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환자를 협력자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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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환자를 협력자로 만들어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6.04.0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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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⑥

 

▲ 김동석 원장(춘천예치과)

 

일반적으로 경영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으로 생각한다.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이 연재하는 글은 직접 체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기 쉽고 실천하기 쉬운 치과 경영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란 주제로 김동석 원장의 글을 6회에 걸쳐 연재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을 담은 ‘환자권리장전’이란 게 있다. 2012년부터 모든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만들어서 명시해야 한다. 환자의 권리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의무도 담고 있기 때문에 환자와 병원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임에 분명하다. 물론 내용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병원마다 약간은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비슷하다.

 

 

환자의 권리
① 환자의 생명은 존중되며, 최선의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② 환자는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아니할 권리가 있다.
③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
④ 환자는 진료상의 비밀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⑤ 환자는 병원내의 각종 위험으로부터 신체적 안전을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의 책임과 의무
① 환자는 의료진에게 정확하고 완전한 의료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② 환자는 의료진에 의해 제시된 치료계획을 존중하여야 한다.
③ 환자는 병원 내 공공질서를 지키고 다른 환자의 편의도 고려해야 한다.
④ 환자는 병원과 체결한 재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나는 이 내용을 의사의 입장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처음 보았다. 큰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갔을 때 로비에 걸린 이 내용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말 잘 들으면 이 정도는 우리가 해줄게’라는 위압적인 내용으로 들렸다. 긍정적으로 보면 좋은 이 내용을 왜 그렇게 삐딱하게 봤느냐고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에는 나의 권리는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었다. 이런 권리를 보장한다고 병원이 생색낼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환자가 잘 보이는 곳에 고시해야 하는 의무가 병원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직도 병원은 환자의 입장에서는 위압적이고 당연한 권리를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환자의 생명이 때로는 존중받지 못하고, 일부는 차별을 받고 있으며, 스스로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비밀은 SNS로 쉽게 유출되고, 병원 내 감염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환자는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하지만 환자의 이력과 몸 상태에 대해서는 사실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동등화 될 수 없는 환경이 현실이다. 역사적으로도 의사들은 보통 나이가 많고 신령스러운 신분을 가진 치유자(healer)였다. 나름 고귀한 위치를 차지했고 그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지식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병원이란 곳은 환자를 위축시키기에 너무나 충분한 낯선 장소이다. 환자는 자신의 몸을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공포를 느끼며 자신이 복종하지 않고 의사에게 도전하면 불이익을 받아 자신의 몸에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다고까지 생각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한 환자가 절반에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불만이 있어도 병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많은 환자들은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다른 병원을 찾아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병원이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환자와 가족들이 복종적이고 무기력한 마음으로 인해 병원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환경은 위험하다. 환자에게 뿐만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정확하게 진단하고 환자의 안전과 높은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환자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환자와 빠른 시간 내에 친밀감을 가지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환자를 ‘협력자’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미팅이나 맞선을 본다고 생각해 보자. 어떻게 하면 서로를 잘 알고 이 만남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모든 만남과 관계의 지속은 크게 다르지 않다. 병원에서의 만남도 마찬가지다.

 

▲ 환자의 기대감

 

1. 질문을 즐겨라.
처음 만남은 질문의 연속이다. 어떤 질문을 적절하게 잘 하느냐가 첫인상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통해서 상대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나를 알리고 상대를 잘 알기 위해서는 이런 질문이 당분간 끊임없이 이어지게 된다. 환자의 질문은 일종의 선물 같은 것이다. 그 질문을 통해 우리가 제대로 된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환자의 궁금증을 해소시키는 과정을 통해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얻게 된다. 무슨 이야기로 신뢰를 줄 수 있을까 늘 고민인데 그 질문을 환자가 해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 질문을 귀찮아하지 말고 즐겨라. 당신이 늘 반복하는 그 이야기가 지금 당신 앞의 환자가 그렇게 원하던 대답이다.
 

