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탐방] 장애인 구강보건의 선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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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탐방] 장애인 구강보건의 선구자
  • 신용숙 기자
  • 승인 2011.07.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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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장애인치과학회_ 대한장애인치과학회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예방 중심의 치료 절실해

 

한때 장애인은 정상의 반대인 비정상으로 구분됐었다. 그러다가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됨에 따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으로, 더 나아가 장애우라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들에게 있어 사회보장시스템은 그리 녹록한 수준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경우 적절한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과치료는 구강보건에 대한 장애인들의 인식이 낮고 접근도가 떨어져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영역 중 하나다. 전문 인력과 예산은 제쳐두고서라도 장애인 전용 치과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장애인치과학회(이하 장애인치과학회) 나성식 회장은 “장애인 치과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 뒤 “치료보다는 예방을 위해 우리 학회가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에서는 개원의들이 실질적인 장애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는 장애인치과학회를 만난다.

그들의 활동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공존하는 공동체라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40여 명 회원, 장애인치과진료를 위해 열정으로 뭉쳤다
장애인들은 신체 혹은 정신이 불편해 구강관리를 자발적으로 하는 데 한계가 있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많은 시간과 노력도 수반된다. 게다가 통원의 불편함, 예방이나 치료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기까지 하다.

장애인치과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문적으로 임상적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또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관리해줘야 하는지, 그리고 그에 맞는 정책 개발도 같이 보조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치과학회는 바로 이 같은 목적으로 2004년 창립됐다. 치과의사뿐 아니라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장애인치과학회의 회원 수는 240여 명 수준.

대한치과의사협회에 등록된 회원이 2만 6천여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장애인치과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나 회장은 “역사가 짧아 회원 수가 적지만 240여 명 회원들 각각의 열정은 어느 단체 못지않다”고 강조한 뒤 “보다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장애인, 그냥 돌려보내십니까, 의뢰하십니까?”
장애인치과진료를 위한 인식 개선 시급해

그렇다면 장애인치과 영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나 회장은 “치과의사들의 인식 개선이 급선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치과의사들 중 장애인 치과진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치료하지 못한다고 그냥 돌려보내지 말고 주변 치과에 의뢰할 수 있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내 장애인치과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1990년대 후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1년 현재 장애인전문치과는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을 비롯해 단국대학교, 전남대학교 세 곳이 전부다.

나 회장은 “정부 추산 150만 명이 넘는 장애인들을 고작 3개 병원에서 수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전문 병원 및 전문 인력의 부족을 꼬집었다. 물론 현재 광역도시를 중심으로 전문 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특히 나 회장은 인식 개선과 함께 저변 확대를 강조하면서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치과치료는 동네 치과에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며 장애인치과진료의 활성화를 주장했다. 현재 장애인치과학회에서는 이 같은 인식 개선을 위해 정기 학술대회 및 심포지엄 등을 개최해 장애인치과에 관한 정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장애인치과학 발달을 위해 정부의 협조 필수
물론 장애인치과진료의 활성화는 치과계 혼자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연 어느 치과의사가 치료의 위험과 긴 진료시간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겠는가? 어림없는 얘기다. 수가가 보장되지 않는 한 장애인치과진료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나 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치과 정책의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적인 예로 장애인 인식 개선 조사 및 구강실태 조사가 그것이다. 그는 “관련 조사가 6년 전 시행된 후 내년 4월에 다시 잡혀 있다”며 “살아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 데이터의 주기적인 업그레이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아파도 치과 못 가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한 뒤 “우리 학회도 노력하겠지만 정부의 관심도 동반되어야 비로소 안정적인 장애인치과진료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비 새는 천장, 양동이 받치기보다 구멍 막아야 한다”

 


치료보다 예방의 중요성 역설
치과진료는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장애인치과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나 회장은 “아픈 이를 치료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꼬집은 뒤 “이가 썩지 않고 아프지 않게끔 예방 중심으로 치료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새는 천장은 구멍을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양동이로 빗물을 받는 것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장애인의 경우 철저한 구강관리가 어렵고 이동도 불편해 적절한 치과치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나 회장은 “그래서 장애인치과학회가 있는 것”이라며 “장애인치과치료에 대해 정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장애인 구강정책 개발, 복지제도의 체계를 개선하고 향상시키는 디딤돌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의식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주기적으로 열어 치과계뿐 아니라 정부와 국민에게 정보와 문제 들을 알리는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무료 치과치료 봉사와 관련된 소망을 말했다. “사실 봉사활동 다니는 것 싫습니다. 거점 병원이 전국에 많이 분포돼 있고, 사회보장시스템이 잘 갖추져 있다면 봉사활동 다닐 필요가 왜 있겠습니까? 그게 뒷받침되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발로 뛰는 겁니다. 무료 치과치료봉사라는 말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 회원들은 미력하나마 그분들을 위한 작은 나눔을 꾸준히 실천할 계획입니다.”
 
한편, 장애인치과학회는 스마일재단과 연계해 강원도 오지마을 등 소외지역에 치과진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의 : 대한장애인치과학회  02-757-2837  


Mini Interview |
“장애인 치과치료를 위한 사회보장시스템 구축 시급해”

 

“장애가 제 삶에 100% 마이너스는 아니더라구요. 플러스가 되는 부분도 많습니다.”
장애인치과학회 최재영 원장(최재영치과의원)의 말이다.
최 원장은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를 절뚝거린다. 그러나 그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입장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며 말한 뒤 “특히 삶을 욕심 부리지 않고 살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 원장이 장애인치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5년 대학 때였다. 당시 소아치과학의 한 과목 중 하나였던 장애인치과학을 접하면서 그는 장애인 치과진료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던 것.
최 원장은 “과거에 비해 장애인 치과진료의 인식이 많이 향상됐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전한 뒤 인식 및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사회보장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한 뒤 “치료비를 지불할 능력이 안 되는 장애인의 경우 제도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은 외국의 사례를 들면서 “일본은 장애인 치과치료에 대한 수가가 일반인에 비해 50~100% 높다”며 “수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어느 치과의사가 위험부담도 높고 진료 시간도 긴 장애인 치과치료를 기꺼이 하려고 하겠는가” 하고 반문했다.
현재 그는 장애인치과학회 보험이사로서 인식 및 사회보장시스템의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장애인들이 집 근처 동내 치과에서 자유롭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현실은 열악합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치료를 거부하는 치과는 드물다고 해도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치과의사는 많지 않습니다.”
최 원장은 “장애인 치과치료에 대한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즉 저변확대를 위해 우리 학회가 그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최 원장은 현재 도봉구치과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1999년부터 회원들과 함께 관내 보건소에서 장애인 치과진료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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