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뜯어야 하는 포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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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뜯어야 하는 포장지
  • 김동석 춘천예치과원장
  • 승인 2014.07.10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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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춘천예치과원장

 

춘천예치과 김동석 원장

다양한 기자재 너무나 빠르게 변해
요즘은 다양한 분야의 전시회가 수시로 열립니다. 각자 일하는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서 세미나도 하고 제품이나 작품들을 전시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치과 분야도 관련되어 있는 업체들이 수백 개가 넘습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제품도 갈수록 탁월해져서 제품과 재료에 대한 공부를 소홀하게 하면 뒤처지는 의사가 되고 맙니다. 매년 서울에서는 국제치과기자재전시회가 열립니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다양한 기자재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늘 있는 제품이 아닌 아이디어 상품이나 특허 제품은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환자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우리들 말고도 좋은 기자재를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과 기업이 많이 있다는 생각에 든든하고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전시회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생각보다는 많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문득 우리 치과산업에 에디슨 같은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자 시련 있지만 극복은 각자의 몫
 여느 때 습관처럼 치과와 에디슨, 그리고 발명에 관해서 공통검색을 해 보았지만 큰 내용을 발견할 수는 없었습니다. 서점으로 달려가 관련된 책을 하나 사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렸을 적 위인전으로 막연하게 발명왕이라고 알았던 에디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아들놈이 '아빠, 에디슨은 학교도 잘 안다니고 공부도 못했는데 어떻게 발명왕이 됐어?'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응, 영어를 무지 잘했거든'하고 농담으로 이야기 했었습니다. 이 말을 해주면서 사실 저는 예전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저에게 힘이 되었던 에디슨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I failed my way to success! (나는 성공하기 위해 실패했다!”)

에디슨은 정말 발명에 있어서는 제왕이라고 불릴 만 했습니다. 에디슨은 일생동안 3천여 개가 넘는 발명품을 만들고 천개가 넘는 특허를 냈습니다. 이 발명들이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 하면 다시 미국 경제규모의 6분의 1이 에디슨의 발명품을 생산하기 위해 집중되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중 가장 존경받는 제너럴일레트릭(GE)도 사실은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는 80세가 되어서도 5시간 밖에 자지 않았고 나머지 시간도 거의 연구실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그를 발명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하고 마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었고 누구보다도 여유와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청력문제를 장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주위에서 잘 들리지 않아서 힘들겠다는 말을 하면 그는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라고 말했고, 60평생 이루어낸 업적이 살아있는 연구소가 모두 불타버렸을 때에도 아들과 아내를 불러서 '모든 과오가 불타 없어졌으니 이제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할 일이다.'라고 했답니다.

여러분은 치과의사로, 경영인으로, 가장으로 고민과 시련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분명히 고민과 아픔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것은 여러분 몫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것은 끝이 아니라 과정일 뿐입니다. 이겨낼 힘이 스스로 없다고 생각한다면 역으로 여유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분명 여러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치과의사인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있으신가요?


소명의식 가져야
우리는 흔히 직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천직, 소명, 직분, 책임, 봉사, 전문 등의 용어를 사용합니다. 직업의 선택과 직업윤리 등에 대해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이제라도 직업관이랄까 뭐 그런 것을 나름대로 정리해야할 필요성도 느껴집니다. 최근 생각하게 된 치과의사로서의 직업관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바탕이 되어야 하는 직업의식은 바로 '소명(召命)'입니다. 우리가 흔히 소명의식(召命意識)이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수도자나 사제(司祭) 등의 특수한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신의 부름에 응해야 한다는 특별한 직업관을 의미했습니다.

예전에 천직(天職)이라고 해서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 말했던 것은 다분히 자신이 직업을 선택할 수 없는 제한된 상황에서 자주 사용했습니다.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 천직의식은 이런 정신적인 면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직업의식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좀 다릅니다.

천직이라고 보기 보다는 이 직업에 쓰임을 받기 위해서 신에게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지요. 즉 자신이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신의 부름(Calling)에 응했다고 본다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천직'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신께서 주신 선물의 개념이 더해진다면 진정한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인이 되지 않을까요? 이러한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직업을 통해 얻고 또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일까요?

첫째, 섬김입니다. 섬기다의 사전적 의미는 '신이나 윗사람을 잘 모시어 받들다'의 다소 종교적인 관점 이외에도 '사회적으로 보람 있는 일이 이루어지도록 힘이나 정성을 기울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 뜻의 의미가 바로 진정한 서비스 정신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즉 직업을 통해서 사회적인 보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서비스한다는 말입니다. 사람과 사회를 위해서 서비스하는 섬김의 자세가 직업의 첫째 사명이 아닐까 합니다.

둘째, 물질입니다. 우리가 직업과 소명을 나누어 구분하는 잣대로 경제적인 것을 이야기합니다. 소명은 경제적인 것을 배제하고 직업은 싫던 좋던 돈을 벌기위해 해야 하는 것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돈을 벌기위해 일하는 것이 마치 진정한 직업관이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잘못된 수단이나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이상 돈을 버는 행위는 직업과 소명의식에 모두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성경에는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고 했고 '자기 가족을 경제적으로 돌보지 않는 자는 불신자보다 더 악하다(디모데전서 5장 6절)'고까지 말씀하고 있습니다.

셋째, 나눔입니다. 두 번째 요소인 물질이 자신을 위해서만이라고 한다면 그 가치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달라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생각하고 도와주는 것은 직업을 통해, 그리고 직업을 통해 얻은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요소인 물질에 많이 집착하는 직업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섬김과 나눔으로 균형을 잡지 않는다면 가치 없는 직업관이 될 수 있습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섬김, 물질, 나눔이라고 세 가지를 실천한다면 정말 가치 있는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흔히 명품이라고 불리는 제품은 포장도 예술입니다. 가끔 포장을 뜯기도 아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포장은 뜯어 버려야 진정한 명품을 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아픔과 시련은 포장지를 뜯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치과의사로서의 여러분의 진가는 그 후에 드러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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