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불가능하다면 도전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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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불가능하다면 도전하지 말아라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16.06.07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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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한 조직경영②

▲ 김동석 춘천예치과 원장

‘경영’이란 관점에서, ‘효율적인 조직관리’는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치과 내 조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으로 관리 여하에 따라 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본지는 ‘스마트한 조직경영’이란 주제로 춘천예치과 김동석 원장의 글을 6회에 걸쳐 새롭게 연재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바로 누구나 한때는 자신의 아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천재성(?)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때 부모로서 그 천재성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모든 남자아이들이 비슷하겠지만 둘째 녀석이 한때 축구에 빠졌었다. 혹시 축구에 정말 소질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개인훈련도 시켜보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부모로서 내 모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그 가능성이 조금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부모는 나처럼 축구에 재능이 있어 보이는 아이의 재능 자체에는 의심을 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막연한 가능성에 대한 확신만을 가지고 시작한다. 훈련이나 경기가 있을 때 구경하는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경기에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 감독이나 트레이너에게 이유를 따진다. 원래는 잘하는 아이었는데 돈 들여 훈련시킨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트레이너를 자주 바꾼다. 부모들의 등살에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에 오히려 부담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이 한때 꿈꾸던 축구가 이제는 부모의 꿈에 희생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꿈에 도전하는 것은 분명 아름답다. 하지만 꿈을 향해 달려가라고 뒤에서 채찍질 하는 것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상을 타라거나, 유명 콩쿠르에서 상을 타라는 부모의 기대감에 아이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이루지 못한 꿈을 들먹이며 “나는 어렸을 때 환경이 좋지 못했다. 너는 그렇지 않으니 꼭 성공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은 우리가 일하는 조직에서, 내가 매일 출근하는 병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의 꿈을 멋대로 해석하고 목표를 수치화해서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 채찍질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리더십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무리한 목표는 잘하던 것마저 못하게 만든다
‘인력 활용도(Utilization)’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누구는 자신들이 인력 활용도는 100%에 가깝다고 자랑한다. 과연 자랑할 만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큐잉 이론(Queuing Theory)’을 기본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 이론은 고객의 흐름에 최적의 비율을 얻기 위한 수학적 관리시스템을 말한다. 좀 어려운 공식이지만 아주 쉽게 인력 활용도와 연관 지어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대기하는 사람 수 = <인력활용도 / (1-인력활용도)> X 인력활용도 

만약 90%의 인력활용도를 가지고 있다면 예상되는 대기 수 = <0.9/1-0.9>X0.9 = 8.1

 

이 이야기는 우연히 그 매장에 들어갔을 경우 대기 손님 수가 8명 정도라는 것이다. 이 공식에 의하면 인력활용도가 99%라면 대기 손님은 100명에 가깝게 된다. 대기 줄이 길어지면 어떻게 될까? 특히 병원이라면 문제는 심각하다. 긴 대기 줄은 부담을 일으키고 그 부담은 실수로 이어지고 치료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의사의 인력활용도가 60%정도라고 한다면 대기 환자가 1명 정도가 된다. 하지만 80% 이상으로 올라가면 응급환자의 대처 능력을 현저하게 떨어지고 만다.

우리나라의 응급실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응급실 스탭의 과도한 활용도로 제때 응급 환자를 보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라 업무는 다시 더 과중해지는 악순환 말이다. 인력활용도가 높으면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원장이 너무 피곤하고 바쁘다면 병원의 산재해 대기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대처는 할 수 없다. 업무는 갈수록 과중해지고 몸은 축나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눈덩이처럼 다시 커져서 다가온다. 이 공식에 의한 수학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80% 정도 내외의 인력활용도가 적절하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 이야기한다. 적당한 대기 손님과 긴장감이 조화를 이루는 수치라고 할까? 지나치게 높은 목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최대의 100% 인력활용도를 이뤄야 한다는 것은 자칫 지금 어느 정도 잘 하고 있는 일마저 모두 망쳐버릴 수도 있는 목표인 것이다. 조금 낮은 목표가 오히려 최대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수치일 수 있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목표치를 수정해보자.

 

권한의 위임으로 효율을 높여라
앞서 이야기한 공식에 의하면 문제 해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직책은 업무 부담이 훨씬 더 적어야 할 것이다. 만약 병원의 원장이 중요한 몇 가지 사항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해결될 것이다. 팀장이나 실장급의 업무도 크게 과중하지 않다면 병원에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 환자의 컴플레인에 대해 적절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원장의 업무부담은 가장 과중하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 팀장과 실장들은 녹초가 되도록 일하는 반면 평범한 직원들은 한가하게 빈둥거린다.

IBM의 최고 경영진의 업무부담은 40% 정도에 머물도록 했다고 한다. 일거리가 충분하지 못하면 재충전을 위해 휴식의 기간을 갖거나 교육의 시간으로 활용한다.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전략과 혁신, 개혁과 변화를 위한 구상을 하고 자신과 직원을 위한 교육에 매진한다. 하지만 아직도 다른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다. 평범한 직원이 해도 좋을 일도 자신이 굳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 아래 연차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는 팀장은 자신이 해야 직성이 풀린다며 자신의 그런 능력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긴다.

경영 이론에서는 이 문제를 ‘체계적 권한위임의 부족(systemic underdelegation)’이라고 부른다. 만약 자신보다 직급이 아래인 직원이 자신보다 덜 바쁘다면 한번쯤은 권한위임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 조금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오히려 아래 연차에게는 업무에 대한 새로운 동기 부여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생각해 보라. 직급이 높아질수록 업무가 과중해 보이는 직장에서 누가 계속 일하고 싶겠는가?

 

효율을 위해 없앨 것을 찾아라
경영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가 있다. 바로 일본어 ‘카이젠(改善)’이다. 토요타의 경영방식으로도 유명한 이 이야기 중 ‘3무(無)’의 원칙이 있다.

1. 낭비하지 마라.

2. 직원과 기계에 과중한 부담을 주지 마라.

3. 업무 처리 과정의 불규칙함, 불균일함을 피하라.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두 번째다. 우리는 흔히 첫 번째와 세 번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노력한다. 하지만 인력의 활용도만큼은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 것 인양 직원들을 몰아붙였다. 하지만 더 높은 차원의 문제 해결과 혁신, 개선을 원한다면 두 번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자. 경영은 그냥 한번 해보는 것이 아니다. ‘도전’의 대상이 아니다. 불가능한 것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은 그것을 알았다면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해야 할 ‘가능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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