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갈까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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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갈까말까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4.12.01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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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 경영이야기를 담았다.

 

   
 

김동석 치의학박사(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타짜-신의 손>  노름판에서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명 ‘타짜’라고 부릅니다.

영화 <타짜>를 보면 도박에 미친 사람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뭐든 한 우물을 깊게 파면 달인이 되고 거기서 인생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에서도 ‘타짜는 패를 읽는 게 아니야. 사람을 읽어야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걸 보면 말입니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에서 도박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들에 대한 기사를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이 은밀한 도박이 대도시 아파트, 특히 보안이 철저한 고급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고 합니다. 개인의 사생활과 보안을 중요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이 많아지면서 불법 도박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많아지기도 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불법 도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도박의 부정적인 면이 아닌 우리의 놀이문화라고 생각되는 ‘고스톱’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동양화 48쪽을 가지고 노는 '화투'는 이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놀이가 되었습니다. 화투는 한자로 쓰면 '花投'입니다.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화찰(花札-하나후다)라고 부릅니다. 꽃이 그려진 카드를 던지는 게임, 또는 꽃이 그려진 카드를 맞추는 게임이라는 뜻이지요. 얼마 전 일본인 친구에게 화투를 물었습니다.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카드놀이로 알고 있더군요. 이렇듯 화투는 19세기에 일본에서 들어왔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없어지고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꽃피운 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법 고스톱은 망국병이라고 하지만 명절에 가족들과 치는 고스톱 한판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명절놀이 문화입니다. 놀이로 즐기는 것은 어르신들의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하니까요.

고스톱의 규칙은 지역에 따라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공통적인 규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규칙을 잘 들여다보면 삶의 교훈을 만만치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스톱의 규칙을 통해서 인생과 경영의 미학을 생각해 봅시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지만 치과의사의 입장에서 병원 경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정리해 봅시다.


고 (신중한 도전정신이 있는가?)
고스톱에서 고를 외치는 것은 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돈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홧김에 고를 외치는 것은 자칫 독박을 쓸 위험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병원이 승승장구한다고 생각이 될 때 계속 밀고나갈지, 아니면 그 시점에서 잠시 멈추고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합니다.

지나친 신중함은 타이밍을 놓칠 수 있고 여건을 중요하지 않는 무모한 도전정신은 자칫 병원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고스톱을 칠 때 고를 할지 말지는 상대편 두 사람이 따다 놓은 패와 패의 조합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또 순간적으로 빨리 판단해야 합니다. 순간의 판단이 잘못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자신의 병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와 주위의 상황에도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스톱(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가?)
잘 나가다가 멈춘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욕심이 생기기도 하고 주변에서 부추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장과 발전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멈춤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질적인 도약을 위해서 적극적인 숨고르기와 재충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바쁘게 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미쳐 지나치면서 보지 못했던 것이 많을 것입니다. 멈춤의 시간을 이용해서 자신이 꿈꿔왔던 병원이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앞서가는 다른 병원에도 눈을 돌려 벤치마킹을 해볼 마음의 여유도 가져봐야 합니다. 자신의 부족한 임상지식 및 경영지식도 숨고르기를 하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공부해야 합니다. 스톱하지 않고서는 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재충전을 위한 멈춤은 그 어느 누구도 회피나 게으름으로 보지 않습니다.
 

비풍초똥팔삼(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포기할 것은 포기했다는 겁니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모든 부문에서 성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칫 잘 하고 있는 것마저 잃을 수 있습니다. 병원을 경영할 때 무엇을 선택하고 또 집중할지에 대한 고민이 늘 필요한 이유입니다.

경영을 떠나 인생 자체가 선택의 연속입니다. 선택이란 한편으로는 어느 한쪽의 포기를 의미하는데, 포기해야 할 것을 내던질 때에는 바로 비풍초똥팔삼의 순서로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머지 화투장으로 판세를 이끌어나가는 전략이 구상됩니다. 모든 것을 움켜쥐고 모든 부문에서 승리하려고 전략을 수립한다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449통(최고인 것이 있는가?)
띠 5장을 따야 일점이 되는데 4장만 딴 경우, 십자리 5장을 따야 일점이 되는데 4장만 딴 경우, 마지막으로 피 10장이 일점인데, 9장만 딴 경우. 결과적으로 17장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일점이 안 되는, 꾸준하게 모았지만 결과는 빵점인 것입니다. 그런데 옆 사람은 가지고 가는 것이 거의 없는 것 같았는데 달랑 단 3장 따다 놓고 17장을 딴 나를 제압합니다. 적은 개수로 고스톱에서 스톱할 수 있는 경우는 많습니다. 고도리, 쿠사, 청단, 홍단 등. 아무리 화투장에서 바닥을 화려하게 깔아놓게 되더라도 실속이 없으면 스톱을 외칠 수 없습니다.

