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0) 복명복창(復命復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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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 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30) 복명복창(復命復唱)
  • 김동석 원장(춘천 예치과)
  • 승인 2021.11.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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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원장의 치과인문경영학

자연과학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연현상을 다루는 것이라면, 인간의 가치탐구를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학문이 있으니 우리를 이를 ‘인문학’이라고 한다. 한동안, 방송가와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해 큰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런 분위기와 관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에 본지에서도, ‘치과계의 철학자’로 불리는 춘천 예치과 김동석 원장을 통해 인문학의 무대를 치과로 옮겨,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인문학적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복명복창은 군대용어로 ‘상급자가 내린 명령, 지시를 되풀이해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상급자는 명령이 정확하게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하급자는 명령을 다시 한번 숙지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군대에서의 복명복창은 ‘정확한 지시’, ‘지시내용의 확인’, ‘진행 상황 수시보고’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복명(復命)이라는 말이 마치 명령에 복종(服從)한다는 의미로 들리는 군대용어 같지만, 사실 복명복창의 ‘복(復)’은 ‘다시 복’ 자로 반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포병부대 출신이어서 복명복창이 포사격에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즉 ‘편각 둘, 삼, 여섯’, ‘사각 삼, 하나, 오’라고 지점을 알려주면 바로 이어서 그 숫자가 잘 전달되었는지 똑같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만큼 숫자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포병의 숫자 읽는 법은 다르다. 발음하기 쉽고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일, 이, 삼, 사…가 아닌 ‘하나, 둘, 삼, 넷, 오, 여섯, 칠, 팔, 아홉’이라고 부른다. 이 숫자가 입안에서 익숙해졌을 즈음, 369게임이 유행해서 게임을 할 때마다 곤욕을 치렀던 기억이 난다.

군대에서 복명복창을 중요시하는 것은 전시(戰時)에 잘못 전달되는 명령은 생사(生死)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의료의 현장도 마찬가지다. 잘못 전달되는 정보는 사람의 건강, 생명과 연관되기 때문에 정확하게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의료현장에서의 복명복창은 그래서 의미가 있고 중요하다.


의료현장의 중요도 1순위는 안전한 진료
환자의 만족을 높이기 위해서 환자경험에 대한 평가를 하고 순위를 정하지만, 환자의 만족에 우선해야 하는 것이 바로 안전한 진료다. 환자가 당장은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우선시 취해야 하는 것들이 의료현장에서는 늘 벌어진다. 그 상황에서 정확한 의사 전달은 필수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식(齒式)이 간혹 좌·우가 다르게 기재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치료를 앞두고 마취를 할 때는 “왼쪽 위 어금니 쪽 치료를 위해서 마취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해서 환자에게 치료할 부위를 다시 상기시키고 여기에 맞춰서 어시스트는 “26번 치아 맞습니다”라고 확인해 주는 습관이 필요하다. 좌·우가 바뀐 잘못된 치식을 보고 아무 말 없이 그냥 마취를 시행하게 되면 엉뚱한 위치에 마취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환자의 신뢰는 깨지게 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내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가 될 때도 이런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간혹 주사실에 들어가거나 시술 준비를 할 때 대부분 내 이름을 확인하고 주민등록번호도 확인해 준다. 그런데 간혹 직원이 내 이름과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해 주지 않으면 나는 불안해서 다시 물어보는 편이다. 나 부른 거 정확히 맞냐고. 내 이름 ‘김동석’이 아니라 비슷하게 들리는 ‘김종석’이나 ‘김동섭’으로 오해해 엉뚱한 주사를 맞게 되기는 싫기 때문이다.
 


효율성을 올리는 또 다른 방법
병원에서 일을 잘한다고 하는 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하면, 군대에서의 복명복창처럼 정확한 언어로 지시하고 자신이 지시받은 것은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시사항을 자신이 잘 전달 받았는지 되풀이해서 확인하고, 상사가 지시하지 않아도 수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그런데 똑같은 업무를 지시해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면에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을 잘 그르치는 사람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지시받은 내용에 관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 숙지를 못 한다. 지시받은 업무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이 진행된다면 시간이 갈수록 꼬일 수밖에 없다. 간혹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음에도 대충 알아들은 듯 반응하는 직원들이 있다.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과정을 거치는 일은 그 중요도에 따라서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것은 똑같이 환자에게도 적용된다. 고개를 끄덕이는 환자에게도 치료에 대해서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둘째, 수시로 확인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일은 번갯불에 콩 볶듯이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행 과정을 점검받는 것은 효율성을 위해 필요하다. 진행이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게 된 것을 제때 바로잡지 못하면 돌이키기 힘든 경우가 많고, 들인 시간과 노력이 너무나 아깝게 된다. 만약 환자의 건강 유지에 관련된 것이라면 의료사고로까지 갈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치료 전후(前後)가 아닌 전중중후(前中中後)
치과에서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행하는 상담은 주로 치료 전후에 대한 상담이 주를 이룬다. 지금 ‘이러이러한 상태’인데 치료를 받게 되면 ‘이런 모습’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 전(before), 치료 후(after)를 비교하는 사진도 자료로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치료가 진행되는 중간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만큼 환자가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바쁘게 진행되는 치료의 중간단계에 자칫 이미 상담이 끝난 환자라고 해서 중간상담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환자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지 혹시 다른 변수요인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수시로 중간에 확인하고 재상담을 해야 한다.

지시한 내용에 대해 자꾸 다시 캐물으면 쪼잔하거나 상대를 믿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환자도 자꾸 물어보기가 무안한 경우가 많다. 환자가 묻지 않는다고 해서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아랫사람이 보고를 게을리하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물어보기 전에 미리미리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 만족을 위한 복명복창은 맞장구
환자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제대로 복명복창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맞장구다. 환자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고 있다는 표현, 내가 그 내용을 이해하고 있다는 적극적인 표현이 바로 맞장구다. “왼쪽 위 치아가 낮에는 괜찮은데 잠을 자려고 누우면 통증이 시작되어 일주일째 잠을 잘 못 자고 있습니다”라는 말에 “네, 네”라고 말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소극적인 맞장구보다는 복명복창, 즉 환자의 말에서 중요한 부분을 약간씩 반복해주는 것이 좋다. “일주일째 밤에만 아프신 거군요”라고 확인해 주는 것이다. 환자는 이것으로 자신의 말이 잘 전달되고 있고 상대방이 경청하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는 늘 환자만족을 위해서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말을 억지로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말을 조금만 반복해주는 쉬운 방법으로도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당장 실천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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