이 ADA Acceptance seal을 부여해준다. 그러므로 미국 소비자들은 엄청난 치약 제품의 홍수 속에서도 ADA 마크가 표시된 제대로 효능이 있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식약청에서 고시하는 치은염 예방 표준 고시 성분을 제시된 함량만 넣으면 그 효능을 별도로 증명하지 않고도 충치예방 및 치은염 감소 효과에 관한 문구를 치약의 포장 용기에 명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대한 욕구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또한 소비자들도 어떤 치약이 제대로 효능을 갖춘 치약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도 과학적으로 효능을 검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과 이를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홍보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구강 양치액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강관리용품 분야이다. 기존의 칫솔에 의한 물리적 세정을 구강 양치액에 의한 화학적 세정으로 대체할 수만 있다면 이는 소비자의 편의성 면에서도 획기적인 진일보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2년 동아제약에서 국내 최초의 구강 양치액 제품인 가그린을 소개하였다. 이는 1985년 처음 구강 양치액 시장이 문을 연 일본보다도 무려 3년이나 빠른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구강 양치액 시장은 정체상태인데 비해서 일본은 꾸준히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는 구강 양치액이 칫솔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은 치간부 치면세균막을 화학적으로 제거한다는 적극적인 치료개념의 접근보다는 단순히 구취를 제거한다는 다분히 미용적인 접근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향후 국내 구강 양치액 시장은 미용용보다는 치료용 양치액쪽으로 그 방향성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치간 관리용품 중에 치간칫솔은 치간부의 크기에 맞춰서 적합한 크기를 선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치간칫솔의 굵기를 제조사별로 S, M, L 등의 자의적인 표시로 생산해왔다. 그러나 최근 ISO에서는 치간칫솔의 굵기를 평가하기 위해서 일정한 직경의 금속판을 강모의 손상 없이 통과할 수 있는 최소 직경을 Passage hole diameter(PHD)라는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그림 4).


그림 4. ISO에서 제시한 치간칫솔의 굵기 평가법
그래서 이러한 PHD에 근거해서 0호부터 7호까지 총 8가지 종류로 치간칫솔을 분류할 수 있다(표 1). 향후 이러한 ISO의 새로운 분류기준은 국내 생산제품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표 1. 새롭게 ISO에서 제시한 치간칫솔의 크기

 

미래 전망
향후 구강관리용품의 개발 방향은 소비자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시키는 제품 쪽으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먼저 수동칫솔과 전동칫솔은 한 번의 움직임으로 협설면의 치면세균막뿐만 아니라 치간부 치면세균막 및 설태 제거 등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제품이 출현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복잡한 칫솔질 방법을 굳이 시행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횡마법만으로도 쉽게 치면세균막 제거가 가능하면서 휴대하기에도 간편한 제품으로 발전할 것이다. 치약은 충치와 치은염 예방 이외에 구취, 시린이, 미백 등 다양한 기능을 표방하는 특화된 제품들이 출현할 전망이다. 동시에 싼 가격의 범용 제품뿐만 아니라 최상의 효능을 앞세우는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의 출현도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온가족이 사용하는 범용 제품보다는 특정 연령대 또는 특정 질병 상태 및 개인 기호별로 특화된 제품의 개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구강양치액은 기존의 화학물질에 의한 항균효과보다는 천연물질에 의한 항균효과가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점막 자극성이 적어서 소비자들 사용하기에 더욱 편안한 제품이 부각될 것 같다. 치간관리 용품은 현재의 수동제품보다 훨씬 더 사용상의 편의성이 강화된 전동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환자들이 흔히 “원장님 저는 어떤 종류의 칫솔과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할 때 선뜻 명쾌한 답변을 주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향후 미래에는 구강관리용품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 공유와 제공이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 개개인에게 맞춤형 구강관리용품의 제시가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치과전문직보다는 오히려 일반인들 쪽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는 개별 보건단체가 특정 제품에 대해 추천하는 것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단체들이 과학적인 평가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제품을 추천한 것이 그 원인이었겠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각종 구강관리용품의 객관적인 효능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공신력있는 기관이 필요하다. 미국치과의사협회의 ADA Acceptance seal처럼 우리나라도 온 국민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갖추는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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