여러분의 병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입니까? 몇 가지의 장점을 확실하게 꼽으면서 집중하고 있다고 자신한다면 다행이지만, 특별한 장점은 없이 이것저것 하는 것만 많다면 한번쯤 심각하게 현실을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광박(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가?)
누군가 광으로 점수를 났는데 자신은 광 하나 없는 '박'으로 게임에서 진다면 상대에게 두 배로 돈을 물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더라도 최소한 '박'은 면해야 게임에서 지더라도 큰돈을 잃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박'으로 승부를 보려는 의도가 보일 경우 게임을 풀어나가면서 '박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강구해야 합니다. 상황파악이 된다면 ‘박’을 면할 수 있는 패 하나 정도는 숨겨둬야 합니다. 병원의 경영이 어렵고 새로운 돌파구가 보이지 않더라도 자신의 병원이 가지고 있는 필살기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피박(가치 없어 보이는 것의 가치를 아는가?)
고스톱에서 피박을 면하려면 피 6장이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이 12장의 피로 점수가 났을 때 내 피가 6장이 안되면 배를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별 볼일 없고 하찮게 생각되던 것이라도 꼭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보통 큰일에 탁월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눈에 띄고 칭찬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자신의 일을 꾸준하게 잘 하고 있는 직원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병원의 크고 작은 업무들 중 그 가치를 높다 낮다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작고 가치 없어 보이는 것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관심과 격려를 끊이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쇼당(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아는가?)
쇼당이란 영어로 'showdown'인데, 흔히 포커에서 가진 패를 다 보여준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고스톱에서도, 한 사람이 가진 마지막 화투짝 2장이 각각 다른 두 사람에게 점수를 나게 하는 화투짝일 때, 화투짝을 공개하고 어떻게 할지를 묻는 것입니다. 갑, 을, 병 세 사람이 고스톱을 칠 경우 을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패를 내도 갑이나 병이 나게 되어 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쉽게 패를 낼 수가 없어서 쇼당을 붙이는 것입니다. 이때, 병이 다음에 칠 차례인데, 어느 패가 나오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으면 쇼당을 받습니다. 그러면 을은 갑이 날 수 있는 패를 던집니다.

정말로 병이 나면 나머지 두 사람 갑과 을은 돈을 내면 되고, 병이 못 난 채 갑이 난다면 병이 독박을 쓰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 을은 돈을 안내도 됩니다. 병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만약 쇼당의 위기 또는 딜레마적 상황이 닥쳐왔다고 합시다. 이 때 주어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현명한 의사결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잘하면 손실을 최소로 할 수 있습니다.


독박(무리한 경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고스톱에서 3점이면 먼저 날 수 있지만 더 높은 점수를 위해 고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속 도전하다가 지게 될 경우가 독박입니다. 다른 사람이 진 몫까지 독박을 쓴 내가 모두 물어야 합니다. 가장 어울리는 말은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적당한 때 멈추고 독박을 면하려면 이제까지 확보한 점수와 나머지 두 사람의 판세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경영에 있어서 무리수는 웬만하면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때론 모험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중단할 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도전이 아닌 욕심이 될 때 병원은 결국 그 무리수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나가리(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있는가?)
'나가리'는 일본어 에서 온 말인데 어떤 일이 무효가 되거나, 계획이 허사가 되어 중단되었을 때, 또는 서로의 약속을 깨고 없었던 일로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깨짐, 유산, 허사, 무효 등 우리말로 고쳐 써야 하지만 아직 이 말이 많이 쓰이지요. 이 상황이 되면 이전에 이룬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이 잊고 다음 일에 대한 준비를 되도록 빨리 착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나가리’된 것이 병원의 어떤 프로젝트일 수도 있고, 병원 자체일 수도 있습니다.

개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면 그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 철저하게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는 것이 지혜로울 것입니다. 칠전팔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나가리’가 반복되더라도 결국 이긴 게 된다면 그 사람은 ‘나가리’에서 어쩜 많은 것을 배운 사람일 것입니다. 실패라고 생각되는 것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 정말 ‘나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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