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뛰어난 개인이 모인 멍청한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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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뛰어난 개인이 모인 멍청한 조직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6.05.08 0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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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조직경영①
▲ 김동석 원장(춘천예치과)

 ‘경영’이란 관점에서, ‘효율적인 조직관리’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치과 내 조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관리 여하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스마트한 조직경영’이란 주제로 춘천예치과 김동석 원장의 글을 6회에 걸쳐 새롭게 연재한다.

 

 

연재 순서
1. 뛰어난 개인이 모인 멍청한 조직
2. 불가능하다면 도전하지 말아라
3. 근시안적 태도를 버려라
4.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라
5. 지금 당장 회의를 바꿔라
6. 함께 스마트해져라

1+1=2.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산술적인 내용이 아니라면 당연하고 절대적으로 생각했던 이 합산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여럿이 일하는 직장, 여러분의 병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 명이 일을 했을 때 얻어진 성과물이 둘이서 일했을 때 반드시 두 배의 성과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두 배의 직원으로 업무 성과가 두 배가 되었더라도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사실은 심리학자인 링겔만(Ringelmann)이 1929년 줄다리기 실험의 결과로 설명했다. 혼자서 밧줄을 당길 때 생긴 힘을 100이라고 할 때 두 명이 당길 때는 93, 세 명이 당길 때는 85, 여덟 명이 당길 때는 49로 그 수치가 줄어듦을 발견한 것이다. 이처럼 혼자서 일을 할 때보다 여럿이 모여서 일을 할 때 자신의 노력을 인위적으로 줄이게 되는 현상을 ‘사회적 태만(social loafing)’이라고 부른다. 뛰어난 개인들이 모여서 결국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멍청한 조직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조직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기대하는 것은 ‘시너지 효과’다. 산술적인 합보다도 더 큰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학자의 이론이 현실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면 그만일까?
 

존재감을 느끼게 하라
사회적 태만이 발생하는 것은 흔히 부서나 팀별로 성과가 집계는 되지만 개개인의 노력이 모니터링 되지 않는 경우에 나타난다. 각 개인에게 부여된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거나, 명확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을 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역할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은 팀에서는 팀의 분위기에 묻혀가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흔히 ‘누군가 내 몫을 해주겠지’, ‘어차피 고생해도 공(功)은 팀장이 가져가잖아’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노력이 평가받지 못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고, 자신의 성과가 드러나는 것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생긴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만 집중하고 눈에 띄지 않는 업무는 뒷전으로 밀리는 바람에 결국 부서, 팀 전체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결국 개인의 성향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개인별 평가와 함께 팀을 평가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직원이 늘어날수록 효율은 떨어지는 태만이 만연해질 수 있다.

우선 팀에서 수행하게 될 업무의 종류와 업무 수행 인원을 고려해 팀의 적정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중복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딱히 수행할 업무가 없는 팀원이 존재하는 등 집단의 크기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면 사회적 태만을 보이는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팀 과제를 수행하더라도 각 개인에게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할당하고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이 경우 팀장은 가급적 팀원의 전문성과 경력을 고려해서 업무 분장을 해야 한다. 개인의 관심 분야를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분장할 경우 몰입 수준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은 팀 안에서의 개인의 존재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는 조직에서는 일하기 힘들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게 하라
어느 왕이 대신에게 말하기를 코끼리 한 마리를 끌고 와서 맹인에게 보여라 하였다. 맹인들이 각자 손으로 만져 보았다. 왕이 맹인들을 불러 모아 묻기로 그대들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무엇과 비슷한 것인가 하였더니,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코끼리의 모양이 무와 비슷하다 하였고, 귀를 만져 본 사람은 키와 같다고 하였고, 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절구와 같다 하였고, 등을 만져본 사람은 침상과 같다 하였고, 배를 만져본 사람은 독과 같다 하였고, 꼬리를 만져 본 사람은 새끼줄과 같다고 하였다.
- 북송열반경(北宋涅槃經)사자후보살품(獅子吼菩薩品) 편 -

직원들에게 “당신이 일하는 병원은 어떤 곳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져보자. 아주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는 치과” “대기시간 적은 치과” “A/S를 확실히 해주는 치과” “직원이 행복한 치과” “과잉진료 절대 하지 않는 치과” 등.

이런 그럴싸한 대답들이 나왔다고 해서 너무 좋아하지는 말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경우, 직원들은 자신이 일하는 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모르고 하는 대답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정한 업무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일수록 다른 영역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한다. 수술실 어시스트를 주로 담당하는 직원은 수술을 잘 하는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좋아할 것이며, 데스크 업무에 시달리는 직원은 진료실에 대한 정보는 대충 들어서 알 뿐이고, 원무과 직원은 숫자에만 민감하다. 사실 자신의 영역에서만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적인 ‘시너지’를 위해서는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자신의 영역에 대한 관심 때문에 다른 영역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그럴싸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조직이든지 연관성이 없는 것은 없다. 모든 조직은 유기적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무관심하다면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평가를 절대 내릴 수 없다. 결국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경영자는 늘 전체에 집중해달라고 호소하지만 이것은 그 어떤 반응도 끌어내지 못한다. 그들은 오로지 일부, 특히 자신이 담당하는 일만 알고 있을 뿐이다.
 

명확히 보이는 비전을 제시하라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문제를 추구하거나, 전체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나 능력 자체가 부족한 경우, 전체를 그리는 상상력이 부족한 경우 조직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을 키우고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멍청한 조직이라면 전체를 보는 ‘눈’의 문제라기보다는 잘 ‘보이지 않는 전체’이기 때문이다. ‘비전(vision)’이라는 것은 ‘눈으로 본다’는 뜻이다. 막연하고 보이지 않는 비전을 제시하고 이것이 우리 모두가 바라보아야 할 우리 ‘전체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직원들은 더 혼란스럽다.

인간의 두뇌는 부분보다는 전체적인 형태를 더 선호한다고 형태심리학 연구자들은 이야기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간의 두뇌가 어떤 형태를 가장 잘 파악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는 바로 ‘간단명료함’이다. 즉 ‘인간의 두뇌는 다른 것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간단한 형태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단명료함의 원칙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조직은 직원이 아닌 소비자조차도 알고 있다. 애플, 구글, 볼보, 아마존 등의 조직은 간단명료한 회사의 철학을 모두가 명확하게 ‘볼 수’있다.
병원이 제시하고 있는 비전과 철학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 전체가 잘 보이고 또 간단명료한지. A4 한 장에 걸쳐 장황하게 쓰여 있는 병원의 철학은 리더조차 잘 보지 못하고 외울 수조차 없다. 잘 보이지 않는 비전을 향해 갈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 스마트한 조직이 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복잡하지 않은 간단명료함을 원칙으로. 하지만 조직을 생각하는 머리는 늘 복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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