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소양(素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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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소양(素養)
  • 김동석 원장
  • 승인 2024.03.14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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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는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글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 성향을 물어보는 전통적인 질문은 ‘눈이 녹으면?’이라는 질문이다. 이에 대한 두 가지 답은 ‘봄이 온다’와 ‘물’. ‘봄이 온다’고 대답하면 인문계 성향이고, ‘물’이라고 대답하면 이공계 성향이라고 한다. 말장난처럼 보이는 이 질문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문ㆍ이과 성향 테스트 항목 중의 하나지만 이분법처럼 나누는 이런 방법은 단순하면서도 사실은 일견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한 블로거가 만든 이과생의 스마트폰 잠금패턴이 화제가 됐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어 복소수의 궤적을 그려야 잠금 해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질세라 역사 속 사건들을 일어난 순서대로 차례로 연결해야 하는 문과생의 잠금패턴까지 더해지면서 이 잠금패턴은 순식간에 인터넷 유머로 떠올랐다. 과학고생과 외고생의 대결을 재미있게 그린 프로그램에서 이과생이 
‘철수는 20Km/h의 속도로 먼저 출발하고, 영희가 30Km/h의 속도로 20분 후 출발하면 두 사람은 언제 만나게 될까'라고 문제를 내자 문과생은 ‘대체 철수는 왜 먼저 출발했을까, 싸운 걸까, 혼자 남은 영희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등의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이는 두 집단 간 사고방식 체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친구와 싸워서 앞니가 깨진 아이를 보고 이과적 성향과 문과적 성향의 의사 응대를 비교해 보자.
“신경이 노출될 정도로 깨지지는 않았네. 신경치료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레진을 이용해서 때우는 치료를 하며 지내는 데는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이과적 성향)
“친구랑은 어쩌다가 이렇게 싸웠니? 선생님도 어렸을 때 친구랑 이렇게 싸운 적 있는데 내가 먼저 사과해서 그 친구랑은 오히려 더 친하게 됐어. 너도 용감하게 먼저 사과해라. 이 치료는 선생님이 깔끔하게 잘해줄게.” (문과적 성향)
극단적인 비교일 수는 있지만 분명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의료야말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필요 없는 진정한 문·이과 통합의 마인드가 필요한 분야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소에 닦고 쌓아야
‘소양(素養)’은 ‘평소에 닦고 쌓아 바탕이 된 교양(敎養)’을 말한다. 평소에 인문학적 교양을 닦고 쌓아야 한다는 말이니, 인문학적인 소양을 가진 의사가 마음만 먹는다고 바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닦고 쌓아야 한다는 말일까?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의미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학교 교육연구소가 발행한 교육학 용어사전에는 “인문학은 자연을 다루는 자연과학에 대립되는 영역으로,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데 반하여 인문학은 인간의 가치 탐구와 표현활동을 대상으로 한다”라고 설명되어 있어 인문학이 과학기술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보는 기존의 사회적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립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던 과학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의 공통분모를 하는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인문학과 타 분야 간 융합을 논하기 시작했고 이미 교육과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아직 이런 교육과정을 거쳐 대학에서 의료인문학에 대한 학점을 따서 졸업한 의사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이과 출신의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의사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런 교육과정 자체가 그런 의사를 꼭 만들어 준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 그런 담론에 대해 자신의 비춰 고민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인문학적 소양 키우기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는 환자를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대상이 아닌, 전체적인 인간으로서 이해하고, 그들의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고려하여 치료에 접근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를 의미한다. 이런 의사가 되기 위해 당장 노력해야 할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노력과 학습, 실천이 필요하다. 환자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포괄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방식을 의료 실무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경험이 오랜 시간 쌓여야 비로소 그런 소양을 갖추게 된다. 시간이 걸린다고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면 그 길은 더 요원해질 것이다. 지금이 바로 소소한 실천이 필요한 적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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