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들어 신음하는 치과계에 상생의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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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병들어 신음하는 치과계에 상생의 길은?
  • 최용현 STM치과 원장
  • 승인 2014.11.0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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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현 STM치과 원장

 

               최용현 STM치과 원장
               최용현 STM치과 원장

치과계의 현안을 생각해보니 끝이 없다. 날로 악화된 개원가 경제, 기업형 네트워크치과, 전문의 제도 문제 등등 오래된 문제부터 최근의 것까지 너무도 많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기사는 그런 다양한 문제로 힘들어하는 개원가에 설상가상의 느낌이다. 내년 3월부터 위생사의 업무에 인상채득과 교정치료를 위한 교정용 호선을 넣고 빼는 것이 시행된다.

교정용호선을 넣고 빼는 것이 위생사 업무로의 법정화 되는 것은 치과교정학회와 위생사협회의 노력의 결과로 환영할 일이지만 인상채득이 위생사의 고유 업무로 지정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치과계의 발전에 위배되는 행동이다.

일이라는 것은 업무를 더욱 발전적으로 만드는 것은 옳지만 업무를 못하게 막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위생사가 치과용호선을 넣고 빼는 일을 하던 것을 합법화하였기에 옳은 것이다. 그런데 인상채득은 한국 치과계의 역사와 함께 치과에 근무하는 모든 이가 하던 당연한 행위였다.

마치 식당에서 된장찌개를 주문할 때 밥을 별도로 주문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행위를 위생사만의 고유권한으로 만드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 법이 시행되면 치과에 근무하는 조무사나 간호사들이 행하는 인상채득이 불법이 된다. 수십 년을 행하여 온 일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불법이 되어 버린다. 두 번째 문제는 치위생사가 없는 치과에서는 환자의 인상을 치과의사가 행하여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요즘 직원들은 대부분 대형병원이나 대도시를 선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방이나 시골 치과에서 위생사를 구하기는 별 따기보다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인상채득을 위생사의 고유 업무로 하는 것은 치과의사들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다. 병, 의원에서 조무사들은 주사까지도 놓을 수 있다. 그런 조무사가 치과에서 인상채득을 못하게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연 위험도 면에서 보았을 때 환자에게 주사를 놓는 행위와 인상채득 행위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할까? 주사로 인한 사망은 많지만 인상채득으로 인한 사망 사건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의료행위의 고유성을 정하는 것은 그 행위의 위험도와 전문성에 기반을 두어야한다.

그런데 인상채득 행위가 조무사가 행하면 안 될 위험한 행위라고는 말할 만한 당위성이 없다. 이것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은 당장 철회되거나 아니면 치과에 근무하는 조무사와 간호사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인상채득이 가능한 것을 법에 포함되어야한다.

요즘 치과계의 모든 현안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가장 핵심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불법 네트워크, 전문의 제도, 수가 파괴현상 등등 모든 내용들의 내면에는 공생이 아닌 이기주위가 도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이기주의는 커다란 치과계를 병들게 하고 있다. 마치 이번 일명 ‘조무사 인상채득 불가 법’처럼 말이다.

며칠 전, 아시는 분으로부터 소개되어 먼 지방에서 환자한 분이 내원하였다. 상하악 총생이 있어서 발치교정을 하면 되었는데 특히 상악 제이 대구치가 심한 가위교합이며 근관치료 중이었다. 그래서 환자에게 신경 치료가 끝난 뒤에 일단 임시크라운을 하고 치아를 세운 뒤에 크라운을 할 것을 주문했다.

그 후 교정치료계획을 세우고 다음 내원에서 환자에게 설명하려는데 그 치아가 골드크라운이 되어 있었다. 환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치료해 주는 치과에서 크라운을 해도 교정이 가능하다고하며 임시로 해달라는 말을 거부하고 금니를 하는 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 물론 어렵게 근관치료하고 크라운을 늦추어야하는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답답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후의 환자의 말이 더욱 가슴을 미어지게 했다. 국내에 유명한 네트워크치과에서 행하여진 일이고 그 치과의 원장이 필자의 대학후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불법 네트워크였다면 마음이라도 위로를 받았을 것이란 아쉬움마저 남았다.

결국 이런 모든 일의 내면에는 이기심이 있다. 그 후배도 설마 그 먼 곳에서 필자에게 까지 치료받으러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치과계의 가장 큰 현안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심에 있고 그로인하여 치과계라는 큰 유기체는 병들어 신음하며 천천히 침몰하고 있다. 설마의 나의 조그만 행동에 커다란 치과계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기체는 작은 것이 모이고 모여서 만들어진 것이기에 작은 것으로도 무너지고 작은 울림으로 살아날 수도 있다. 치과계라는 유기체가 죽으면 종사자들도 죽는다. 마치 암으로 호스트가 죽으면 암도 죽듯이 말이다.

이젠 치과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죽어가는 치과계를 어떻게 살릴까를 생각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다. 각자의 이기심을 접고 전체를 생각하며 의료인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때이다. 

●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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