2. 환자의 기대를 관리하라.
첫 만남을 나가는 사람은 늘 설렌다. 그 설렘의 근원에는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그 기대감에 따라서 만남이 깨질 수도 있다. ‘포샵’이 지나치게 된 사진을 보고 나갈 수도 있고 지나치게 과장된 정보를 듣고 나갔을 수도 있다. 능력만 보겠다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외모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환자가 가지고 오는 기대감에 따라서 환자와의 만남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남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기대감에 부응하거나 그 기대감을 ‘관리’해야 한다.

대부분 병원에서는 처음 내원 시에 환자의 기대감이 비현실적이라면 그 기대감을 꺾어 버려야 한다고 믿는다. 맞는 말이다.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치료도 만족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대감을 줄여주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환자의 기대감과 환자 경험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터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즉 환자의 ‘핫 버튼’이 무엇인지 알고 그 버튼을 눌러줘야 한다는 말이다. 아프지만 않기를 바라는 환자에게 아프더라도 예쁘게만 해주려고 하면 안 되고, 비싸도 최고의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환자에게 값싼 치료를 권하는 것 모두 환자의 기대감과 경험을 일치시키지 못하는 것들이다.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마케팅 또한 한 몫 할 수 있다. 간혹 최고의 호텔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는 병원에 가지는 환자의 기대감은 차분하고 조용한 클래식한 분위기의 병원이다. 하지만 이것은 도입 자체부터가 문제가 많다. 병원은 조용할 수가 없는 곳이다. 환자는 예민하고 요구도 많아졌으며 진료는 복잡하고 응대하는 스탭의 수는 부족해서 크게 소리 내어 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치과의 소음은 물론 더 심하다. 환자가 소음을 음악으로 느끼지 않는 한 줄일 수 없는 것은 인정하고 환자에게도 알려야 한다. 환자 기대감의 크기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대감의 종류이다. 크기를 줄이기보다는 환자경험을 일치시켜라.
 

3. 합리적인 가족을 만들어라.
만남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도우미들이 필요하다. 가까운 친구일 수도 있고 친척이나 부모님일 수도 있다. 그 사람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수록 나의 편이 되어준다면 그 만남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간혹 말이 정말 통하지 않는 환자를 대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환자의 가족들이 합리적인 경우에는 대부분 큰 문제없이 일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환자와의 상담은 어렵지만 보호자와의 상담으로 성사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가족들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와의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많다. 환자에게 아무리 교육을 시키고 관계가 원만해도 가족에게 미처 신경 쓰지 못해서 상담에 실패하거나 치료 결과에 이의를 제기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합리적인 가족을 만드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4. 불안하게 만들지 마라.
만남이 성공해서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늘 불안한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상대방이 변하면 어쩌나, 나를 떠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 말이다. 사실 연인 사이로 가정해 말하면 불안한 것은 병원이다. 떠날 수 있는 것은 환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를 이미 진행한 상태에서 새로운 병원을 찾아 나서는 것은 환자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 병원이 자신을 떠난다는 말은 병원이 자신에게 무관심하다는 것, 환자 자신이 잘 관리 받고 있다는 느낌이 없어지는 상태이다.

‘관리 받는’ 환자임을 항상 느끼게 하라. 전화, 문자, 우편 등 환자와 소통할 수 있는 도구를 모두 이용하고 아무리 ‘사소한’ 관리를 받으러 오는 환자이더라도 절대로 사소하게 대하지 마라. 수납을 다 마친 환자의 다음 첫 내원은 항상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사소한 한가지의 배려를 놓치면 자칫 ‘받을 것 다 받으니 이제 홀대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는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의 글을 관심 있게 봐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직도 이렇게까지 ‘왜?’ 해야 하냐고 물으실 수도 있다.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또는 당신 자신이 환자가 될 수도 있다.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김동석 원장님의 인기 연재 시리즈 ‘환자의 눈으로 보는 병원’이 이번호로 마감됩니다. 다음호부터는 또 다른 주제와 이야기로 김동석 원장님의 연재가 새롭게 시작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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